[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69

by UX민수 ㅡ 변민수


시각화는 수면 위로 보이는 결과물이다. 그 아래엔 훨씬 더 거대한 복잡도가 잠겨 있다.




보이는 것


시각화를 요청받으면 대부분 화면 구성부터 고민한다. 어떤 레이아웃이 좋을지, 어떤 컬러가 적절할지, 타이포그래피는 어떻게 할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시각화니까.


그런데 실제로 손을 대보면 금세 알게 된다. 화면을 그리는 일보다 무엇을 보여줄지 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데이터의 우선순위, 사용자의 맥락, 비즈니스 목표 사이의 긴장. 이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각화는 그저 예쁜 껍데기에 불과하다.



수면 아래


프로젝트 전체의 복잡도는 시각화 단계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해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기대, 불완전한 데이터 구조, 모호한 요구사항, 기술적 제약. 이런 것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시각화는 이 복잡도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빙산의 일각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나머지는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전체 무게를 결정한다. 시각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이미 수많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이 핵심인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가.



정리의 본질


시각화가 복잡도를 정리하는 과정이라면, 그 정리는 단순히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매기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판단이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 것인가. 어떤 순서로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길 기대하는가. 이런 판단들이 쌓여 시각화의 구조를 만든다. 레이아웃이나 컬러는 그다음 문제다.



보이지 않는 작업


결국 잘 된 시각화는 보이지 않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수면 아래에서 복잡도와 씨름한 시간이 수면 위의 명료함을 만든다.


그 시간을 건너뛰면 시각화는 불안정해진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 사용 맥락에서 흔들린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고, 이해관계자는 다른 것을 기대하며, 개발자는 구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수면 아래의 복잡도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각화를 잘한다는 것은 보이는 것을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복잡도를 견디고 정리하는 능력이다. 빙산의 아래를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수면 위에 단단한 결과물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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