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최근에 전셋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제는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 함께.
우리는 각자 자취하던 곳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에 둘의 첫 보금자리를 정했다.
이제 막 일주일째. 아직은 이 단지, 동네의 주민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대략 7년을 거주했던 곳은 서울 중심부였다.
이번에 온 동네는 거리상 꽤 가깝고 넓게 보면 중심부라 부를 수 있지만,
주민으로서 느끼는 근처 풍경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점이 새삼 신기하다.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을 땐 너무 어렸던 걸까,
그때는 입지 내지는 사는 공간의 분위기라는 걸 굉장히 내추럴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머리가 크면서 조금 더 예민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아 이 공간에선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이곳은 어떤 속도로 시간이 가는구나,
이곳 사람들은 어떤 분위기가 있구나,
와 같이 개인적으로 어떤 감각 같은 게 열린 게 아닐까 한다.
확실히 난 과거보다 모든 면에서 더 자주 그리고 깊이 감응하니까.
이사 온 동네는 조금 정겨운 면이 있다.
시가지가 큰 줄기라면 거기에서 뻗어 나와있는 작은 가지 중간쯤에 위치한 느낌이다.
조금 옆으로 샜을 뿐인데, 어딘가 조용한 분위기다.
동네 상점들이 모여 있는 길이 있는데 건물들이 높지 않다. 작은 가게들이 꽤 오래 자리를 지키며 주민들의 생활터가 되어와 준 듯한 길이다.
한큐에 다 하는 큰 대형마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걸으면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로 거리가 구성되어 있다. 동네 마트, 세탁소, 여러 식당, 이발소, 목욕탕 같은 비교적 작은 가게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도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고,
서로 알고 지내는 이웃은 많이 없을 테지만.
그래도 왠지,
동네에서 몇 번 마주치면 속으로는 느슨한 이웃이 될 법한 기분이 든다.
오늘 퇴근길에 동네 마트에 들렀다.
품목마다 손으로 붙인 ‘이번 주 SALE’ 스티커가 많이도 붙어 있고, 무인 계산기는 없지만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쇼핑을 도와주는 직원분들 덕에
왠지 더 재미있는 참새방앗간 들르기.
이곳의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든다.
자칫 조급하거나 삭막해질 수 있는 마음과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러면 움직이던 추가 제자리를 찾아오듯이.
집에 대해서도 그런 기분이 든다.
돌아오면 안심이 되고 사랑으로 환영받는 곳.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반기러 뛰어나오는 내게, 웃으며 “잘 다녀왔어“라고 말하시던 아빠가 떠오른다.
남편이라는 또 다른 가족이 생긴 어른이 되니,
집과 동네라는 공간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