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26살 대학 졸업 예정자입니다. 그동안 툴 공부도 열심히 해왔고, 졸업 전시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려니 너무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GUI, UI, UX 중 어떤 분야로 가야 할지도 헷갈리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도 감이 안 와요. 더 혼란스러운 건 요즘은 디자인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코딩이나 기획력,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다양하게 요구된다는 점인데, 제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웹디자인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느꼈지만, 동시에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고민도 많이 됩니다. 요즘은 대기업, 에이전시, 스타트업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각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졸업 후 1~2년의 커리어 전략은 어떻게 짜는 게 좋을지 멘토님의 진짜 경험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멘토님 책을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을 앞둔 상태에서 진로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을 토로하셨습니다. GUI, UI, UX 중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또 디자인 외에도 요구되는 다양한 역량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혼란스러우시다고 하셨네요. 또한 대기업, 스타트업, 에이전시 중 어디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도 고민이 되신다고 했습니다. 멘토로서 제 진짜 경험에 기반한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을까’라는 불안일 겁니다. 저는 다양한 진로 고민 끝에 UX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 또한 완벽히 확신이 있었던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UX, UI, GUI 중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헷갈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하나가 나에게 정답이 될 수도 없다는 점입니다.
UX는 다양한 전공과 경험이 융합되는 분야입니다. 본인의 시각디자인 백그라운드는 GUI나 UI 작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으며, 나아가 UX로의 확장도 가능합니다. UX의 정의 자체가 회사마다, 프로젝트마다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히 UX로 들어가지 않아도, GUI나 UI 디자인을 하며 UX와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즉, 좁혀간다는 이미지가 보다 현실적입니다. 그러니 고민조차 자연스러운 과정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첫 커리어는 ‘완벽한 직무적합성에 부합하는 무대’보다 차라리 ‘작은 조직에서라도 실무를 직접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추천드립니다. 즉, 탐색을 해보란 뜻입니다.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에이전시에서는 오히려 UX, UI, 기획까지 두루두루 해보며 나와 맞는 분야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빠르게 해소해 줄 것입니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의 양이나 시각적 퀄리티보다도,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과정이 드러나야 합니다. 특히 시각디자인 전공자들은 디자인(d)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전략과 사고과정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는 페르소나 설정, 시나리오 기반의 문제 정의, 정보구조 및 와이어프레임, 최종 프로토타입 등의 흐름을 가능한 한 일관되게 담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담으라는 게 아니라 필요한 프레임워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프로젝트가 여러 개일 경우, 시각적으로 통일된 포맷을 유지하되 단일 템플릿으로 일관한 인상을 주진 않아야 합니다. 각 프로젝트별로 문제 → 해결방안 → 결과라는 구조가 드러나도록 구성하되, 프로젝트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과정이 동일하게 전개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도 포트폴리오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GUI 중심의 회사에 가고 싶다면 비주얼이 강조된 작업이 들어가는 게 좋고, 사용자 리서치 기반의 UX 조직에 어필하고 싶다면 프로세스 중심의 작업물을 비중 있게 다뤄야 합니다.
각 조직은 일의 방식, 배울 수 있는 폭, 커리어 성장의 결이 전혀 다릅니다. 제가 겪은 바를 기반으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기업은 조직이 잘 나뉘어 있어 정형화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체계는 비교적 잡혀 있지만, 자유도는 낮고 실무 경험이 특정 영역으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대기업에서 UX 전체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어진 일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에이전시는 프로젝트 기반으로 빠르게 다양한 도메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춘 실무를 하면서 리서치, IA, UX 설계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단위로 일이 몰리는 등 소위 말하는 워라밸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기 때문에, A부터 Z까지 모든 걸 해볼 여지가 큽니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고 자율성이 높습니다. 경험의 깊이는 부족할 수 있어도 넓이는 가장 넓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 역시 초기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며 UX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졸업 후 1~2년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에이전시에서 최대한 많은 실무를 경험하고 나중에 내가 정말 원하는 기업이나 분야로 이직하는 전략을 추천드립니다. 대기업은 공채도 없고 뽑는 인원도 시기도 보장된 게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 ‘UX 안에서도 어떤 분야가 나와 잘 맞는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가져야 나중에 유리합니다.
디자인(d)만 잘한다고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코딩, 기획력,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함께 요구된다는 점,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갖춰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만 커질 수 있습니다. 업무에 따라 요구되는 중점 역량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느낀 UX 실무 역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문제를 잘 정의하고 맥락을 읽는 힘.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방향을 조율하는 역량. 셋째, 내가 만든 결과물을 수치와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 그리고 이 모든 역량은 실무에서 ‘해보면서’ 익히는 것이지, 공부만으로 쌓이진 않습니다.
툴 사용은 기본기일 뿐, Figma 등은 얼마든지 일을 하면서도 익힐 여지가 있습니다. 코딩 역시 UXer로서 직접 구현까지 할 수준이 아니더라도 HTML, CSS, JS 구조를 이해하고 개발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물론 직무에 따라 필수도 아닙니다. 너무 스펙에만 매몰되지 마세요. UX는 경험이 자산이 되는 직무입니다.
처음부터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UX는 직접 부딪히고 실무를 경험해야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구분되는 직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해보자'는 자세로 가볍게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에서 실무를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와닿지 않겠지만 이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맞는 커리어 방향이 보일 수 있고, 꼭 UX가 아니더라도 PM, 기획자, 리서처로의 전환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GUI 중심의 시각디자인이 맞다고 판단되면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방법입니다. UX는 여러 가지 가능성 위에 서 있는 직무입니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답을 요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은 마음 가는 곳, 나를 찾는 곳에서 뭐든 시작부터 해보세요.
경험을 쌓고, 나중에 대학원이나 대기업으로의 전환을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커리어 설계는 불가능합니다. 작게라도 시작하고 그 경험을 자산으로 삼는 것, 그것이 UX 커리어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야가 그렇게 생겨먹었다랄까요?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한 마음보다는 작은 실행으로 경험을 쌓아나가며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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