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직접 흐름을 만드는 시대
인터넷 초창기, 포털 사이트의 홈을 기억하는가?
그것은 마치 거대한 간판이었다.
뉴스, 검색, 메일, 쇼핑, 광고… 클릭해야 할 메뉴는 설계자가 정했고, 크고 눈에 띄는 자리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넣었다.
사용자는 눈 앞에 펼쳐진 간판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제공된 흐름을 따랐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어땠느냐고?
그 ‘흐름’은 더 정교해졌다!
UX 디자이너는 이제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지도록 버튼과 인터랙션을 설계했다.
“이 화면 다음엔 이 기능이 필요하겠지?”
“이 상황에선 이 정보를 보고 싶을 거야.”
우리는 Data Driven Thinking의 과정을 통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피터지는 설계를 했고, 사용자는 이 잘 짜인 흐름 안에서, 마치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경험을 ‘소비’해왔다.
(아직도 현실인데 굉장히 전생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AI 인터페이스의 등장은 이 룰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이제 사용자는 더 이상 준비된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프롬프트, 즉 자연어 명령을 통해 자신만의 경로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이 탄생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나 이제 뭐 먹고 살지…?“의 고뇌가 탄생한 근원지랄까.
⸻
예를 들어, 기존 주식 앱에서는
관심 종목 > 차트 > 시장 동향
순으로 흐름이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사용자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번 주 테슬라 관련 이슈만 뽑아줘.
괜찮으면 매수 타이밍도 알려줘.”
사용자가 원하는 흐름은, 화면 어디에도 없다.
다양한 페르소나에게 Fit할 수 있도록 설계자가 말도 안되는 무수한 경우의 수만큼 사용자 여정맵을 만들 수도 없다.
그저 한 줄의 문장, 프롬프트가 새 길을 만들어낸다.
위대한 프롬프트느님이시여.
AI는 사용자의 문맥과 의도를 해석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제 사용자는 ‘경험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을 주도하는 설계자’가 되었다.
아, 진짜 위대해진 건 사용자인 셈이다.
(원래부터 고객은 왕이었다.)
나는 이 변화를 User-Led UX라고
이 책에서 새롭게 명명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UX가 디자이너가 경험을 설계하고 사용자가 따라오는 구조였다면, User-Led UX에서는 사용자가 흐름을 주도하고, 시스템(AI)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사용자와 AI 사이에 일어나는 이 새로운 상호작용은,
더 이상 화면과 버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 설계의 전환점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순히 새로운 UI 트렌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UX 설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경험을 만들어내는 주체의 위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디자이너는 더 이상 ‘사용자의 모든 클릭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해졌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UX 언어와 전략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롬프트가 있다.
덧붙이는 말
“User-Led UX”는
아직 보편적이거나 체계적으로 정립된 UX 이론이나 프레임워크는 아니다.
현재까지의 용례를 찾아보면
User-led design이라는 표현은 일부 디자인 문헌이나 스타트업 환경에서 “사용자의 피드백이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접근”을 의미할 때 간혹 쓰였다.
결국 UX 흐름 자체를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User-Led UX”라는 개념은 이 책에서 새롭게 정리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 흔히 쓰이던 User-Driven UX 개념을 가지고 오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표로 정리했다.
쉽게 말하자면
User-Driven UX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 맞게 UX를 설계해줄게요.”
User-Led UX는 “당신이 직접 원하는 걸 말하면, 그에 따라 시스템이 움직여요.” 라고 할 수 있겠다.
User-Led UX”는 이 책에서 새롭게 정의하는 개념이며,
Generative AI 시대에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경험 흐름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UX의 전환을 명확히 설명하는 키워드로 명명하고자 한다.
User-Led UX란?
사용자가 AI와의 대화를 통해 직접 경험 흐름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기반의 능동적 UX
계속해서 다음 글에서는
Prompt literacy,
즉 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가 갖춰야 할 문해력과 그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디지털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