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공포'라는 허상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현재 29살, 비전공자로 UX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예비 UXer입니다. 원래는 인문학 계열 전공으로 졸업을 하고, 서비스직과 사무직에서 일해 왔어요. 하지만 고객을 응대하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UX 분야에 매력을 느껴 뒤늦게 진로를 바꾸게 됐습니다.
독학으로 Figma 등 툴을 익히며 작은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해봤어요. 문제는, 나이도 많고 디자인(d) 비전공자라 그런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도 이게 충분히 경쟁력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합니다.
비전공자이자 늦깎이 취준생이 UXer로 첫발을 떼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할까요? 학원 수강이나 대학원 진학까지 고민 중인데, 실무 경험 없이도 스타트업 인턴부터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UX 분야에서 나이와 전공은 정말 중요한 요소일지... 솔직한 멘토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 질문을 요약하면, 비전공자이자 29살이라는 나이가 UX 분야에 도전하는 데 장애물이 될지, 그리고 실무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학원 진학이나 학원 수강을 고민하며, 스타트업 인턴을 통해 첫 실무 경험을 시작할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조언을 요청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먼저 비전공자라는 배경이 과연 한계가 되는지에 대한 말씀을 드린 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서른의 공포'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나이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과 준비 방법을 이어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UX를 준비하면서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주저하거나,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d)을 전공하지 않았으니 어렵지 않겠냐', '기초가 부족하니 뒤처지지 않겠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고,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진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실제로 UX는 특정 전공이나 배경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이 융합되는 직무입니다. 오히려 비전공자라는 배경이 사용자의 관점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인문학, 서비스직 경험 등은 사용자 중심 사고를 기르는 데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와 불편함을 발견하는 능력은 UX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입니다. 전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입니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이 비전공자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다른 시각과 강점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관점에서 자기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이 UXer로 성장하는 데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스물아홉 즈음이 되면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옵니다. 주위 사람들은 어느새 자리를 잡은 듯 보이고, 나는 뒤처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른이 되면 너무 늦는 건 아닐까', '기회가 줄어들진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컸습니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때의 막연한 불안은 대부분이 허상이었습니다.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것도 아니고, 더는 시작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는 시기입니다. 시행착오도 충분히 겪어봤고, 여러 선택지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찾아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 역시 서른에 첫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기업의 채용 기준에서 나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솔직하지 못한 조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자들과 비교될 때 나이는 때로 고려 요인이 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그것이 결정적 기준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낼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이에 얽매이기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고, 이 직무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UX는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합니다. 나이나 전공보다 경험에서 비롯되는 깊이가 중요합니다. 멘티님이 서비스직과 사무직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으려 했던 경험은 이미 UX의 출발점에 서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사용자와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관찰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UX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것을 UX 관점에서 문제 해결 사례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포트폴리오 역시 단순히 결과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문제로 정의했고, 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직업적 방황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오히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됩니다. UX는 바로 이 타이밍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직무입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와 연결 지어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인생에서 여러 선택과 경험을 쌓은 시기입니다. 사람을 상대하고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생긴 직관과 통찰은 UXer로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저 또한 주변에서 서른 이후에 UX로 커리어를 바꾼 사례를 자주 봅니다. 특히 서비스 업계에서 일했던 동료들은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한 동료는 30대 초반까지 전혀 다른 업종에서 일하다가 UXer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은 사용자 조사나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누구보다도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했습니다. 결국 UX는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삶의 경험은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것을 잘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경험을 UX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 언어가 바로 포트폴리오이고, 지원하는 회사와의 접점입니다. 단순히 다양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유리한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사용자와 서비스, 비즈니스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UXer로 전환을 고민하는 멘티님처럼 실무 경력이 없는 경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것입니다. 특히 서른 즈음의 나이에서는 '인턴'이라는 단어가 괜히 더 주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서른이 넘어서 무슨 인턴이냐'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직무 전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중고신입'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경력의 처음은 있습니다. 다만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UX를 시작할 경우, 그 첫 실무 경험을 어디서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누구나 선호하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회사에서 신입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경력이 짧거나 없을 경우, 그런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경력직 채용 위주이거나 경쟁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인재 유치가 어렵고 채용 기준이 덜 엄격한 스타트업, 특히 이제 막 업을 시작한 초기 단계의 회사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회사들은 실무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조건이나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고, 업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을 빠르게 쌓을 수 있고,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몰입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험은 이후 커리어를 전환하고 탄탄히 쌓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판이 됩니다.
다만 이 과정은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초기에 원하는 직무와 실제 수행하는 업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체계가 부족한 환경에서 스스로 성장 방법을 찾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 전, 어떤 부분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른이라는 것은 숫자일 뿐입니다. 너무 괘념치 않고 '이 일을 왜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내가 원하는 UXer로 가는 길입니다. 물론 현실적인 조건들을 따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준이 '나이'가 되어버리면 오히려 길을 잃기 쉽습니다. 지금 이 직무를 왜 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깊게 하고, 그것에 맞는 준비를 차근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UX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D)'을 하는 것입니다. 멘티님이 지금까지 사람과 관계하고 서비스 현장에서 고민했던 그 시간이 오히려 큰 자산이 됩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른이 오히려 시작하기에 좋은 시간인 이유는, 스스로의 깊이를 알 수 있고, 선택에 책임질 준비가 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내가 진짜 원하는 직무에 대해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경험을 쌓아가며 길을 만들어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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