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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ent Aug 01. 2024

임직원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듣지 않는 이유

이 글은 UX Collective의 The reasons why your team is not listening to you를 번역, 의역, 재구성한 글입니다.


Source: https://uxdesign.cc/the-real-reasons-theyre-not-listening-to-you-daa778cc4a89



정말 명백하고 자명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아이디어임에도, 임원은 커녕 주변 팀원들도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연히 나와 동일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서는 그 사람이 큰 호응을 얻는다면 그것보다 더 화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된 걸까?



[첫 번째 이유 추측: 팀원과 임원들이 멍청해서일지도 모른다.]


무능한 매니저를 우스꽝스럽게 연출하는 미디어의 클리셰는 굉장한 인기를 얻어왔다. 피터의 원칙(The Peter Law)에 따르면, 직원들은 승진 후 직책에 관련된 능력보다는 '현재' 직무 수행 능력에 근거하여 리워지는 경향이 크다. 즉, 많은 경우, 해당 직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무능함'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무능함'을 실제로 갖고있는 경우도 드물다. 임직원들은 본인의 채용 과정에 있어서, 직책에 필요한 역량들을 증명해내는 과정을 부분적으로나마 거쳤을 것이다. 특히, 임원급의 경우에는 그 기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MBA를 취득하기도 해야하며, 복잡한 논리 구조를 갖는 경영학 공식들을 공부해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임원급 인사들은 일반적으로 '논리적 생각'을 할 줄 안다. 분명히 이와 관련된 학위도 있으며, 경력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임원이 멍청한 것 같지 않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단, 첫 번째 추측은 틀린 것 같다.



[두 번째 이유 추측: 내가 말을 제대로 못했을 수도 있다.]


'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요소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말'을 통한 의사소통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뤄진다.


(1) 내가 하는 말

(2)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

(3) 상대방이 듣는 말

(4) 상대방이 듣는 말에 대한 해석


겉보기에는 말이란 것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오해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다음의 예시를 보자.


https://uxdesign.cc/the-real-reasons-theyre-not-listening-to-you-daa778cc4a89
상사: ('팀원들을 칭찬하면 사기를 북돋우고 분위기도 좋아지겠지?') "요즘 A씨 성과가 괜찮은 것 같아요, 다른 팀원들처럼 말이에요. 이런 팀을 맡아서 행운인 것 같아요."

팀원: "아... 네...!" ('내 성과가 다른 팀원이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미친 거 아냐? 이 팀장을 만족시킬 방법은 없겠어.')


이 경우는 말의 틀 자체를 '다른 팀원들 처럼'에 역점을 두게 되면서 일어난 불상사다. 생각보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오해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중의적이거나, 다양하거나, 혹은 삐딱선을 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말들의 함정에 빠지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말의 구조로 인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와 매우 유사한 경우가 제품 관리에서 자주 인용되는 '엄마 테스트(Mom test)'다.

아들: "iPad용 요리책 같은 앱을 사시겠어요?" ('엄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죠?')

엄마: "음..."
엄마는 예의상 생각해주는 척 해준다.

아들: "그리고 40달러밖에 안 해요. 저기 있는 실제 요리책보다 더 싸죠." ('열렬히 반응해줄 때까지 계속 질문할거에요.')

아들: "그리고 친구들과 레시피를 공유할 수 있고 쇼핑 목록용 iPhone 앱도 있어요!" ('말해요. 긍정적으로 말하라고요!')

엄마: "오, 그래 좋구나, 정말 멋지네. 네 말이 맞아, 40달러면 좋은 가격이야. 레시피 사진도 있니?"
엄마는 비위를 맞추려고 긍정적인 대답을 하며, 관심 있어 보이려고 기능 요청까지 한다.
 
아들: "네, 당연히요. 고마워요 엄마 - 사랑해요!" ('역시, 사업성 있는 제품이야!')

비이성적인 상황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답정너 질문을 하고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곡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혹시 나도 이렇게 잘못된 형식의 대화를 구축해 나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소통에 문제가 거의 없었다면, 이 두 번째 추측도 틀린 것이다. 다른 게 잘못됐다.



[세 번째 이유 추측: 임직원들은 제대로 내 말을 이해했지만, 다른 게 더 중요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고객의 니즈와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수많은 직무 영역에서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들을 참고해보면 좋다.


"기업은 지속가능한 차별화를 확립할 수 있을 때만 경쟁자를 능가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거나 비교 가능한 가치를 더 낮은 비용으로 창출하거나, 둘 다 해야 합니다."

-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전략에 대하여(On Strategy)" (비즈니스 전략)


"최우선순위는 빠르고 지속적으로 가치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 애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 (소프트웨어 개발)


"당신의 제품에 맞는 고객을 찾지 말고,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찾으세요."

