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68

단순함은 복잡함을 건너뛰지 않는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단순함은 쉬운 일의 결과가 아니다. 복잡한 것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단순함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역설을 모르면 UX 디자인의 본질을 놓친다.




단순함의 착각


단순해 보이는 화면 뒤에는 수십 가지 의사결정이 숨어 있다. 버튼 하나를 배치하는 데도 사용자의 맥락, 우선순위, 인지 부하, 기술적 제약을 골고루 고려해야 한다. 어떤 UXer는 이 과정보다도 결과물을 '깔끔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한다. 그 결과, 결과물은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미완성이다.


단순함은 뺄셈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판단하려면, 먼저 각 요소의 의미와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복잡한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채 요소를 줄이기만 하면, 필수적인 기능까지 사라지게 된다. 사용자는 혼란스러워하고, UXer는 '미니멀'을 추구했다고 변명한다.



복잡함을 다루는 능력


복잡함을 다룬다는 건 많은 정보를 화면에 욱여넣는 게 아니다. 정보의 위계를 정리하고, 흐름을 설계하며, 맥락에 따라 노출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없으면 단순한 화면조차 제대로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단순함은 복잡함을 정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다. 이해관계자의 요구, 비즈니스 제약, 기술적 한계, 사용자의 다양한 니즈가 얽혀 있다. 이 복잡함을 회피하고 "단순하게 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복잡함을 대면하고 풀어내는 과정 없이는, 진짜 단순함에 도달할 수 없다.



안목이 먼저다


단순함을 만드는 능력은 안목에서 시작한다. 무엇이 잘 된 결과물인지 아닌지를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왜 좋은 지도 말로써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안목은 많은 사례를 분석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복잡한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과정에서 더 빠르게 길러진다.


안목 없이 스킬만 쌓으면 도구를 다루는 실행자로 남는다. 피그마를 능숙하게 다루고,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도,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안목은 '왜'를 묻고, '어떻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이 기준 없이는 복잡함 앞에서 무력해진다.



두 능력은 함께 자란다


단순함을 구현하는 능력과 복잡함을 다루는 능력은 별개가 아니다. 복잡한 문제를 분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순함의 원리를 배운다. 반대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복잡함을 대하는 태도를 익힌다. 한쪽만 추구하면 불균형이 생긴다.


지금 당신이 단순한 화면만 만들고 싶어 복잡한 프로젝트를 피한다면, 결국 단순함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 복잡함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그 관문을 지나야 비로소 진짜 단순함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니 업무의 복잡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면해야 한다. 번아웃만 조심한다면, 정확히 이것이 성장의 동력원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단순함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된다. 표면이 아니라 본질을 다루는 UXer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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