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67

by UX민수 ㅡ 변민수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는 말은 같은 경험을 했다는 뜻일까? 많은 취준생이 자신의 UX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이 질문 앞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다.


팀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어디까지가 자신의 역할이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했다”는 표현은 편리하지만, 실무에서는 그 말이 거의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UX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프로젝트의 결과보다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어떤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젝트, 다른 역할 범위


팀 프로젝트는 구조적으로 역할이 나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계하고, 누군가는 그 방향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구체화한다. 이 차이는 단순히 “주도했다” 혹은 “도왔다”는 표현으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역할 범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은 문제 정의, 목표 설정, 사용자 관점에서의 우선순위 판단 등 비교적 상위 단계의 의사결정을 포함한다. 반면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 참여하는 역할은 이미 설정된 방향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산출물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두 역할 모두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 다만 관여한 의사결정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평가 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UX 면접관이 기여도를 보는 이유


UX 업계에서 프로젝트 경험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 목록이 아니다. 그 프로젝트에서 어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이다. 같은 화면 설계를 했더라도 질문은 결과물이 아니라 판단 과정으로 향한다.


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가. 왜 이 정보 구조를 선택했는가. 왜 이 사용자 흐름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는가. 그래야 이 지원자의 입사 후 업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목적은 어쩌면 실력보다도 기존 팀과 팀문화와의 융화 및 친화에 있기도 하다. 같은 해결방향일지라도 결과물 선택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생각의 과정을 엿볼 수 있어야 이러한 지원자의 '결'을 알 수 있다.


또 이 질문에 충분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프로젝트의 핵심 설계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같은 프로젝트를 경험했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 경험을 문제 정의와 설계 판단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결과물 제작 과정 중심으로 설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의 역량 차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에서 담당했던 역할 범위의 차이에 가깝다. 반대로 말하면 역할 범위의 정의 여하에 따라 역량의 차이에 편향이 섞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걷어내려는 것이다.



조직에 들어가면 더 명확해진다


실무 조직에서는 이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조직은 프로젝트 참여 여부보다 역할과 책임 범위를 기준으로 경험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UXer는 문제 정의와 UX 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다른 UXer는 그 전략을 기반으로 사용자 흐름과 화면 구조를 설계한다. 또 다른 UXer는 세부 인터랙션을 정리하거나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인다.


역할이 다르기에 어떤 역할을 주로 했는지 알아야 맞는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역할은 프로젝트 완성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각 역할이 만들어낸 의사결정의 영향 범위를 기준으로 기여도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등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무 UXer는 점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의사결정에 관여했는가. 단순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방향 설정에 기여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필연적으로 답이 될 수 없는 역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업적 기여에 일조했는가를 설명할 줄 모른다면 자신의 전문성은 약해 보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정리해야 할 것


팀 프로젝트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그 경험을 설명할 때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역할 범위 안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가라는 질문이다. 문제 정의에 참여했는가. 사용자 흐름 설계에 기여했는가. 핵심 UX 방향을 제안했는가. 아니면 이미 설정된 방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산출물을 설계했는가.


면접관 입장에서 내 개인적인 조언은 최대한 자세한 묘사를 하라는 것이다. 생략된 정보로 면접관이 맘대로 상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리얼하게 현장이 그려질 수 있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물론 어느 역할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담당했던 역할의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나는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역할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문제 정의와 방향 설정에까지 관여하는 역할로 확장해 갈 것인가. 지금 이러한 경험이 적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정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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