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다 어디로 갔을까
의도적으로 멀티태스킹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멀티태스킹을 함으로써 그 시간이 주는 경험을 온전히 만끽할 수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걸 알기는 매우 쉬웠다.
맛있는 음식을 그만큼 맛있게 즐기지 못했을 때, 이 점을 선명하게 알게 된 것 같다.
맛있는 빵을 사 와서 집에서 먹은 적이 있다.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면서 집어 먹었다.
빵이 한 조각 두 조각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문득 모니터에서 접시로 시선을 옮겼다.
빵이 두 조각쯤 남아 있었다.
‘맛있는 빵이 다 어디로 간 거지…’
물론 빵은 그 자체로 매우 맛있었다.
그러나 단 두 조각 남을 때까지, 솔직히 빵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미각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그 물체에서 접할 수 있는 오감적인 요소들을 절반도 즐기지 못했던 것이다.
빵이 지닌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질감, 잘 구워진 황금빛 색감, 입 안에서 풍성하게 퍼지는 은은한 생크림 맛.
분명 빵을 먹었지만 먹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쉬웠다. 주말을 기다려 사 온 빵으로 맛있는 브런치를 즐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하느라 주의가 분산된 동안, 빵은 모습을 감추었다. 빵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 맛있는 빵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음식을 먹으면서 늘 다른 뭔가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거나, 얘기를 하거나,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그 식사‘를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멋진 카페에서는 어울리는 음악이 흐른다. 좋은 사람과 하는 식사에는 온건한 대화가 있다. 풍경이 매우 멋져서 더 근사한 식사가 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시는 커피는 그 자체로 행복을 주는 시간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눈앞에 놓인 단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면 놀랍게도 똑같은 것의 맛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핸드폰, 노트북, 책 등 다른 감각을 사용하게 하는 것들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런 다음 단 하나를 온전히 즐겨보는 것이다. 눈으로 천천히 형태를 따라가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질감도 느껴 본다. 이렇게 오감이 단 하나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비단 음식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보다 충만하게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은 먹는 행위를 통해 사라진다. 모든 것들은 얼마나 찬란하든 지나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이상, 어떤 것도 영원히는 붙잡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무언가 주어졌다면, 얼마나 충만하게 즐길 수 있는지는 우리의 영역이 된다. 분명 멋진 거였는데 그저 스쳐 지나간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즐거운지, 얼마나 좋은지 알고 싶다. 그리고 지나가는 게, 사라져 가는 게 마냥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오감과 주의를 단 하나에 기울이는 연습을 한다.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즐기고 싶기에. 소중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