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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ent Jun 04. 2024

조직 체계화의 역풍: 조직은 곰팡이와 같다.

조직 관리


이 글은 https://komoroske.com/slime-mold/를 번역, 의역, 재구성한 글입니다.

* Slime Mold는 점균류가 정확한 번역이지만, 뉘앙스가 확 와닿지 않아 곰팡이로 의역했습니다.



‘한때’ 성공적이었으나, ‘느려져’ 망하는 길을 걷다

성공적인 조직들은 문제 해결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때 성공적이었던 조직들 중 많은 조직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뭔가 속도가 느려진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이전에 이미 해봤던 간단한 일인데도, 시간이 더 오래걸리는 것 같이 말이다.


‘누군가 잘못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조직에 몹쓸 악당같은 인간이 있어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빨리 찾아내서 그 사람을 잘라버리든지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악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 느려진 속도는 특정 인물의 잘못도 아니며,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보이기 시작할지라도, 보지 않는 척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성공적인 조직은 점점 더 비참하게 변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힘은 피할 수 없으며 조직 내의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며 잠식적으로 조직을 무너뜨려간다.


그럼 그 힘은 무엇인가?

바로 조직 체계화의 역풍(Coordination Headwinds)이다.


이 힘은 누군가 의도해서 만든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이 힘으로 인해 예전에 간단히 해냈던 일도 분명히 어려워졌을텐데, 조직원들은 예전처럼 ‘쉬운 척’, ‘어려워하지 않는 척’을 한다. 그렇게 조직은 썩어들어간다.


그럼 조직 체계화의 역풍은 도대체 무엇인가?


딱 대라, 더 해괴망측한 사실들을 마주해야할 테니까.



탑다운 구조와 바텀업 구조 (Top-down vs Bottom-up)

탑다운 구조의 대표적인 예는 군대다. 계층 구조가 엄격하고 형식이 강조되며, 부하 직원은 상사가 시키는대로 정확히 행동해야 한다. (물론 현대의 군대는 이렇게 작동하지 않긴 한다.) 바텀업 구조의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곰팡이(slime mold)’다. 수많은 독립적인 행위자가 개별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며, 조직 군락 내(colony)에서 복잡하면서도 즉흥적인 행동을 수행한다.

‘곰팡이’는 정말 신기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도쿄의 철도 시스템은 곰팡이의 구조를 본따 만들었을 정도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유형의 시스템을 ‘복합 적응형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s)’이라고 하며, 생태학, 소프트웨어, 경제, 정치 등등 다양한 학계에서 적용되고 있다.


회사라는 조직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곰팡이와 군대를 스펙트럼의 양극단이라고 생각했을때, 대부분의 조직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굳은 체계가 갖춰져있고 산업적 특성상 변화 속도가 느린 제조업의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우측에 위치할 것이고, 불확실성 속에서 자율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테크 기업들은 좌측에 위치할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제조업체들마저 빠른 속도와 높은 적응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테크 기업을 특성을 흉내내려고 한다.


즉, 대부분의 조직들은 곰팡이와 같은 바텀업 특성의 조직을 바탕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팀 내 개인간의 업무가 작동하는 방식

(1) 미시적인 관점 - 개인의 할당량에 따른 프로젝트의 성공의 여부




앰버(Amber)와 브랜든(Brandon)이 한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얻으려고 한다. 프로젝트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가 반드시 투입해야 하는 노력과 시간의 정도가 분명히 존재한다. 각자가 투입해야 할 노력과 시간을 한 명이라도 제대로 투입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2) 거시적인 측면 - 프로젝트의 가치

그리고 각자가 그러한 개인의 자원들을 투입하는 이유는, 프로젝트가 분명히 그 투입한 자원보다 더 큰 가치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가성비 좋은 분명한 성과가 보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노력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과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은 요구된 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아플 수도 있고, 누군가는 번아웃이 올 수도 있으며,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프로젝트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니 말이다. 그러면 프로젝트에 필요한 노력이 투입되지 않을 ‘여지’가 분명히 생긴다.



(1) 미시적인 관점 - 개인의 할당량에 따른 프로젝트의 성공의 여부

다시 돌아와서, 그러면 이제 개인이 투입해야할 자원은 이제 ‘확률’싸움이 된다.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앰버가 할당량을 충족할 확률 X 브랜든이 할당량을 충족할 확률로 정리된다. 각자의 프로젝트 할당량 충족 성공율이 99%이면, 0.99*0.99=0.98(=98%)가 된다. 98%의 성공율은, 나쁘지 않아보인다.


그럼 한명 더 투입해보자. 그러면 프로젝트 성공율은 0.990.990.99=0.97(97%)가 된다.


