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를 가르친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평소 독서를 즐기지 않았다. 육아를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난 문학보다 원래 문법이 좋았다는 핑계로.
20~30대 때는 독서하지 않아도 생존에 큰 무리가 없었고,
나의 생존(취업)과 더불어 남의 생존(육아)을 책임지느라 더욱 독서와 멀어졌다.하지만 이제는 말 그대로 "생존 독서"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무슨 말을 꺼내려하는데 적절한 어휘가 0.1초 만에 딱 생각나지 않는다."그거~"라는 말을 꺼내 놓고 답답함을 견뎌야 하는 상대방에게 민망하다.TV나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해 줄 이야기도 마땅치가 않다.
어떤 작가님이 작가가 독서하는 이유에 대해 '인공호흡'을 받는 거라는 표현을 썼다. 독서가 산소라니. 작가로서 독서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꾸준히 독서를 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비문학부터 시작했다. 남들이 연초에 독서를 목표로 세우는데 12월에 다짐을 하니 뭔가 앞서 가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다.
1. 김미경의 리부트
강사에 대한 평판이 엇갈리지만 김미경 씨의 발전하려는 노력만큼은 정말 높이 평가한다. 자기 계발을 치열하게 하면서 수많은 강의를 소화하고 (미국에서의 영어 강의가 가장 충격적이다) 꾸준히 트렌드를 읽어가며 책을 내는 열정이 놀랍다.
단, 내용의 깊이를 어휘로 치장한다는 느낌을 받아 살짝 아쉽다. 예를 들면리부트 공식을 1) 온택트 2)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 인디펜던트 위치 4) 세이프티라고 요약했는데, 내용에는 깊이 공감했으나 직업병 때문인지 굳이 이렇게 제목을 뽑아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약하면,
코로나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계속 바이러스가 생길 것이므로 코로나 탓만 하지 말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으로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려는 시도를 어려워 말고 독립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 학벌 위주의 사회는 사라질 것이고, 능력 중심으로 채용의 변화도 생길 것이다.
이 부분은 최근에도 블라인드 전형 등으로 반영되고 있는 추세이고, 앞으로 더욱 강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국어, 영어, 수학을 적당히 잘해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뭐든지 뛰어나게 잘하면 살아남는다. 잘하는 것을 찾아 키워주는 게 엄마와 교사의 가장 큰 역할임을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안전'에 민감해야 살아남는다. 생존을 걸고 안전에 투자하라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서
1) 나와 세상의 변화를 분석하라.
2) 원하는 미래를 써 보라.
3)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세우라.
(책에는 시놉시스, to do list 마련으로 나온다.) 정도로 나오는데, 미래를 읽으려는 노력과 변화에 대한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2. 김태현 선생님, '교사의 시선'
가볍지 않다. 읽으면서 쉬어가고 그림도 감상하고 천천히 묵상하면서 읽어야 맛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과의 인연은 2006년 기독교사대회(혹은기윤실수련회)에 신앙이 같은 동료 선생님들과 참가했는데 같은 조가 되었다. 내가 새내기 진짜 신규였고 작가님은 2~3년 차 신규였다. 그런데도 주제 강의를 맡아 진행하시고 청중을 울고 웃게 만드는 말솜씨가 있었다. 유머 있는 사람은 가볍다는 고정관념을 깰 정도로 수업에 대한 철학이나 깊이도 남달랐다.
무작정 선배 교사를 닮고 싶다는 마음으로 국어 연구 모임에도 한두 번 참석했으나 너무 바빴다고 할까 열정이 없었다고 할까 그게 끝이었다. 수업 준비를 하다가 그분이 힘들게 촬영한 ('봄봄'을 학생들이 촬영한 것으로 기억한다.) 자료를 달라고 손을 내민 부끄러운 기억이 전부였다. 그다음 기억은 큰 아이를 출산하고 1정 연수를 받으러 갔다가 강사로 뵌 것이다. 약간의 산후 우울감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던 시절에 승승장구 발전하는 동료 교사를 보자 부끄럽게도 질투심이 생겼다.
그러다 6년의 휴직 후 복직을 할 때 '내가 사랑하는 수업,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시리즈를 읽었다. 다시 팬심이 생겼다. 이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 느꼈는지 질투나 부러움의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저자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책을 읽는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책으로만 아는 작가와 현실에서 아는 작가는 달랐다. 그래서 '교사의 시선'은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히 1부는 방심하고 자습시간에 교실에서 읽다가 눈물이 쏟아지는 사고를 낼 뻔했다.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미술'이었는데도 책 속에 인용되는 미술 작품들을 넋을 놓고 한참씩 바라보기도 했다. 그냥 그림 한 장 한 장에 작가의 인생이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그림을 교육과 연결 지어 의미 있게 풀어냈기 때문일까.
이런 철학적인 사유와 깊이가 없이 수업 기술이나 자료만 가져다 쓰려고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어떤 한 단어나 문장으로 요약하기 참 어려운 책이다.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의 삶과 고민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1권과 2권은 전혀 다른 책 같지만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이제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살아야 할 때다. 나에게 어울리는 콘텐츠는 '독서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독서 감상을 차곡차곡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다음 책은 유선경, '어른의 어휘력'이다. 주말 동안 다 읽고 다시 서평을 올릴 생각이다. 일단은 일주일에 두 권읽기가 목표인데 이번 주 분량은 다 채웠으니 천천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