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었군요, 평온
하루에도 기분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했습니다. 만성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회사니까 사람들하고 섞여 있잖아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회사도 이제 일상의 일부이다 보니까 어렵지는 않지만 괜찮다는 뜻은 아니에요.
동료랑 메신저를 했어요. 우울하다고 말했어요.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어요.
동료는 말해줬어요.
’이걸 하면 가장 도움이 되겠다’ 싶은 걸 한대요.
그녀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전 그대로 잠겨버리는 편이라 어차피 끝없이 우울해질 거였어요. 그래서 그냥 해 보기로 했어요. 오늘만큼은 내가 이걸 하면 가장 도움이 되겠다 싶은 걸요.
요즘 퇴근길에는 햇빛이 있잖아요. 그리고 저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해요. 그래, 저녁시간이니까 따뜻한 밥 먹고 들어가자고 생각했어요.
바깥 자리에 앉았어요. 퇴근길 공원은 차분했어요. 요즘 해질녘 가까워지는 시간에 공기가 참 좋아요. 햇볕이 따뜻한데 바람마저 살랑- 불거든요.
바깥 자리에 앉아 느껴지는 공기가, 따스한 햇볕이 좋았어요. 오늘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죠.
제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옆으로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으니 세상 좋더라고요.
살랑- 부는 바람을 다시 봐요. 천막을 살랑이는 바람을요. 지금 이 순간 모든 건 느리고 조용해요.
생각했죠.
내가 여유가 없는 거다, 세상이 바쁜 게 아니다.
만약 세상이 바쁘다면 이렇게 살랑이는 바람이 있음을, 그 바람이 따스하게 살랑이는 속도를 잊지 말자. 그리고 거기에 나를 맡길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가만히 앉아 이 순간에 있었어요.
우울한 기분이 사르르 걷히는 듯했어요.
붕 떠서 살고 있다가 지상에 안정적으로 착지한 기분이 들었어요. 생각과 몸이 하나 된 기분이랄까요. 깊은 안정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누군가 정성스레 준비해 준 맛있는 음식이 나올 때, 저는 인사했어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따스함, 느림, 그리고 인간적인 것.
평온은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