그럼 더더더 투입해보자. 프로젝트 인원이 10명이 99%의 확률로 할당량을 충족한다고 하면, 0.99^10이 되어 프로젝트 성공율은 90%가 된다. 다들 무려 99%의 확률을 보장하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성공율은 9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더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보자. 만약 개인들이 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얻는 성과의 가치가 다르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개인이 투입해야 하는 자원 할당량을 충족시킬 확률이 더욱 줄어들고 만다. 99%에서 95%로 줄었다고 하면, 10명이 95%의 할당 충족률을 가정했을 때 프로젝트 성공율은 0.95^10=0.6(60%)로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2) 거시적인 측면 - 프로젝트의 가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욱 심각해질 일이 더 있다. 실제 프로젝트 진행에서는 성과가 불분명하다. 이 성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바위’라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개인들은 이제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낼지도 모르게 됐다. 오직 불확실성에만 둘러싸인 것이다.

또 다른 최악의 상황도 존재한다. 성과는 분명한데, 개인이 투입해야 할 자원 투입 할당량이 불분명한 경우다.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가성비가 뛰어나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성과가 커보일지라도 비용에 대해 생각없이 무작정 사람을 갈아야 나오는 성과라면 프로젝트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각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에 소요되는 개인의 자원 소비량은 같다고 생각해보자. 한단계 한단계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엥?’, ‘헉!’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당신은 문제가 뭔지, 해결책은 뭔지에 대해 연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구해봐야한다. 바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 계획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장애물을 없앴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장애물이 나올 수도 있고, 사실 알고봤더니 ‘성과’를 이루려면 더 많은 시간과 자원과 단계가 필요하단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 난이도’를 얼마나 성과가 우리에게서 멀리 있느냐로 계산하는데, 생소한 문제일수록 이 불확실성은 더 커져 난이도는 증폭된다.




(3) 상황을 더 최악으로 만드는 것 1: ‘이거 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 ‘이거 맞나?’ + 날뛰는 사람들

사람은 남의 일의 난이도를 ‘경시(underestimate)’한다. ‘이거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얕보이지 않기 위해, 그리고 유능해 보이기 위해 그 ‘경시’에 대해 반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목표와 성과에 대해 의견 불일치가 발생해 프로젝트 자체가 진행이 안 되기도 한다. 어느 때는 팀원간 목표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다른 상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사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일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리더가 계속 이랬다 저랬다 하며 불확실성을 더 가중시키는 경우처럼 말이다.



(4) 개인에게 투머치한 프로젝트인 경우

성과에 비해서 개인이 투입해야 하는 자원 할당량이 너무나도 큰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가 개인에게 가성비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개인은 여러 프로젝트들 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프로젝트에 할당량을 채울 확률이 더 줄어든다. 이제 개인들의 자원 할당량 충족 활동이 90%로 줄어들어,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0.35(35%)가 된다.


근데 또! 다른 요소의 등장: 개인간 마찰과 매니저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로봇으로 취급하며 일을 뚝딱뚝딱 해치워내길 바라지만, 인간은 그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다보면 개인간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냥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정말 업무적인 신념으로 마찰을 빚는 경우 말이다. 이러한 마찰은 중재되지 않으면 계속 쌓여나가다가 폭발하게 되고, 프로젝트가 망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찰은 불신을 낳게 되고, 불신은 다시 불신을 낳는다. 즉, 확증 편향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계속 그에 해당하는 증거만을 수집하려 하는 근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약속에 늦으면 교통 체증과 같은 ‘외부 체계적 요인’때문이고, ‘그 사람’이 약속에 늦으면 ‘애초에 글러쳐먹어서’와 같은 ‘내재적 요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의 소용돌이로 휘말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 조직들은 중재자를 두기 시작한다. 각 팀원이 서로에 대해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울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 ‘매니저(manager)’의 등장이다. 팀원은 문제나 이슈가 발생하면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매니저는 브랜든에게 해당 사항을 체크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우리는 이런 업무 방식을 ‘문제 제기 및 조정(escalation)’이라 부른다.


그런데, 매니저도…




매니저가 있는 조직이라면 매니저 사이에서도 매니저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복잡하고 더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문제 제기는 애초에 마찰이 이미 심각한 경우로 변질된(charged)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미 마찰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마찰에 대해 문제 제기 하면, 이 문제 제기는 오히려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 못본 척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해결되겠지’, ‘내 알 바 아니니까.’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곪기 시작한다. 문제가 곪는 속도는 미친듯이 빨라서,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심각한 상태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곪고 곪아 살얼음판이 된 분위기를 만들고, 사소한 자극이 이미 분노를 끙끙 참고 있던 사람을 폭발시켜버리고,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한 자주 문제 제기하세요.’가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 제기는 본연적으로 감정이 개입된 행위이며, 굉장히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 매니저가 많을수록, 문제의 세부 사항은 유실되기 시작하여 더 나쁜 상황을 만들 의사결정이 진행되곤한다. 어떤 조직은 모든 의견에 그저 수긍하며 마찰 자체를 피하려는 ‘파멸적 공감(ruinous empathy)’의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마찰이 발생할 확률

