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현재 산업디자인을 전공 중인 3학년 대학생입니다. 요즘 졸업 프로젝트 주제를 준비하면서 '물리적인 제품에서도 UX적 사고가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걸 점점 실감하고 있어요. 특히 스마트 기기처럼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맞물리는 제품은 물론이고, 단순한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에서도 사용자의 맥락과 감정 흐름을 읽어내는 게 관건이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물리적 제품의 UX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리서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예컨대 페르소나나 저니맵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와요. 특히 실제 사용 환경을 어떻게 시뮬레이션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지도 막막하고요. 물리적 UX를 다룰 때는 어떤 기준이나 사례를 주로 참고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바쁘시겠지만 조언 부탁드립니다!
➥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하시며 물리적 제품에서도 UX적 접근이 중요함을 체감하고 계시군요! 이에 따라 물리적 제품의 UX 설계는 어떻게 접근하고 리서치해야 하는지, 특히 페르소나나 저니맵의 활용법과 실사용 시뮬레이션 방법, 그리고 실무에서 참고하는 기준이나 사례에 대해 조언을 요청하셨습니다.
요즘 'UX'라고 하면 대부분 디지털 제품, 특히 앱과 웹 기반의 UI 설계를 떠올립니다. 이건 단순한 오해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거의 당연하게 여겨지는 잘못된 전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UX는 본래 물리적 제품을 포함한 총체적 사용자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인간공학이나 인간요인 같은 전통 학문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으며, 초기 UX는 버튼의 촉감, 제품의 형태, 조작의 직관성 같은 요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전히 제조사에서는 CMF(Color, Material, Finish)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UX의 중심축을 디지털로 완전히 옮겨놓았고, 이제는 화면 기반의 정보 구조와 인터랙션 설계를 UX의 전부처럼 받아들이게 된 상황입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모바일 기반 UI와 UX, 나아가 플랫폼 경험 중심의 이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물리적 제품 맥락은 오히려 주변부로 밀려나다시피 하게 되었죠. 멘티님이 느끼시는 괴리감은 바로 이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제조업 기반 UX 실무자로서, 이처럼 UX 본질과 현실의 간극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이라는 표현은 한글로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산업디자인과 프로덕트 디자인이 구분 없이 섞이곤 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Industrial Design'은 물리적 제품의 형태, 구조, 사용성을 설계하는 영역이라면, 오늘날 'Product Design'은 디지털 제품을 다루는 UX 혹은 UI 중심 설계를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서비스 디자인(Service Design)은 디지털에 가까운 용어 같아 보이지만, 디지털보다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 공공 시스템, 조직 구조와 같은 물리적 맥락에 가까운 방향으로 활용되는 개념이죠.
이처럼 UX라는 우산 아래 산업디자인, 프로덕트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이 각자 다른 뿌리와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는 만큼,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멘티님 같은 분들은 스스로 어떤 맥락의 UX를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설계 흐름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다소 디지털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그 경계를 허무는 융합형 UX 설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전통적인 물리적 UX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제는 대부분의 제품에 디스플레이가 들어가지 않은 경우가 더 드뭅니다.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심지어 운동기구나 화장실 변기까지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연동되고 있죠. 오히려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UI가 공존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 둘의 접점을 고려한 설계야말로 진정한 UX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 외관과 앱 UI, 음성 인터페이스와 터치패널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그 경험의 흐름이 맥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건 디지털 기반 UX 업무 경험만 가진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이런 점에서 UI 설계만 가능한 디자이너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물리적 인터랙션까지 고려한 홀리스틱(Holistic) UX 업무가 가능하다면, 실무에서 매우 희소한 역량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결국 멘티님 같은 산업디자인 출신이 UX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제품 중심 UX와 서비스 중심 UX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물리적 제품의 UX 설계는 사용자 ‘행동’ 중심의 리서치가 필수입니다. 단순히 설문이나 인터뷰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용자 곁에 머물며 실제 사용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리적 제품이 놓일 시공간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실무에서는 ‘컨텍스트 리서치’, ‘쉐도잉’, ‘에스노그래피’ 같은 현장 밀착형 방법들이 활용됩니다. 이런 방법론은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전문적인 리서치 조직을 보유하지 않는 한 시도가 어렵고, 전문업체에 맡기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마련입니다. 디지털처럼 로그가 남지 않기 때문에 담당자가 직접 느끼고 해석하는 감각 또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페르소나나 저니맵도 물리적 제품 중심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사용자 유형’이 아니라 ‘사용 조건’이 본질이 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스마트 주방기기의 UX를 설계한다면, 사용자의 행동 흐름과 손의 위치, 제품을 사용하는 시간대, 주방이라는 제한된 공간 구조를 고려한 사용자 모델이 되어야 하죠. 어찌 보면 이러한 빈틈을 설명할 개념의 역설적인 필요로 인해서 탄생한 용어 중 하나가 CX(Customer Experience)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물리적 UX는 디테일의 UX입니다. 버튼의 감도, 손의 접촉면, 기기의 반응 속도, 음향 피드백 등 하나하나가 모두 설계 요소가 됩니다. ‘느낌’을 설계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시각적 피드백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이, 물리적 제품에서는 촉감이나 무게, 그립감, 심지어는 향까지 구현되어야 하며, 이 차이는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습니다. 디지털 환경이라면 거의 생각도 하지 않는 요인들입니다.
실무에서는 실제 사용자와의 반복 테스트를 통해 그 미세한 차이를 조정하고, 제품 엔지니어와 협업하여 기구적인 수정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버튼 하나에도 수십 가지 샘플을 테스트하여 어떤 클릭감이 가장 만족스러운지를 찾아가는 작업이 수반됩니다. 멘티님이 강조하신 ‘인터랙션의 디테일’이야말로 이런 과정에서 빛을 발합니다.
물리적 UX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때는 단순히 제품 외형이나 UI 결과물이 아니라, 사용자 행동 분석과 인터랙션 흐름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특히 제품과 UI가 어떻게 연결되고, 그 경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상, 시나리오, 사용자 피드백 등을 포함해 ‘경험의 증거’를 시각화해 주세요. 디지털 툴은 Figma 등으로 시나리오를 정리하되, 그 바깥의 물리적 경험이 함께 설명되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했는가의 서사라기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보고자 하는 전문성이 무엇인가를 알고 임하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프로덕트 디자인 전형에서 산업디자인 포트폴리오로 오인될 수도 있기에 밸런스를 잘 찾아야 합니다.
UX는 디지털 UI를 설계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지금의 디지털 편향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그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적 UX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멘티님이 졸업 프로젝트에서 느끼신 문제의식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UX 본질에 대한 통찰이 시작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물리와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를 허무는 설계를 통해, 앞으로 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UXer로 성장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