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을 훼손하는 것은 포트폴리오 윤리에 어긋난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UX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은 26살 취준생입니다. 대학 시절 공모전과 캡스톤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한 UX 관련 프로젝트가 몇 개 있고, 그때 만든 아이디어가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다고 느껴져서 최근 포트폴리오로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들이 이미 1~2년 전에 진행된 작업들이다 보니, 최신 트렌드나 시장 변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현업에서는 ‘요즘 문제’를 다루는 포트폴리오를 더 선호한다고 들어서 괜히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미 진행한 프로젝트라도 리프레시해서 포트폴리오로 구성해도 괜찮을까요? 아니면 새롭게 문제를 정의해서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나을까요? 제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방향을 잘 정하고 싶어요.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UXer로 커리어 전환을 준비 중이시며, 과거 공모전과 캡스톤 프로젝트에서 진행했던 UX 아이디어들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도 괜찮을지 고민이신 것으로 보입니다. 다소 시간이 지난 아이디어라 최신성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며, 새롭게 문제를 정의해서 새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된다고 하셨네요. 답변드리겠습니다.
아이디어의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기록성’과 ‘맥락’입니다. 실제로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나 최근에 했느냐’도 물론 있습니다만, 당시 ‘그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떻게 전개했는가’입니다.
그러니까 예전에 한 프로젝트는 미숙함이 녹아있기 때문에 최신 프로젝트가 중요한 것으로, 과거 프로젝트에는 당연히 미숙함이 묻어나야 정상입니다. 그래야 성장이 눈에 보이겠죠. 그러나 대부분 이걸 지우고 감추게끔 멘토링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과거 프로젝트에 애정을 갖고 여전히 어떤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것은 분명한 자산입니다. 다만 그 자산을 지금 시점에서 마치 새롭게 만든 것처럼 리디자인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일부 멘토들은 예전 프로젝트를 지금 관점으로 새로 만들라고 조언하지만, 이는 포트폴리오 윤리에도 어긋납니다.
저는 이것을 ‘현장감’이라 부릅니다. 당시의 제약 조건, 팀 구성, 타협점, 실행 배경 등은 오히려 그 프로젝트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는 근거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장감을 지우는 리디자인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실무자의 시선에서 볼 때, 진정성 없는 포장보다 오히려 생생한 제약과 현실 속 결정들이 더 신뢰를 줍니다. 포트폴리오란 결국 해석의 기록이지, 결과물의 미장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장감 = 기록성 X 맥락
기존 프로젝트를 리디자인하고 싶을 것입니다. 단점이 이제 보이기 때문이죠. 핵심은 ‘재구성’이 아니라 ‘재해석’입니다. 그때의 판단이 지금 기준에서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를 돌아보고, 지금의 시선으로 보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당시엔 사용자 조사 없이 진행했지만 지금이라면 서베이와 인터뷰를 통해 어떤 데이터를 확보했을 것인지 가정해 볼 수 있고, 경쟁 분석이 빠져있었다면 현재 시점의 시장 자료를 통해 그 부분을 보완해도 됩니다.
이렇게 보완된 내용은 ‘새로 고쳤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때는 이런 한계가 있었고 지금은 이렇게 해석된다”는 주석의 방식으로 담아야 합니다. 이 방식이야말로 실무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리디자인 접근법입니다.
리디자인과 별도로,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 내가 어떤 문제를 보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를 보여주는 용도입니다. 예전 프로젝트가 ‘과거의 나’를 보여준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현재의 나’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를 꾸미기보다는, 지금의 관심 주제나 이슈를 다룬 1~2주짜리 실험적 시도도 좋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완성된 UI나 결과물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문제 정의와 관찰, 해석, 리서치 중심의 기획 스프린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스냅샷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리서치 약점을 보강하고 싶은 요량이 크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핵심은 내 눈에 보이는 단점을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서 보강을 하라는 것입니다. 애당초 보강이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잘할 필요도 없는 셈입니다. 예컨대, 요즘 같은 시기에 필요한 ‘문제 감도’—AI 인터랙션, 탄소중립, 고령화 사용자, B2B 복잡도 문제 등—를 중심으로 “지금 성장한 나는 이 주제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을 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결국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구성하려면, 두 축이 병렬로 놓이면 좋습니다.
과거 프로젝트: 회고 중심의 리프레시 (문제 정의 – 당시 상황 – 지금의 관점에서 회고 – 보완 주석)
사이드 프로젝트: 최신 이슈에 대한 현재의 문제 정의 감도 (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콘텐츠 위주)
이 두 개가 나란히 있으면, 채용자는 멘티님이 “기록을 존중하는 동시에, 지금도 학습하고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포트폴리오에 보여줄 ‘완성도’보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더 신뢰를 줍니다. 과거를 성형하는 대신, 해석과 실험이 보다 정직한 표현입니다
기존 프로젝트를 포장하거나 새로 꾸미는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 시간에, 그때의 실수를 진솔하게 되짚고, 지금이라면 어떻게 다를지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현재의 시선으로 짧고 날카로운 문제 정의를 실험해 보세요.
이 방식이야말로 실무자들이 믿고 응원하게 되는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멘티님의 진정성과 성장 가능성이 이미 느껴집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다듬고, 새롭게 한 발만 더 내디뎌 보세요. 그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