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90년대생과 UX의 평행이론

잘 몰랐던 진실로부터 시작해 보는 UX 이야기

by UX민수 ㅡ 변민수

이것은 어쩌면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또한 분명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93년생, 밀레니얼의 끝에서 길을 잃다


“위로는 아날로그를 관통한 언니 오빠들, 아래로는 스마트폰이 손가락에 붙어 태어난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사이에서 늘 설명되지 않았고, 그냥 좀 빨리 철든 애처럼 살았죠. 근데... 저는 진짜 어른이 된 적이 있었을까요?” – 93년생 프로덕트 디자이너


93년생은 ‘후기 밀레니얼’이라 불린다. 1989년부터 1995년 사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환기를 몸으로 겪은 마지막 체감 세대. 유년기에는 벽걸이 달력을 넘기며 살았고, 초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PC방과 싸이월드를 마주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자 '터치'라는 기술이 도입되며 세상이 손끝에서 바뀌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스마트폰은 필수품이 되었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SNS는 감정 표현의 기본값이 되었다. 어릴 적엔 디지털 기기 없이도 잘 놀았지만, 사회에 나와선 IT 역량이 없으면 낙오자로 취급받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그에 맞춰 움직였지만, 그 어디에도 ‘나만의 속도’는 허용되지 않았다.


늘 눈치껏 빨리 움직였고, 그만큼 더 일찍 지쳤다. 책임은 어릴 적부터 익숙했지만, 권한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다. 사실 감정이 많았고, 감각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다들 너무 바빠서, 그리고 너무 빠르기만 해서 결국 꾹꾹 눌러두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잘 적응했지만, 인정받기는 어려웠다. 언제나 중심 부근에 있었지만, 제대로 중심에는 서보지 못했다.


‘왜 아무도 우리 세대를 정리해주지 않는 걸까? 왜 모든 세대가 날 설명하려 들면서, 나는 늘 애매하다는 말로만 끝나는 걸까?’


93년생은 어릴 땐 M세대로 묶였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Z세대 후배들의 속도와 감각에 주눅 들기 일쑤였다.


"너는 그때 왜 그렇게 못 했어?"라는 질문이 그들에겐 지나치게 빠르게, 당연하게 던져졌고, 나는 그것에 답할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디지털 이전의 감각을 이해하지만, 디지털 이후의 효율성에도 적응한 사람. 감성과 기술의 중간에서 누구보다 오래 버텨야 했지만, 정작 ‘세대’라는 이름 아래 한 번도 진짜 중심으로 조명받지 못한 사람. '밀레니얼’이라는 단어는 나를 품는 척하긴 했지만, 나를 정작 설명해주진 않았다.


나는 자주 ‘너무 빠른 어른’이었다. 그리고 너무 지치고도 책임져야 했던 플레이어였다.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을 기준으로 살지 못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기는 없었고, 늘 다른 세대의 언어와 속도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어른이 되었고, 아이는 지워졌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혹시 나는 지금도, 여전히 준비 중인 건 아닐까? 이미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냥 오래 일해온 아이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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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UXer · 멘토 · 저자 · Design with capital D · 자기계발 · 갓생 · UX Creator · UX Car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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