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UX 준비생, 피그마부터 배워야 할까요?

툴은 젓가락질입니다. 잘하면 좋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영상디자인을 전공 중인 대학생입니다. 수업 중 UX와 UI 분야에 흥미가 생겨 진로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피그마는 기본”, “툴 못 다루면 시작도 못 한다”는 말을 많이 해서 당황스럽습니다. 한편으론 정말 툴이 그렇게까지 중요한지, 그보다 앞서 준비해야 할 역량은 없는지 고민도 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려면 바느질부터 배우듯, 피그마부터 익혀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 멘티님 안녕하세요. 피그마부터 배워야 하냐는 질문은 요즘 UX 입문자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고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툴은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본질은, 마음은 급한데 방향은 못 잡겠으니 생긴 고민입니다.




툴은 젓가락질, UX의 본질은 식사


피그마나 프로토파이 같은 툴은 UX 설계 결과물을 표현해 주는 도구입니다. 마치 밥 먹을 때 젓가락을 쓰는 것과 같죠. 젓가락질을 잘하면 보기 좋고 능숙해 보입니다. 협업할 때도 편하고요. 하지만 젓가락질이 서툴다고 해서 밥을 못 먹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음식을 제대로 알고, 잘 씹고, 소화시키는 능력이죠. UX도 마찬가지입니다. 툴은 보여주는 수단일 뿐, 본질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사용자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있습니다.



‘피그마만 잘하는데도 떨어졌어요’라는 현실


현업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툴은 자신 있었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입니다. 실제로 포트폴리오만 보면 눈에 띄게 잘 만든 결과물인데도, 면접에서는 그 배경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 흐름을 구성했는지,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풀었는지가 빠진 겁니다. UXer는 결과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해결자이자 설계자입니다. 툴은 그 해결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팔’일 뿐이지, 생각 그 자체는 아닙니다.


이런 표현이 그래서 뭐가 중요하냐는 질문을 더 달아오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찬물을 붓겠습니다. 굳이 고르라면 툴은 1순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 0순위는 될 수 없습니다.



바느질과 패션 디자이너 비유


바느질을 잘하면 패션 디자이너? 물론 진술이 틀렸다고 할 순 없겠지만 무언가 어색합니다. 바느질을 할 줄 알아야 옷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옷에 대한 감각, 사람을 관찰하는 눈, 스타일에 대한 철학입니다. 누군가는 바느질은 서툴지만 뛰어난 패션 연출력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손재주는 좋지만 디자인 감각이 부족할 수 있어요. 툴도 마찬가지입니다. 피그마는 필요하지만, 패션 감각 없이 재봉만 잘하는 사람처럼 될 수는 없어요.


배워야 하되, 배움의 균형과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초반부 툴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올라야 하는 산 정상을 가리는 안개와 구름입니다. 조금 뚫고 올라가면 정상이 보일 것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오른손잡이라서 오른팔 운동만 하나?


UX는 머리로 문제를 정의하고, 손으로 그 해결안을 표현하는 일입니다. 흔히 피그마 같은 툴은 오른손처럼 많이 쓰는 손이고, 사용자 리서치나 문제 정의, 설득 구조는 왼손처럼 상대적으로 덜 쓰이지만 꼭 필요한 손입니다. 오른손잡이라도 양팔 모두 고르게 운동해야 균형이 잡히듯, UXer도 사고력과 도구 사용 능력을 동시에 길러야 합니다. 툴은 그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만으로 논의가 끝나면 절반짜리 UXer가 됩니다.



툴 학습보다 먼저 해야 할 질문 루틴


툴 공부 전 꼭 훈련해야 할 건 질문하는 습관입니다. 지금 사용하는 앱을 보면서 아래 루틴을 반복해 보세요.

이 기능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사용자는 어떤 흐름에서 불편을 겪을까?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 설계가 나을까?

이걸 내가 시각화한다면 어떤 구조가 효과적일까?


이 루틴이 익숙해지면 피그마는 훨씬 ‘쓰임 있는’ 툴이 됩니다. 단지 버튼 예쁘게 꾸미는 도구가 아니라, 내 아이디어를 정확히 전달해 주는 무기가 되거든요.




현실적으로 툴은 기본기입니다 물론 이상적인 얘기만 하고 싶진 않아요. 요즘 신입 UXer 채용에서는 피그마 능숙자가 우대받는 게 현실입니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구성, 컴포넌트 활용, 프로토타이핑 능력은 일정 수준 요구돼요. 특히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에서는 툴 숙련도가 ‘즉시 투입 가능성’과 직결되니까요. 그러니 “툴 안 배워도 돼요”라는 말은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툴만 잘하면 된다”는 건 더 위험한 착각이에요. 툴은 ‘디자인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보여주는 법’입니다. 피그마는 요즘 UX 씬에서 젓가락도, 바느질도, 오른손도 맞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UX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배워야 하지만, 왜 배우는지를 잊지 말고 배워야 합니다. 툴과 사고, 감각과 표현, 양팔 모두를 단련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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