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28살 직장인으로, 현재 교육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멘토님의 글과 책을 읽으면서 UX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UXer로 커리어 전환까지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비전공자라는 점이 자꾸 발목을 잡는 것 같아요. Figma 등 툴을 배우고, UX 방법론도 공부 중이긴 한데, 디자인(d) 감각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게 되더라고요. 멘토님께서 UX는 다학제적 분야라 비전공자도 충분히 강점이 있다고 하셨던 말이 인상 깊었는데,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디자인(d) 스킬이 중요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실무에서 디자인(d) 감각이 부족한 경우, 어떻게 보완해 나가면 좋을지도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 UX 직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디자인(d) 감각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자인(d) 비전공이라는 이유로 더욱 그러한데, 이는 본질적으로 잘못된 프레임에서 시작된 접근입니다.
UX 분야는 디자인(d) 전공 여부나 시각적 감각이 뛰어난지의 여부로만 결정되는 일이 사실 아닙니다. 그보다 더 넓고 깊은 역량을 요구하는 영역입니다. UX는 다양한 전공과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고유한 강점이 어느 정도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스스로를 비전공자라고 정의하는 순간, 본인의 장점과 가능성을 저평가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우선 ‘비전공자’라는 표현은 UX 직무에서는 솔직히 가스라이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UX는 다학제적 분야입니다. 심리학, 인문학, 공학, 경영학, 심지어는 생물학적 사고나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까지도 사용자 경험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UX는 사람의 행동과 인지, 감정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어떤 전공이든 사용자의 행동을 탐구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책을 설계하는 역량을 쌓아왔다면 이미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전공'이라는 개념이 붙는 순간, 스스로 디자인(d) 감각이나 툴 숙련도 같은 좁은 범주에만 집중하게 되고, UX가 본래 다루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문제 해결 관점은 놓치기 쉽게 됩니다. 오히려 자신이 해왔던 공부, 경험, 업무 등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에 집중해 왔고,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UX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물론 이러한 관점을 누군가는 대단히 원론적 조언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실에는 소위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GUI 역량이 반드시 포함된 영역의 업무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UX 분야의 전체상이라고 보는 것은 옳은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d) 감각은 UX 업무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문제를 보고, 해결을 설계하는가’입니다. 스스로 잘하는 것과 UX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해석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면,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이나 사회학, 인문학을 공부했다면, 사람의 행동과 인지 과정을 이해하고, 페르소나나 사용자 여정 맵을 설계할 때 더 깊이 있는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배경을 갖고 있다면,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UX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즉, UX 분야에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디자인(d) 감각을 넘어서 스스로의 역량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핵심입니다. 이 생각의 전환이 되어야만 비로소 UX에 적합한 사람이 됩니다. 디자인(d) 감각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시각적인 감각이나 디자인 툴 사용 능력은 기본적인 업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완해야 할 기능적인 부분일 뿐, UX의 본질은 아닙니다. 디자인(d) 감각을 키우고 툴을 배우는 과정은 오히려 실무를 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Figma 등 툴의 숙련도는 시간을 들이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며, UI를 구성할 때 참고하는 레퍼런스와 가이드라인은 이미 산업 전반에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조화하고, 사용자의 행동을 얼마나 세밀하게 분석하며, 사용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기획하는가입니다. 통상 이야기하는 디자인(d)은 이러한 과정의 마지막 단계이며, 그 마지막 단계에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사용자 경험을 담아내기 위해 시각적 요소가 필요한 것입니다.
디자인(d)을 포함하는 역량이 요구되는 UX 직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가진 역할은 디자인(d) 감각과 툴 숙련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디자인(d)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혹은 디자인 감각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억지로 그 방향으로만 나아가야 하는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스스로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심지어는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기를 쓰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선택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UX라는 분야는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역할이 존재합니다. 사용자 리서치, 서비스 기획, 데이터 분석, 콘텐츠 전략 등 디자인(d) 외에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는 매우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안에서 나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역할을 찾고, 그 역량을 필요로 하는 조직과 팀을 만나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UX라는 커리어의 본질이고, 단기적인 목표 달성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설계해 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UX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있으며, 이를 발견하고 심화해 나가는 긴 여정이 결국은 나를 더 좋은 UX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디자인(d) 감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급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강점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이 UX라는 분야에서 어떻게 유효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커리어의 여정은 시작됩니다.
Photo by Med Badr Chemmaou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