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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QNA

컴퓨터공학과 출신인데, UX를 배우고 싶어 졌습니다

개발 경험을 어떻게 UX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2년 차 직장인입니다. 요즘 서비스 기획이나 UX 쪽에 관심이 커져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막상 실무로 전환하려고 하니까 ‘내 개발 경험이 UX 분야에서 얼마나 유효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Figma 등 툴은 익히는 중인데, 퍼소나나 저니맵 같은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개발자적인 사고가 방해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멘토님은 개발 경험이 UX 업무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케이스를 보신 적이 있는지,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 어떤 점을 보완하면 더 경쟁력이 생길지 궁금합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개발 경험을 쌓아온 멘티님께서 UX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역할의 이동을 넘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UX 분야에서 개발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많은 개발자 출신 UXer들이 겪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그 고민의 지점을 중심으로, 두 가지 주요 트랙으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UXer 전환 동기의 명확화


우선 멘티님께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개발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UXer로 전환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흔히 개발보다 UX 직무가 어떠한 연유로든 더 끌려서인지, 아니면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어 자연스럽게 관심이 커졌는지에 따라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게 같아 보여도 동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여기에 더해, UXer가 되더라도 디자인(d)이 주를 이루는 직무를 원하는지, 혹은 디자인(d)보다 사용자 경험 전반을 아우르는 기획이나 전략 쪽으로 나아가고 싶은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그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디자인(d) 중심의 UX 직무로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는 개발 경험을 살려 UI와 UX 역량으로 확장하고, 이후 PM이나 PO 같은 비즈니스 중심의 직무로 넓혀가는 경로입니다. 각 경로가 갖는 특성과 접근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멘티님께서 어느 방향이 자신에게 맞는지 스스로 답을 내리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트랙 1: 디자인(d) 중심 UXer로의 진입


첫 번째 트랙은 개발 경험에서 벗어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전환하고자 할 때의 접근법입니다. 이 경우 가장 핵심이 되는 역량은 바로 시각적 완성도를 갖춘 디자인(d)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 전반을 고려하지만, 실무에서는 구체적인 화면을 설계하고 사용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인터페이스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이 기본이 됩니다.


디자인(d)은 UI의 비주얼, 타이포그래피, 컬러 시스템 등 눈에 보이는 요소들을 다루며,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고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각적 설계 능력이 필수입니다. 이는 단순한 화면 구성 이상의 감각과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되며, 사용자 경험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 트랙을 선택한다면 디자인(d)에 대한 관심과 감각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디자인 툴(Figma 등)을 다루는 것은 기본이고, 실전 프로젝트를 통해 시각적 표현 능력을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발자 경험이 이를 보완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요구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공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디자인(d) 역량을 키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으며 멘티님의 UXer가 되고자 하는 목표에 달린 부분이라 첫 번째 트랙으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디자인(d)에 대한 흥미와 몰입이 없다면 이 트랙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설계에 매력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다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강점 있는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트랙 2: PM/PO 직무로의 확장형 트랙


두 번째 트랙은 개발 경험과 UX에 대한 관심을 결합해, 궁극적으로 PM이나 PO와 같은 제품 중심의 직무로 나아가는 경로입니다. 이 경로는 UX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반드시 시각적 디자인을 직접 수행하는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개발과 기획, 사용자 경험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비즈니스와 기술, 사용자 요구를 모두 고려한 제품 전략 수립이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기존 개발 경력이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큰 회사에 계실 경우라면, 사내 공모나 직무 순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PM이나 PO 직무로의 이동이 비교적 유연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적으로 개발 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인정받거나,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기능 기획 경험을 어필할 수 있다면 UX 직무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 지식을 갖춘 UX 인력은 프로덕트 팀에서 신뢰받는 핵심 멤버가 되기 쉽습니다.


이 트랙은 개발과 기획, 비즈니스 간의 접점을 찾고 이를 제품 전략으로 풀어가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 PO로서 전체 제품 경험을 책임지거나, PM으로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가는 역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개발 경력의 이점과 두 트랙의 차이점


멘티님의 개발 경험은 두 트랙 모두에서 가치가 있지만, 그 활용 방식은 분명히 다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전적으로 왜 UXer가 되고자 하느냐인 개인의 목표 여하에 달렸을 뿐 어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는, 첫 번째로 소개드린 디자인(d) 중심 UXer 트랙은 개발 경력이 직접적인 어드밴티지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겠지만, PM/PO 트랙은 오히려 개발 경력이 강력한 어필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내 공모나 내부 직무 이동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에서 PO/PM으로 이동하는 경우, 개발과 UX를 아우르는 실무 경험이 제품 중심 직무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기에 조금 더 전환이 용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기대 이상으로 많은 전환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에 대해서는 솔직히 각오가 되어 있으셔야 향후 벌어질 이벤트를 잘 이겨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멘티님께서 UX라는 직무에서 어디에 방점을 두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답에 따라 이후 커리어 전략과 준비 과정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 멘티님께서 어느 루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준비와 전략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일반적인 UXer로서 프로덕트 디자이너 방향의 직군을 희망하신다면 디자인(d)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감각을 키워야 하고, 반면 제품 기획과 전략을 중심으로 하고 싶다면 개발과 UX 경험을 융합해 PM 혹은 PO로의 전환을 장기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충분히 현명한 선택입니다.


두 길 모두 멘티님이 가질 수 있는 경로이며, 어느 쪽을 선택해도 UXer 것이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방향성과 강점, 그리고 무엇을 더 잘하고 싶은지를 중심으로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답은 멘티님께 있으며, 저는 그 선택을 응원하겠습니다.



Photo by Luca Brav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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