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자 입장에서 궁금한 이야기들
저는 현재 UX 신입을 준비 중인 취준생입니다. 수개월간 공들여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지만, 지원할 때마다 ‘읽히기나 할까?’라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습니다. 때론 자소서에 공을 들인 만큼 포트폴리오는 간략하게 구성해도 될지 고민되고, 때론 반대로 화려한 포트폴리오가 자소서를 압도해도 괜찮을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정말 포트폴리오를 다 보시나요? 채용자는 어떤 기준으로 서류를 필터링하시나요? 서류와 면접 사이, 어떤 정보가 결정적일까요? 이런 궁금증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채용자 입장에서의 ‘시선’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에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현직자 분들이 신입 UXer를 채용할 때 어떤 요소를 중심으로 판단하시는지, 또 지원자 수가 많을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필터링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발표 전에 이미 채점표 같은 기준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로 평가하는지도요. 혹시 사내에서 실제로 어떤 사람이 ‘포트폴리오 심사’를 맡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UXer로서 ‘사용자의 관점’을 배우고 있지만, 정작 취업에서는 ‘채용자의 관점’을 제대로 몰라 허둥대는 자신을 보며, 이 질문을 꼭 드려보고 싶었습니다. ‘포트폴리오 다 안 본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읽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지, 진짜 실무자의 시각에서 알려주세요.
➥ 질문을 읽으며 “UXer다운 질문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하는 UXer가, 채용자라는 ‘최종 사용자’를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이미 매우 바람직한 출발입니다. 포트폴리오가 과연 읽히기나 하는지, 채용자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UX 실무자이자 채용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답변드려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 보지는 않습니다. 훑어봅니다. 근데 왜 그럴까요? 더 정확히 말해서, 왜 그래도 될까요?
우선 심사자는 대부분 실무자나 중간 관리자이고, 이분들은 채용 전담 인력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자기 일도 해야 하며, 채용은 부가 업무에 가깝습니다. 즉, 포트폴리오란 사실 부과된 일이라 맥락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노력을 최소화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것이죠. 그럼 이런 생각이 들 테죠.
지금 내 인생이 걸려있는데 대충(?) 본다고!?!!
열받을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죠. 그렇지만, 자, 다시, 왜 그래도 될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 봐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검토 및 면접관으로 참여도 했지만, 그보다 다년간 멘토링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많은 포트폴리오를 접해왔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제가 포트폴리오를 보는 법을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인상: 정말 10초 안에 전체 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습니다. 그냥 눈에 정보를 보여준다랄까요.
디테일 확인: 만들어진 흐름을 최대한 따라가며 살펴봅니다. 전체 흐름, 연결관계, 객관성 등을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첫인상과 디테일 확인 시 인상을 비슷한 경우가 사실 대부분인데, 게 중에는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훑은 것과 자세히 보는 것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지만 간혹 있다는 것이죠. 결국 훑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원하는 걸 가진 지원자가 누군지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실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 나간 것이 아니라, 지원자로서 경쟁 무대에 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기업이나 체계화된 조직은 기본적인 평가 항목표(Score Sheet)를 마련해 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포트폴리오르 점수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절차가 중요한 조직일 경우, 합불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기에 점수화하고 이를 위한 나름의 잣대를 갖추는 것이 보편적이긴 합니다.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문제 정의에 대한 사용자 관점의 설득력
디자인(d) 결과물의 시각적 퀄리티와 완성도
팀 협업/프로세스의 반영 및 기여도 수준 점검
전형이 원하는 도메인 지식이나 관련 경험 확인
문서의 전반적인 정리감(오탈자 포함)과 구성력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만든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얼마나 가깝냐입니다. 이걸 많이 헷갈려합니다. 즉, 어떤 전형에서 포트폴리오로 당당히 1등을 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잘 만든 포트폴리오와 우리 회사가 원하는 역량을 가졌는가는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것은 직무 직결성이 보이는 콘텐츠를 보유했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 됩니다. 합불이라는 당락은 독보적인 완성도가 아닌 회사와 가장 가까운 인재상의 흔적들에서 옵니다. 어떤 의미에선 이 자체만으로 경쟁력을 논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읽힌다는 것은 단순히 가독성을 의미하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해보자면, 아무 슬라이드나 랜덤 하게 빼고 제출한 포트폴리오가 있다고 칩시다. 잘 만든 포트폴리오일수록 그 빠진 장이 존재하고 어느 곳에서 유실되었는지를 추측 가능합니다. 짜임새란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잘 짜여 있지 않게 되면 설령 한 장이 유실돼도 티가 나질 않습니다. 애당초 그 슬라이드는 있으나 마나 했단 소리가 됩니다. 짜임새에 기여하질 않았다는 증거가 되지요.
이게 대수롭지 않은 비유처럼 들릴 수 있는데, 내가 밤새가며 열심히 만든 어떤 페이지의 존재가치가 전자인지 후자인지를 명확히 알고 만들 줄 아는 이가 시니어이자 숙련자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이러한 짜임새와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살펴보는 이모저모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명확한 목적: 프로젝트 소개 슬라이드에 “이 프로젝트로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가?”가 드러남
과정 중심 서술: 결과보다는 문제 해결과정에서의 사고 흐름이 중심
내러티브 구성: 읽는 사람이 ‘궁금해서’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듦, 그리고 그 기대에 부흥
관점 전환: “내가 이걸 했다”보다는 “왜 이걸 했는가”에 더 집중
컨텍스트 기반 구성: 같은 내용이더라도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요인에 대해 얼마나 사려 깊게 접근했는가
논리적 긴밀성: 이전/다음 내용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체인관계인가 (인과 관계로 구성되었는가)
많이들 포트폴리오에 거의 90% 이상의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해가 가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포트폴리오기 9배 더 중요해서라고 이해해선 곤란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많이들 자기도 모르게 자소서를 등한시하곤 합니다.
신입은 포트폴리오보다도 자소서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눈에 띌만한 프로젝트가 어차피 없다면 결국 변별력은 자소서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AI 시대에서도 여전히 자소서를 보는 이유라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한 가지, 자소서는 자소서 혼자서 기능하지 않습니다. 자소서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왜 UX를 하려고 하는지 → 동기: 다른 분야가 아니라 왜 하필 UX?
UX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 목표: 일에 대한 가치관, 발전 가능성, 인적 투자 방향 타진
내가 UX에서 강점일 수 있는 이유 → 차별화: 다른 UXer가 아닌 지원자를 택해야 하는 이유
이 직무와의 Fit 우수성 → 직무 직결성: 내가 가진 역량의 회사와 어떻게 시너지가 날 지
이 네 가지가 어설프게 전달되면, 포트폴리오의 설득력도 반감됩니다. 포트폴리오는 구조이고, 자소서는 그 구조를 지지하는 메시지입니다. 물론 기준과 잣대는 더 있을 수 있고, 면접관 마다도 다르겠지만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을 몇 가지 풀어봤습니다.
채용자 입장에서 UXer의 포트폴리오란, UX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작품집’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태도를 보여주는 인터페이스입니다. UXer가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설득하듯, 포트폴리오로 채용자를 설득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멘티님처럼 채용자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사고 자체가 이미 ‘UX적인 성장’입니다. 너무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읽히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걱정이라면, ‘읽고 싶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관점 전환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시작은, 내가 아니라 상대를 향한 관심과 관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