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길, 미지의 길
메리 크리스마스.
산책을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나.
서울에 사는 우리는, 같이 동네를 걷는 게 일상의 작은 한 부분이자 때로는 데이트의 일부다. 산책을 좋아하는데 같이 걷게 되면서 우리가 걷는 구역도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을 걸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 서울은 큰 도시이지만, 그 안은 작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곳도 많다는 점이다. 연남동, 홍대- 이렇게 잘 알려진 지명은 그곳을 어떤 구역으로 묶는다. 젊은이 많은 곳, 카페 많은 곳 이런 식으로 그 지역을 규정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지역에 조금만 가까이 들어가 보니 작은 골목들이 발견되었다. 우리는 동네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방향을 조금만 바꾸어 걸으면 처음 보는 골목이 나왔다. 그리고 처음 보는 카페, 서점, 식당, 과자점이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어? 라면서, 새 골목을 발견한 기쁨을 나누었다. 아직도 가볼 곳이 많았다.
아직도 가볼 곳이 많이 있다.. 멋진 발상이었다. 서울 어느 동네에서 몇 년을 살아온 우리는 각자 동네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잘 안다, 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 조명해 보면, 또 다른 풍경, 저마다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가게들, 그 안에 사람들이 보였다.
이야기는 길을 확장하는 데로 이어졌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동네를 많이 알게 되는 건 좋은 일이야. 동시에 그건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이 줄어든다는 점도 있어. 마치 게임에서 퀘스트를 하나씩 깨면서 영역을 정복하는 것처럼 말야.“ 어제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해 했던 대화에서 이어진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우리는 보통 무언가에 대해 더 알게 되니까. 그건 미지의 영역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거고.. 어쩌면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낀다. 또 미지의 골목이 눈길을 끌면 기꺼이 발걸음을 디뎌볼 의지도 있다. 이 점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웬만하면 오랜 시간 그 관점을 유지하고 싶다. 앞에 있는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의미 같아서다. 길을 걸을 때든, 일상이든, 때때로 있는 이벤트에서든..
골목길을 좋아하시나요.
동네를 걸으면 무얼 발견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