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72

비전공자라는 착각

by UX민수 ㅡ 변민수


디자인(d)을 전공했는데 스스로를 비전공자 혹은 그에 가깝다고 말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밑도 끝도 없는 겸손일까? 이 모순이 UX 분야에서의 '비전공자'라는 개념의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공의 중심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스스로를 비전공자라고 부르는 현상은 흥미롭다. 이 표현 안에는 UX를 '비전공'으로 규정하는 암묵적 기준이 숨어 있다. 그 기준이 바로 디자인(d) 전공이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나 역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학부 시절은 물론 졸업 이후에도 내가 UX를 전공했다는 의식을 가진 적이 없었다. 돌고 돌아 UX 분야로 오는 과정은, 학부에서의 행동 패턴과 전혀 다른 방식과 방향의 산물이었다.


비전공자라는 프레임은 디자인(d) 비전공자뿐만 아니라, 디자인(d) 전공자들도 괴롭히는 개념이다. 그래서 나는 이 표현을 굉장히 싫어한다. 아무런 도움도 기능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 기능한다. 이 분야로의 접근을 저지하고 오해하게 만드는 기능



교육의 변화


지금은 학부에서 UX를 가르치는 것으로 안다. 커리큘럼에 UX 과목이 생기고, 전공 트랙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배우는 학생들의 학습 경험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질문을 받아 보면, 자신이 디자인(d)과 전공자지만 비전공자라고 인식하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도대체 UX라는 우주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정하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UX라는 분야 자체가 너무 방대하다는 점이다. 이 모든 원인은 이 방대함에 기인한다. 그러다 보니 부분에서 부분만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교육기간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식해야 하는 실용적인 지식은 교육이라는 박으로 퍼낼 수 있는 물의 양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커리어 여정은 내 기대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나 역시 헤맸다고 생각했지만, 물론 맞기도 하지만, 익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제법 필요했음을 지나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교육은 어쩌면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담아주는 게 아니라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여정을 갈 수 있도록 채비해 주는 게 더 값지지 않나란 생각도 해봤다.



경계의 모호함


UX는 디자인(d)이면서 디자인(d)이 아니다. 그렇다고 디자인(D)이라고만 하는 것도 온전치 않다. 심리학이면서 공학이고, 경영이면서 인문학이다. 이 모호함이 전공과 비전공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비전공자라고 느끼는 이유는, UX가 요구하는 사고방식과 학부에서 배운 것 사이의 거리감 때문이다. 논문에서의 검증과 같은 사고와 프로세스를 원하면서 정작 학부에서는 논문은커녕 졸업전시만 해본 경험은 당황스러움을 안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졸업전시가 무의미하다는 게 전혀 아니다. 그건 그거대로 의미가 있고, UXer로서의 기본 소양을 위한 활동은 또 별개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거리는 단순히 교과목을 추가한다고 해서 좁혀지지 않는다.



정체성의 재구성


지금 생각해 보면, '비전공자'라는 표현은 UX 분야가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한 결과다. 중심이 없으니 모두가 주변부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전공이 정체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점이다. UX는 배움의 출발점이 아니라 도착점도 아닌, 계속해서 재구성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학부 전공은 하나의 배경일뿐, 자격 요건이 아니다.




비전공자라는 표현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UX의 일부를 배우며 전체를 향해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전공은 시작을 설명하지만,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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