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73

UX를 선택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것

by UX민수 ㅡ 변민수


UX 분야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어떤 전공이 유리한가요?" 심리학, 디자인(d), 공학, 경영학... 어딘가에 정답이 있을 것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전공의 환상


취업 시장을 보면 특정 전공이 유리해 보이는 순간이 분명 있다. 공대 출신은 개발자와 대화가 수월하고, 디자인(d) 전공자는 비주얼 작업에 익숙하고, 심리학 전공자는 리서치 방법론을 알고 있다. 이런 차이는 실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유리한 출발선"을 찾는다.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라도 뭔가 확실한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다른 분야들은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의사는 의대를, 변호사는 로스쿨을, 회계사는 경영학을 거친다.



비교의 함정


문제는 UX가 그런 구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문학자가 우주를 연구할 때 우주의 광활함은 불안 요소가 아니다. 일종의 숙명이다. 우주가 너무 넓다고 투덜대는 천문학자는 없다.


UXer도 똑같다. 이 분야는 태생적으로 경계가 모호하고, 요구되는 역량이 계속 변하고, 정답이 없는 질문을 다룬다. 그게 본질이다. 다른 분야와의 비교를 통해 생기는 접근 난이도 같은 저울질은 이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이러한 서식 환경에 불만족과 불안을 느낀다면, 이는 진입 전부터 해당 분야와의 근본적인 궤를 달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숙명으로서의 불확실성


UX는 사용자와 기술, 비즈니스와 디자인, 데이터와 직관 사이에 존재한다. 한 영역만 깊이 파면되는 분야가 아니다.


물론 업무적으로는 버티컬 하게 쪼개져 있기도 하지만, 어떤 버티컬의 일이 맞고 맞게 될지 모르는 단계에서 탐색을 할 때는 이러한 불안정성을 역으로 즐길 필요도 있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구사해야 하고,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건 불편함이 아니라 그냥 조건이다. 천문학자가 우주의 크기를 받아들이듯, UXer는 이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전공이 유리한가 묻기 전에, 이 불확실성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준비된 불안


"어떤 전공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은 사실 "어떻게 하면 덜 불안할 수 있나"를 돌려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UX를 선택한다는 건 특정한 종류의 불안을 선택하는 일이다.


정해진 길이 없다는 불안. 역할이 계속 변한다는 불안. 누구와도 완전히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 이 불안을 회피하려고 이 분야에 들어왔다면, 방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불안을 연료로 쓸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준비된 것이다.




어떤 전공이 유리한지 묻는 대신, 이 광활함을 견딜 수 있는지 물어보라. 그게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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