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는 중 혹은 잘 살려고 노력하는 중
'그리고(and)'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접속부사를 좋아한다.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진짜 속마음을 알아챌 때 요긴하게 쓰는데, 그 이유는 숨겨져 있는 작은 소망을 모른 체하고 싶지 않아서다. 가령 "너무 귀찮고 힘들어. 그래도 운동해야지"하며 나 자신을 다잡는 의지 같은 것들. 몸과 마음을 다독여서 끌어올리는 조용한 주문 같은 것들. 그리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챙김.
저녁 먹은 후 잠자기 한 시간 전쯤 몸을 천천히 늘려준다. 몸을 구부리거나 허리를 숙이는 동작에는 깊게 들이마셨던 숨을 조금씩 내뱉는다. 말린 어깨를 풀어주고 굳은 목을 이완시키며 몸과 정신 건강을 챙긴다. 아침 끼니는 꼭 챙기고 과식한 다음 날에는 네 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한다. 부대끼지 않게 속을 비운 후 알맞게 채운다. 밀가루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이나 육류를 먹을 때는 꼭 채소를 곁들여 끼니를 챙긴다. 당분이나 지방이 많이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커피보다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가사 없는 재즈나 클래식 음악으로 잡념을 지우기도 한다.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단어를 골라 글 한 편을 쓰기도 하고 어릴 때 혹은 여행 사진 앨범을 주기적으로 꺼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넘겨본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통해 내 결핍을 들여다보고 오래 전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좋았던 하루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누군가의 좋다는 말에 감사 일기를 적기도 한다. 몸 챙김과 마찬가지로 비우고 채우며 마음도 챙긴다. 일상에 구멍을 내 새로운 것이 틈틈이 들어오도록.
외부 관계에서는 나 자신과 가족을 대할 때보다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평소보다 안테나를 더 길게 뽑아올려 눈치를 챙긴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안부 문자를 보내고 생일이나 기념일은 메모했다가 축하 인사를 전한다. 바쁘고 정신없을 때는 일부러라도 시시콜콜함을 챙긴다. 달달한 간식 혹은 비타민, 바깥 풍경과 같은 것으로. 친구나 지인이 고민이나 답답함을 토로할 때는 그 사람의 기분을 먼저 살피며 진심이 담긴 공감을 챙기려 한다. 다정한 오지랖을 부려 꿀꿀함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도록.
때때로 귀찮고 번거롭고 까먹기도 한다. 어떤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나 자신과 그들을 위해 수고로움을 자처한다.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 돌보고 가꾸는 작업은 어느 한 쪽으로 과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궂은 날과 들뜬 날 사이의 평정 지점을 찾아 숨을 고른다. 기꺼이 서두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려는 행동의 반복은, 잘 살아간다는 혹은 잘 살아가고 싶은 노력이 응축된 현재 진행형이다. 진정 의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