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71

비전공자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by UX민수 ㅡ 변민수


UX 분야에서 '비전공자'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이 단어는 도대체 무엇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문맥상 디자인(d)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디자인(d) 전공자가 이 분야의 중심이고, 나머지는 주변부라는 뜻, 진짜?




누가 중심인가


UX는 태생부터 다학제적이었다. 심리학, 인류학, 공학, 경영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디자인(d) 전공자'가 기본값이 되었다. 나머지는 '비전공자'로 분류된다. 정확히는 그렇게 쓰이고 통용된다.


이 구도는 은연중에 위계를 만든다. 디자인(d)을 배우지 않았다면, 뭔가 부족하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들어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UX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의 절반 이상이 디자인(d) 외의 영역에서 나오는데도 말이다.



다학제의 가치


UX에서 중요한 건 사용자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를 읽고, 맥락을 파악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일. 이 과정에서 심리학적 통찰, 통계적 사고, 서비스 설계 감각이 모두 필요하다.


디자인(d)은 이 중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이지만, 유일한 분야는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때 UX는 더 풍부해진다. (물론 이론적이고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심리학 전공자는 사용자 동기를 깊이 파고들고,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구현 가능성을 먼저 점검한다.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은 비즈니스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언어가 만드는 위계


'비전공자'라는 말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다. 이 단어는 누군가를 결핍의 위치에 놓는다. 무언가를 배우지 않은 사람, 채워야 할 공백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스스로도 그렇게 믿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나는 디자인(d)을 몰라서", "정규 과정을 밟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실제로는 충분히 가치 있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도, 자신의 배경을 약점으로 여기게 된다.



중심을 다시 정의하기


위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UX 분야는 애초에 '전공자'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곳이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해진 경로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경로가 존재하고, 각각의 경로가 고유한 강점을 만든다. 그래서 어려운 것, 어려운 곳이다.


중요한 건 출발점이 아니라 방향이다. 사용자를 이해하려는 태도,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해결책을 설계하는 감각. 이것들은 특정 전공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한 배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길러진다.


'비전공자'라는 말은 이 다양성을 흐린다. 마치 하나의 정답 경로가 있고, 나머지는 우회로인 것처럼 만든다. 하지만 UX의 본질은 다학제적 협력에 있다. 서로 다른 렌즈로 같은 문제를 바라볼 때, 비로소 온전한 해법이 나온다.




우리는 누가 중심인지 묻는 대신, 누구의 관점이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비전공자'라는 말은 의미를 잃는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분야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