- 세스 고딘(Seth Godin) (영업)


"운영 전문가는 지역 및 글로벌 트렌드, 고객 수요, 생산을 위한 가용 자원을 이해합니다. 운영 관리란,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적시에 자재를 획득하고 인력을 활용하면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 Investopedia (운영)


"고객 경험에 뛰어난 기업은 시장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고, 고객으로부터 추천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고객이 돌아와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 "This Is Service Design Doing", Stickdorn 외 (디자인)


"새로운 고객을 획득하는 데 드는 비용(CAC)을 이해하는 것은 투자 수익률을 분석하는 데 중요합니다. CAC를 사용함으로써 회사는 비용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고객 획득 방법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 Corporate Finance Institute (재무)


"마케팅 프로세스는 경쟁 시장을 이해하고 주요 트렌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서 적절한 가격의 적절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 Chartered Institute of Marketing (마케팅)


임직원들이 고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현재 고객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분명한 상황에서 다른 의사결정을 한다면, 이 세 번째 추측도 맞지 않다.



[네 번째 추측: 왜곡된(perverse) 인센티브 때문일 수 있다.]


영국 캠던(Camden)에는 '죽은 개 터널(Dead Dog Tunnel)이라는 운하 터널이 있다. 이 터널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빅토리아 시대 때, 죽은 개의 사체가 물에서 계속 발견되자 물을 정화하기 위해 죽은 개 한 마리당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사건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현상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산 개를 터널에서 죽여나갔다.


많은 조직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소요 시간당 돈을 버는 시간당 청구(Billable hours)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경우에는, 되도록 천천히 일하고 엉성하게 일하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는 굉장히 순한 편이다.


우리는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왜' 만들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보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추정하는 지표에 몰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론 '코드의 양'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보상을 하면, 미친듯이 코드를 찍어내면서 많은 돈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과와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학습'이 아닌 '출시와 제작하는 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비즈니스 구루(guru)인 로저 마틴(Roger Martin)은 '전략적 기획(strategic planning)'이란 두 가지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활동 목록인 '기획(planning)'이 있고, '어떻게 실제로 움직이고 이겨나갈지'에 대한 '전략(strategy)'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는 '기획'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기능을 만들자.', '어떤 제품을 만들자.'와 같이 피상적인 '활동 행위'처럼 말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우리는 그 '행위'를 수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략'을 통제할 수 없다. 전략은 학습 및 정보에 근거한 일련의 투자 혹은 베팅(a series of bets)이다. 즉, 고객, 외부 요인, 조직의 능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전략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전략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기피하며 '기획'에 더 의존하게 된다. 가설 없이 프로토타이핑만 무작정 만들어내는 '구축-출시-피드백(build-launch-feedback)' 모델은 온전히 기획적인 접근이며, 가설에 기반한 개발 순환은 전략적인 접근이다.


임직원들이 이렇게 잘못된 인센티브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네 번째 추측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추측: 전달 방법 자체가 잘못됐을 수 있다.]

"학습하는 조직에서는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데이터를 종합하여 정보를 만들어내며, 이는 조직적 차원의 지식으로 보존됩니다.
하지만 학습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그 과정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모든 데이터는 오직 기존 지식과 관점을 강화시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됩니다."
- Pavel Samsonov, 아마존 웹 서비시즈 UX 리더


데이터 수용에 있어서 비교적 경직적인 조직에서는, 중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관점이나 의견이 '방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결과물 중심의 조직에서는 뭐라도 만들어 내기만 하면 그것 자체가 가치있는 일이다. 이런 조직에서 리서치를 통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낭비로 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주장한다면, 조직은 오히려 '연구가 우리 멋진 아이디어를 낭비로 보이게 하려고 한다.'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즉, '지적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 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걸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마치 내 생각이 원래 조직의 아이디어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흡수시켜나가는 것이다.


더 표면적인 방식은, 조직원들을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의 결론만 던지고 그들의 심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 과정의 세세한 단계에 있어서 적극적인 의견 공유와 수렴을 통해 흡수시켜 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 나와 함께 전체적인 여정을 경험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요약]


1. 만약 임직원이 나를 무시했을 때, 그들이 최소한의 경력과 학력을 갖췄다면, 그들이 바보여서일 가능성은 적다.

2. 만약 말이 의도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내 소통이 명확하지 않았을 수 있다.

3. 만약 임원급 관리자가 전문적인 권고를 무시한다면, 고객 이해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4. 만약 전략적 활동을 해야 할 때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면, 조직 사업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장려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5. 만약 아이디어가 마찰을 빚는다면, 진정한 학습이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는 환경에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모든 경우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사람들이 내 '말'을 듣도록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전체적인 여정을 경험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정보를 흡수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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