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66

by UX민수 ㅡ 변민수


회사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UXer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왜 이렇게 적을까

커리어 초반에는 대부분 이렇게 믿는다. 문제를 잘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설계하고, 더 나은 경험을 제안하면 제품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 조직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경험하면 조금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결과는 개인의 판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역할과 이해관계가 얽힌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UXer는 이 과정에서 조직생활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디자인보다 먼저 작동하는 것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UXer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제품 방향은 비즈니스 전략의 영향을 받고, 일정은 개발 리소스에 영향을 받으며, 우선순위는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그 사이에서 UXer는 사용자 경험을 기준으로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지만, 항상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UXer가 혼란을 느낀다.


“내 시나리오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조직이 문제일까.”


하지만 이 상황은 개인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조직 시스템의 특성에 가깝다. 대규모 조직에서 제품은 한 사람의 판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의 관점이 조율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UX는 단순히 좋은 해결책을 만드는 일만이 아니라, 그 해결책이 조직 안에서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무에서 UX는 조율의 과정이다


현실의 UX 실무는 종종 조율의 과정에 가깝다. UXer는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기획자는 비즈니스 목표를 중심으로 판단하며, 개발자는 기술적 제약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량은 단순히 UI나 GUI 산출물의 완성도가 아니다. 왜 이 경험이 중요한지 설명하는 능력,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고 어디는 유지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 조직의 의사결정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많은 주니어 UXer가 이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그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구조가 더 크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UXer의 역할이 확장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영역까지 이해하고 다루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하기 좋은 여건으로 내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바라겠지만 환상이다.



그래서 어떤 디자이너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피로를 느끼는 이들도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게 느껴질 때, 시안과 시나리오보다 조직 구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질 때 말이다.


그래서 일부 UXer는 프리랜서나 독립적인 프로젝트 형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특히 디자이너(d)가 인하우스에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환경에서는 의사결정 단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결과물 중심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결과가 제품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경험도 상대적으로 자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또 다른 현실이 있다. 프리랜서는 프로젝트 확보, 수익의 안정성, 커리어의 지속성 같은 문제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조직의 제약이 줄어드는 대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가 넓어진다. 결국 인하우스와 프리랜서의 차이는 자유의 정도라기보다, 책임의 구조가 다르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굉장히 거시적으로 보게 되면 사실상 대동소이하단 의미다.




UX 커리어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가.”

어떤 UXer는 조직 안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며 성장한다. 어떤 UXer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환경에서 더 집중력 있는 결과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지금 느끼는 답답함을 단순히 개인의 능력 문제나 조직의 문제로만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는 사실은 오히려 UX 업무가 개인의 기술을 넘어 조직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좋은 화면을 만드는 작가로서의 UXer가 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조직 속에서 좋은 경험이 실제로 구현되도록 만드는 집행자로서의 UXer가 되고 싶은 것인지. 혹은 내가 중심에 두고 싶은 역량의 뿌리가 디자인(d)인지 아니면 디자인(D)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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