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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Jan 18. 2021

어떤 고등학교가 유리할까?

블라인드 전형, 다시 시작된 유불리 게임

올해 학종 서류 평가에서 블라인드 전형이 첫 도입되었다. 블라인드 전형이란 출신 학교를 가리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미 공기업에서는 출신 대학을 가리고 채용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작년까지 대입에서는 출신 학교의 정보가 생활기록부에 은연중에(때론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학교 이름이 "브런치 고등학교"라면 "브런치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 혹은 "브런치 한마당 체육대회", "브런치 수학 과학체험전"처럼 학교명을 내세운 행사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똑같이 내신 2등급을 받은 학생의 경우 소속 학교가 강남에 있을 때 은연중에 더 후한 점수를, 소속 학교가 시골이나 신설학교인 경우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식이었다.


실제로 블라인드 전형이 도입되기 전에 필자가 근무했던 신설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렇게 학생을 평가할 때 출신 학교의 후광 효과가 있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일명 학군지(강남, 서초 등) 쏠림 현상이 심각해 블라인드 전형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2021년은 수시 블라인드 전형의 첫해였다. 교사들은 이 전형에 맞는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번거로운 정정 과정을 거쳤다. 이미 작성된 생기부에서 학교명이 드러나는 행사의 경우 모두 정정대장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 교내 모든 행사명과 동아리 명에서 학교 이름을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수고를 한 것이다. 이제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생활기록부만 보고는 이 학생이 어느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지 추측하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학교명을 지운다고 해서 전혀 짐작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사고나 특목고의 경우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학생이 어떤 교육과정을 이수했는지만 보아도 구별이 된다. 문제는 일반고 내에서 블라인드가 될 경우이다. 학군지(이 신생 단어에 대한 논란이 많다. 강남, 서초, 송파처럼 좋은 학군을 언제부턴가 이렇게 부른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많이 받아왔고 비교적 경제력과 교육열이 높은 가정에서 자라 상위권이 두터운 편이다.  학군지에서 4등급 정도 받는 학생들은 모의고사를 보면 2등급 정도로 높은 등급을 받는다. 하지만 학군이 썩 좋지 않은 동네에서는 반대의 케이스가 많다.


내신은 1~2등급인데 모의고사는 4등급이 나오는 경우다. 이렇게 블라인드 전형으로 학생부에 드러난 내신을 단순 비교할 경우 같은 4등급이라고 실제 같은 실력은 아니다. 단순 숫자만 비교할 때 모의고사 등급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학군이 좋은 일반고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역차별을 느낀다며 블라인드 전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 탈강남을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특히 올해 많이 늘었다.


하지만 학군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있는 게 공정한 사회가 아니냐며 긍정적인 목소리를 낸다. 사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은 지역에서도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결코 강남의 1등급 학생들보다 노력이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서 1등급을 받는 친구들은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는 성실한 학생들이다. 이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강남 쏠림 현상도 완화되고 공정한 사회가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학부모 카페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간 끝에 내려진 결론은 "내 아이에게 유리한 전형이 공정한 전형이다."라고 요약되었다. 필자도 어떤 전형이 더 공정한지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 내가 어느 시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블라인드 전형이 이미 도입되었고, 한동안 이런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까? 실력이 특출 난 학생이라면 아예 교육과정이 차별화된 특목고를 보내겠다. 실제 2021년 입시에서 블라인드 전형 속에서도 오히려 특목고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최상위권 대학에서 근소한 차이로 특목고 합격생이 더 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러나 자녀가 최상위권이 아니라 상위권이라면 블라인드 전형을 고려해 내신을 따기 좀 더 유리한 학교로 진학시키고 싶다. 수능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상위권 대학에서는 수시 학종이 대세기 때문에 굳이 최상위 학생이 많은 학군지 학교는 불리할 수 있다.


일명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 되기 전략. 하지만 정말 혼란스러운 이유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내 아이가 최상위권인지 상위권인지 중위권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입시제도 또한 너무 자주 변하기 때문이다.


그저 정보나 전략이 없어도, 어느 지역에 살아도 대학을 가는 데 불리하지 않는 시대가 되기를. 더 나아가 어떤 대학을 나와도 차별 없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너무 이상적인 결론이라 민망하지만 블라인드 전형의 장점에 좀 더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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