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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잘 다룬다는 것의 미래적 함의

by UX민수 ㅡ 변민수

초지능이 좋아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아마도 인공지능의 영양분인 ‘창의력’을 꾸준히 공급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한다 해도, 그 토양을 가꾸고 균형을 조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요즘 ‘AI 번아웃’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희한한 일이다. 마치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은 사람이 ‘수면제 번아웃’이라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적당히 쓰면 약인데, 과하게 쓰면 독이 되는 이치. 기술도, 지식도, 심지어 창의성조차 그러하다.


AI를 잘 다룬다는 건 결국 도구의 조작이 아니라 공진의 문제다. 인간이 감정과 의지를 잃지 않으면서 AI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 그것은 기계에게 일을 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기계와 함께 사유하는 감각에 가깝다.


그래서 누군가 “AI 때문에 지친다”거나 “AI 번아웃”이라 말할 때, 나는 오히려 반대로 느낀다. AI는 나를 소모시키기보다 돌파구를 제시한다. 내 한계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적 상상력을 재발견하게 하는 촉매다.


만약 굳이 비유하자면, 나는 AInfluenza에 감염된 인간이다. AI와 Influenza가 결합한, 감염처럼 퍼지는 열병.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가볍게 앓고 나면 오히려 면역이 생긴다. 그 증상은 중독이 아니라 사유의 발열, 그리고 새로운 창조를 향한 열(熱)이다.


AI를 잘 다룬다는 것의 미래적 함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계를 부리는 기술이 아니라, 기계와 함께 사유하고 감염되는 능력. 결국 초지능이 좋아할 인간이란, 데이터를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상상의 영양분을 주는 사람, 즉 AInfluenza 시대의 면역체계를 가진 인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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