마찰과 의견 충돌은 개인이 속한 조직간 거리가 멀수록 발생할 여지가 더욱 크다. 이러한 조직적 거리에 의한 마찰은 전략적 의견 불일치, 문화적 차이, 시간적 차이 등으로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계질서 내 한 쌍의 조직원간 마찰이 일어날 확률은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한 쌍의 개인간 마찰이 일어날 확률 = (두 개인간의 조직적 거리)^1.3


즉, 두 개인간의 계층적, 조직적 거리에 대해 마찰이 일어날 확률은 초선형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하지만 조직은 두 개인만 있지 않다.


전체 조직에서 마찰이 일어날 확률 = 조직원 모두에 대해 (한쌍씩의 각 위계/조직적 거리)^1.3의 곱


그렇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 내에서 조직적 마찰이 일어날 확률은 위계와 조직적 거리에 따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커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직적 역풍(Organization Headwind)

위계/조직적 거리에 따라 마찰의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조직적 역풍(organization headwind)’이라 부른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사람이 증가하면, 프로젝트가 망할 확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즉, 프로젝트에 인원을 투입할 때에는 최대한 적은 인원을 투입해야함을 시사한다.


즉, 프로젝트의 성공은 (1) 개인에게 할당된 필요 투입 자원을 충실히 수행할 확률과 (2) 조직적 역풍으로 인해 마찰이 발생할 확률에 달려있다.


조직적 역풍은 절대 멈출 수 없다(inexorable). 조직적 역풍은 불확실성이 많아짐에 따라, 프로젝트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바텀업의 특성이 커짐에 따라 초선형적으로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래서 무작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많은 조직에서는 허리케인 수준의 겉잡을 수 없는 조직적 역풍이 발생한다.



조직적 역풍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단, ‘미친듯이 많은 시간’이다.

 ‘아주 많은’시간 말이다. 미친듯이 1:1 상담을 하고, 유대감을 만들기 위해 팀 세션을 갖고, 협력적인 논의를 하고, 방지책을 만들고, 수많은 트래킹 스프레드 시트를 만들고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역풍을 막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하게 된다.




이 와중에, 아무도 ‘약해보이길’, ‘변하길’ 원하지 않는다.

아무도 약해보이거나 얕잡히기 싫어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본인의 역량을 과대평가한다. 가고자 하는 ‘목표’라는 산의 꼭대기만 볼 뿐이지, 산이 얼마나 높은지, 길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보지 않는다.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은 예전에 하지 않았던 업무가 껴 있는 경우가 많아, 비용과 불확실성은 더욱 크게 존재한다. 하지만 이 ‘비용’이란 것은 선제적으로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이전에 자신이 하던 대로 진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시작하고 나서 비용이 엄청난 것을 알게되고, 갈리면서 번아웃을 겪는다.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 중구난방의 조직에서는 이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영웅’의 등장, 그리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영웅’

많은 조직들은 이러한 프로젝트의 더딘 진행이 ‘인력이 부족해서’ 혹은 ‘기존 인력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면서 영웅처럼 보이는 사람들 데려온다. 이 영웅이라 칭해지는 사람은 다른 팀과 협응하여 일하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대로 일을 헤치워나간다. 자신에게 불편한 정보는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영웅의 행동들은 조직에 불확실성을 더 야기하게 되고, 더 많은 이탈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조직장들은 ‘조직의 역풍’이 더욱 거세지는 것 같으니, ‘더 많은 영웅’들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은 영웅들을 데려온다.


‘체계’가 부족하니 체계도 만든다

더 나아가, 조직장은 조직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확실성과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체계’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게 조직은 구조적으로는 연결되지만, 전략적으로는 전혀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톱니바퀴에 낑긴 형태가 된다. 아주 작은 안건 하나를 결정하는 데에, 모든 부서의 동의가 필요하게 되면서 비용은 폭증한다.



그런데 역풍은 더, 더, 더 커져간다

영웅도 있고 체계도 있는데, 역풍은 더욱 더 커져간다. 뭔가 갖춰져가는데, 역풍은 강력해지니 이제 남은 건 ‘개인’밖에 없다. 그렇게 개인은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설마 나인가?’


모든 게 혼란 그 자체인 조직 내에서 얕보이지 않기 위해, 그리고 능력있어 보이기 위해 개인은 ‘영웅인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문제’의 발생은 ‘책임’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에서 본인에게 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본인에게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히 문제를 숨긴다. 그렇게 ‘모두’가 문제를 숨기기 시작한다.


