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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 스며든 배움

나를 만든 조각들

by 현이


어제 친구 캐시를 만났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작년 여름에 같이 등산을 갔으니 몇 개월 만이다. 서로 안부를 물으니 각자 자리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어려웠던 일들을 나름대로 잘 지나온 우리가 있었다.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친구 중 한 사람인데,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안부와 관심사를 나눌 때면 매번 새로움이 있는 것 같다.


어제 이런 얘기를 나눴다. 주변에 멋진 사람들이 있어서 닮고 싶다고. 그 말에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나은 표현이 있을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부분은 이런 게 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된다는 것이다. 친구, 연인, 단골가게 직원들, 동료, 심지어는 팔로잉하는 인스타 이웃, 아파서 들른 병원에서 만난 의사, 여행길에 동 시간의 경험과 대화를 나눈 친구까지.


지난번 캐시와의 등산길에 스스로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는 마인드셋을 배웠다.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어떤 것들이 실은 누군가에게는 별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관점을 배웠다고 했다. 과거의 그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그녀와의 대화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당시 등산은 아차산을 오르내릴 때 가뿐함 뿐만 아니라 일종의 작은 터닝포인트로 내 안에 자리하게 되었다.


스몰톡은 동네 카페에서 배웠다. 동네 산책길에 들르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가 좋은 이유는 자연스러움이 흐르는 공간인 덕분인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일지 정의해 보면 이렇다. 일상에 자리함으로써 물어볼 수 있는 안부(강아지 손님도 많기에 강아지의 안부도 묻고 예뻐해 주는 곳이다), 편안하게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유형과 무형의 접객방식, 한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대화와 같은 것들이다. 그 가운데에서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가 이들을 부드럽게 연결해 준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잃어버릴 수 있었던 지향하는 태도를 이곳에서 배웠다.


강남에 한 병원에 갔었다. 강남까지 가게 된 배경은 동네 병원에서 내가 겪는 불편한 점을 해결하지 못해서였다. 오히려 그럴 리는 없다며 고통을 무시했다. 하지만 몸이라는 건 당사자가 가장 잘 아는 거였다. 다른 의사를 찾아 나섰다. 이때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간절함을 갖고 만난 내가 설명하는 점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전 병원에서 제안하지 못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섬세한 진료와 치료 덕분에 오랜 시간 나를 힘들게 했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치료 기간 동안 의사가 보여준 경청, 환자를 안심시켜 주는 제안, 의료 실력에 감동했었다. 자기 분야에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직업인이 매우 드물 뿐 아니라,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어제 우리는 얘기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좋다고 여기는 점들을 하나씩 배운다고. 그러다 보면 그 좋은 점들이 모여 우리도 고유의 멋진 사람이 되어가지 않을까라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그동안의 경험들이 떠오른 저녁이었다.


짧든 길든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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