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스스로 멘토가 돼가는 여정

by UX민수 ㅡ 변민수

멘토는 어느 날 ‘되는’ 존재


멘토링이란, 단순히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나온 시간의 ‘결’과 ‘깊이’를,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던 순간은, 내가 같은 고민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그 무게를 ‘들 수 있을 때’였다. 들어주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들어주는 일,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멘토링의 본질이었다.


나는 그 길을, 이름 없는 멘티로서 먼저 걸었다. 어느 날의 실패와 좌절 속에서 나보다 조금 먼저 이 길을 지나간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말 한마디, 기다려주는 여유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조차도 아니었다.


그들 내 앞에서 말이 많지 않았지만, 때론 존재 자체로 충분히 많은 것을 전해주기도 했다. 조언보다 맥락을 먼저 읽었고, 나의 가능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보다, 나 스스로 볼 수 있게 거울을 들어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냥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당시엔 수수하지만 빛나는 조언과 손길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내 인생의 변곡점을 거뜬히 그려주는 걸 보면서 훗날 나도 이렇게 도와야겠단 결심을 하게 된 것이 불씨가 된 것이다.



‘멘토를 말한다’에서 ‘멘토를 만든다’로


전작 『멘토를 말한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라는 멘토가 어떤 존재이길 원했고 또 노력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라 볼 수 있다. 그 글들을 쓰기까지 나는 수많은 멘토링의 순간을 되짚었다. 멘토란 도대체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조심스럽게 세운 결과물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영향을 어떻게 언어로 풀어내는 유사 역할과 비교했을 때 도대체 멘토는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 내가 겪은 상처와 성장을 어떤 방식으로 다음 사람에게 건네야 멘토답다고 볼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결과를 ‘멘토를 말한다’로 모아봤다.


책을 마치고 나니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음 행보가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말하는 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나는 이 멘토라는 존재가 말해지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부터 생각해 오던 터다. 그렇다. 만약 내 생각이 의미롭다면, 이제는 추상적 정의를 넘어 실천적 육성을 돕는 글도 필요하겠다는 자각이 일었다. 이 글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다.


이『멘토를 만든다』는 단지 또 하나의 멘토링 경험담이 아니다. 내가 멘티로서 받은 이로움을, 멘토로서 실천해 보고자 애쓴 수많은 순간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멘티를 멘토로 이끌고자 했던 여정의 새로운 기록이다.



멘토를 만드는 일은, 나를 기르는 일


내 멘토링 활동의 비전 중 하나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나와 같은 멘토를 다수 육성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처음부터 이 생각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처음에는, 한 명의 멘티에게 더 좋은 질문을 주고,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정말 의미 있는 멘토링이란, 한 사람의 성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이끄는 존재로 자라나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나의 멘토링 방식도 바뀌었다. 멘티에게 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실행하게 하며, 결국엔 자기만의 멘토링을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어떻게 나의 경험을 과잉하지 않고 전달할 것인가? 조언이 아닌, 실천의 동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멘토라는 ‘태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이 책은 그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자, 누구나 스스로의 멘토로서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멘토리즘, 깨어 있는 태도


나는 이 과정을 ‘멘토리즘’이라 부르기로 했다. 매너리즘(Mannerism)이 습관의 관성에 젖어 자기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면, 멘토리즘(Mentor + ism)은 자기 각성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른 이의 방향까지 함께 비추는 깨어있는 태도다. 멘토리즘은 자기만족이 아니다. 자기 성찰에서 출발해, 타인의 성장을 고려하는 관계적 자세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멘토리즘을 실천하는 여정을 하나의 시뮬레이션처럼 구성하고자 했다.



여섯 글자의 구조, M.E.N.T.O.R.


이를 위한 구조는 단순하다. 전작에서 세운 M.E.N.T.O.R.의 여섯 글자에 대응되는 키워드를 그대로 계승했다. 따라서 이전 글들은 전작으로써 그 포지션이 더욱 명료해졌다.

Motivator — 가능성을 비추는 사람

Evolution — 함께 성장하고 진화하는 존재.

Nurturing — 돌보고 기다려주는 사람.

Trust — 관계의 기반이자 에너지.

Orientation — 방향을 제시하지만 대신 걷지 않는 이.

Relationship — 함께 성장하는 관계의 여정.


각 키워드 하위로는 세 쌍의 챕터로 또다시 구성된다. 먼저 멘토 자신이 경험한 자각의 일화, 다음은 멘토가 멘티와 나눈 실천의 노하우, 그리고 마지막은 멘티의 변화가 멘토에게 돌아오는 피드백 루프의 사례. 그리고 각 장 말미에는 독자에게 열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가?

당신은 스스로 어떤 순간에 깨어 있었는가?

당신의 결이, 누군가에게 건네질 수 있을 정도로 깊어졌는가?


이 질문들은 이 책을 읽는 책이 아니라 참여하는 책으로 만든다.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이 ‘멘티’에서 ‘멘토’로 거듭나는 내면의 시뮬레이션을 경험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누구나 자기 안에 멘토를 품고 있다


나는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구나 자신 안에 멘토를 품고 산다. 다만 그것을 꺼내 쓸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치부가, 누군가에게는 귀한 위로가 된다. 말하지 않으면 흉이지만, 건네면 경험이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신뢰의 고리가 되고, 그 고리는 언젠가 ‘선한 영향력’이라는 사슬로 이어진다.


Pay it forward — 받은 것을 다음 사람에게, 이로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자 했던, 그리고 이제는 멘토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당신에게 이 책이 또다시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