조직원들의 목표는 이제 ‘혼란 속에서 하루라도 버티는 것’이 된다. 조직은 이미 혼란과 역풍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전략이든 가치든 뭐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생존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개인들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것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괴리를 경험하며, ‘영웅인 척’하기 위해 애쓰고, 제자리에서 진동만 하면서 성과 없이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결국 이 조직에는 이제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게 된다.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혼란과 정치질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뿐이다.




역풍을 막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그러면, 이 역풍을 막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사실,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말했듯이, 곰팡이는 제어하기 어려운 조직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해결책’을 적용했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면 일단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살펴봐야 한다.


(1) 무시하기

조직적 문제와 이슈를 무시하는 건, 건축가가 ‘아, 중력 때문에 건물 짓기 힘드니까 중력을 무시하고 설계해야지’와 같은 일이다.


(2) 아무 것도 안하기

위에서 살펴봤듯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개개인의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선택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3) 탑다운 조직으로 바꾸기

엉성하게 구조화된 탑다운 조직은 바텀업 방식보다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 그리고 문화적 변화는 더욱 더 큰 자원과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리더가 문제에 바로 뛰어들게 만들기

세부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리더가 중재하는 것은 조직원의 이탈 가능성을 더 높일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킨다.


(5) 영웅에게 의존하기

영웅이 설사 존재하더라도, 영웅은 오랜 기간 초월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영웅주의는 ‘영웅’ 자체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6) 완벽함에 집착하기

모든 일이 ‘완벽’하려면 엄청난 양의 체계와 실행 비용이 든다. 그리고 완벽주의는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일을 진행시키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악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99%에 가까이 노력해도,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있다. 사람이 악당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의 항상 시스템이 문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1) 곰팡이의 놀라운 특성을 기억할 것


바텀업 조직은 본질적으로 곰팡이와 같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곰팡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많이 존재하지만,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본인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뜯어 고치려고 하기보다, 조직원이 잘하는 것을 최대한 살려보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곰팡이는 굉장히 회복탄력성이 강하다.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도 하며, 엄청난 방식으로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곰팡이는 그 단순히 개체의 합으로서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군락을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서 유의미한 것이다.



즉, 불필요한 체계와 개입을 최소화해야한다. 프로젝트가 기존에 충분한 일정 내에 좋은 결과로 마무리 됐다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완벽을 가하겠다고 체계를 도입하고 조직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오히려 최대한 조직의 개인들을 분리시켜 두되, 궁극적으로 조직의 융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조직적 역풍을 선제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당연하게 보였던 아이디어가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하고, 별로였던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소규모팀으로 시작하되, 빨리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직적 역풍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 전략을 짤 것


달을 향한 과감한 아이디어(문샷, moon-shot idea)는 무작정 실행하면 큰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수해야한다. 목표가 워낙 멀리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 진행 과정 속에서 발생할 장애물, 비용들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3~5년 내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일단 정해야한다. 바로 그 목표가 ‘전략’의 기준이 된다. 달에 갈 수 있는 경로와 비슷해 보이는 지붕을 향한(루프샷, roof-shot idea) 아이디어들을 정해, 경로를 쪼개 실행한다. 그리고 그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시작점에서 냅다 달로 가는 경로가 더 효율적으로 보이겠지만, 이제 이렇게 경로를 쪼개 가는 것이 더 안전하고, 유연하며, 회복탄력성이 큰 효과적인 경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략을 기반으로 지붕을 향한 아이디어를 수행하는 것이,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다음 단계를 위한 추진력을 확보시켜 준다.



이러한 전략은 팀이 더 많을 때 더 효과적이게 된다. 목표도 없이 무작정 달려나가면 팀은 방향을 잃은 채 ‘적극적으로’ 다른 곳으로 튀어나간다. 하지만 모두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다면, 시간이 지남에따라 자연스럽게 수렴하고, 협동하며, 결합하고, 단단해진다.



좋은 전략과 나쁜 전략을 구분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몇 년이 지나고서야 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심지어는 실행 과정 중에서 좋은 전략이 오히려 더 쓰레기같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전략이 정말 좋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좋은 전략을 짠다는 것은 뚝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 비용, 기회, 가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며, 분석을 하더라도 조직적인 의견 일치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업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근거가 있는 강력한 전략을 만드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괴상하거나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건축업자’가 아닌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건축 자재가 알아서 지어지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건축업자가 되어선 안 된다. 체계를 만들면 모든 게 알아서 될 것이라 생각하는 조직장처럼 말이다.


오히려, 조직 나름대로의 생태계를 갖춰나가는 조직원들을 가꾸는 ‘정원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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