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책상 위, AI가 앉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그토록 공들여 설계했던 앱 화면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버튼도, 탭도, 메뉴도 없었다.
사용자는 단지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내일 퇴근하고 먹을 수 있는 밀키트 추천해줘.
채소 위주로, 15분 안에 만들 수 있는 걸로.
이 한 줄의 말이, 내가 십 수년간 공부하고 설계했던 수많은 인터페이스를 단숨에 건너뛰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UX는 이제 어디에 존재하는가?”
(라고 쓰고 “이제 나는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지?”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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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사용자와 나란히 인터페이스 위에 올라왔고, 때로는 그 자체가 인터페이스가 되기도 한다.
UX 디자이너는 점점 더 화면을 설계하지 않고, 경험의 방향을 조율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기계가 쓰는 언어와 인간이 말하는 프롬프트의 사이에서, 우리는 그 둘 사이의 ‘길’을 설계해야할 책임을 느낀다.
이런 변화는 사실 처음은 아니다. 호들갑을 떨기 전에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UX는 항상 기술의 변화와 함께 변모해왔다.
마우스와 데스크톱이 일상이 되던 시절, 우리는 윈도우와 아이콘으로 구성된 GUI를 만들었고,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땐 플랫 디자인과 터치 중심의 인터랙션을 새롭게 배웠다.
음성비서가 확산되면서는, 화면 없는 대화형 UX, VUX를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생성형 AI의 시대에 우리는 ‘프롬프트’를 통해 대화하는 UX라는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 인터페이스의 변천사 속에 또 새로운 것이 올 때가 되어서 결국 또 오고 만 것인가…?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AI 등장으로 인한 프롬프트 기반 UX의 변화는 기존 어떤 UI 패러다임 변화보다도 더 크고 본질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도구가 바뀌었다”가 아니라, “사용자 역할”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고
이것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UX의 근본적인 위치가 이동하는 대대적인 변화이기에
결국은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엔 이유가 있다.
(이 부분은 Chapter 1의 네 번째 글에서 다시 후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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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Era UX』 시리즈는 이렇게 구성된다.
1. 《프롬프트는 UX다》
AI와 대화하는 시대, 사용자의 목표는 언어로 표현된다.
프롬프트가 버튼을 대체할 때, UX는 어떤 방식으로 그 흐름을 설계할 수 있을까?
2. 《AI도 사용자가 된다》
AI가 인터페이스의 일부이자 주체가 되는 시대.
UX의 대상이 인간에서 AI로 확장된다.
우리는 AI를 위해 어떤 UX를 설계하고, AI가 인간처럼 ‘사용자’로 참여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3. 《우리는 사라질까》
자동화와 생성형 도구가 디자인을 대체하는 현실 속에서
UX 설계자의 본질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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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누구에게 바치는가?
이 시리즈는 단지 UX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 프롬프트를 다루는 기획자와 개발자
• AI 인터페이스에 몰입하는 스타트업 창업자
• 새로운 도구에 길을 잃은 디자이너
• 사용자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케터
• 노코드/생성형 도구에 적응 중인 모든 디지털 실무자
• 챗GPT를 좀 더 잘 쓰고 싶은 일반 사용자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실무 지침서가 아니다.
UX 디자이너, 기획자, 디벨로퍼, 마케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을 고민해본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AI 서비스를 만들거나, 사용하거나,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다.
누구든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방향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이 외롭지 않은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AI 시대를 통과하는 사람들을 위한 현장 기록이자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선언이다.
더 나아가 향후 AI와 UX의 교차점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연구 기반이자, 새로운 윤리와 기준을 세우는 시작이 되어주길 바라며 이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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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모습을 바꾸어 다시 태어날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려는 사람들이다.
《AI-Era UX》 시리즈가, 그 여정을 함께할 동료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말
이 책에서 말하는 ‘UX 설계자’는 단지 화면을 디자인하거나 기능을 기획하는 사람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흐름을 조율하며, 사람과 AI 사이의 대화를 상상하는 모든 이들을 포함한다.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기획자는 물론이고, 프롬프트를 고민하는 일반 사용자까지 —
AI 시대의 UX는 특정 직무가 아닌, 누구나 감당하게 될 새로운 언어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UX 설계자는, 바로 당신이다.
AI 시대에는 그 경계가 더욱 무의미해질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