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하트 May 24. 2023

부족해도 행복한 엄마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돌을 기점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어요. 돌 접종, 분유 끊기, 젖병 끊기, 이유식 끊기, 우유 시작, 유아식 시작 등등. 추가적으로 복직이 다가오며 어린이집 준비까지.


해야 하는 거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있었어요. 그러다 딱 돌이 되니 약간 스트레스가 생기더라고요. 이유식을 거부하고 어른 밥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니 유아식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반찬과 국을 만드는 게 막막했거든요. 제 친구는 사 먹이라고, 너 너무 힘들다고 했지만 일단 시작은 직접 만들어서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과 달리 몸은 힘들었나 봐요. 어제 잠들기 전에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넘어 짜증이 났었습니다. 그 상태로 잠들었죠.



후~ 큰 호흡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갈 생각으로요. 전날 유아식 레시피를 그렇게 많이 봐놓고 정작 만들 때는 저만의 레시피대로 만들었어요. 하기 전에는 막막하고 자신 없었는데 막상 하면 별거 아니더라고요.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안 해본 것은 어려워 보이고 대단해 보이지만 막상 하면 ‘나도 하는데~ 다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요.



자녀를 키우며 이런 시기를 다 지나가신 분들이 보기엔 ‘저거 별거 아닌데~ 나중엔 더 큰 산들이 많은데’라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9살, 6살 남매를 키우는 제 친구도 그랬거든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고민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중엔 이거 그냥 한다~ 이게 뭐라고~’ 싶거든요. 하지만 이 순간은 얼마나 큰 변화처럼 느껴지고 고민이 되는지 몰라요.



친한 언니가 아기 낳고 어제 조리원에서 집으로 갔어요. 그 기분을 알기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잠만 잘 때가 편하지~ 새벽에 깨는 건 힘들지만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 만 하면 되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 상황일 때 모든 게 처음이라 뭐가 맞는지 몰라서 조리원 신생아실 전화하고, 병원 신생아실 전화하고, 모르겠다고 울고, 인터넷 맘 카페 글 올리고 했던 건 생각 못 하고 말이죠. 하하하​


매일 고민합니다.

어떻게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힘들어도 딸이 볼까 봐 인상 쓰기보단 웃고

배고파도 재우고 맘 편히 먹으려고 참고

화장실 가고 싶어도 타이밍 기다리며 참고

내 화장실은 바로 못가도 딸 용변처리는 바로 해주고

폰 만지고 싶어도 딸이 따라 할까 봐 참고

내 책 읽고 싶지만 딸 읽어주기 위해 그림책 한 권 더 읽고

나도 먹고 싶지만 딸이 입 벌리고 달라고 하면 먼저 주고



사소한 저의 사랑들이 모여 딸에게 전달될까요?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잘 흘려보냈습니다.



엄마가 처음이라 다 낯설고 어설프고 모르는 것 투성이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신랑과 그저 엄마만 보면 좋다고 잘 웃어주는 딸에게 고맙네요.


흔히들 하는 말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하잖아요. 전 행복합니다.(물론 힘듦도 있지만요) 제 딸도 행복하게 잘 크고 있겠죠? 그거면 충분하고 감사해요.


엄마가 처음이라 부족하지만,

그래도 너의 엄마라서 감사하고 행복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