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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Mar 06. 2024

와칸 염색 한 날

2024년 3월 6일 수요일

5년 전부터 새치가 하나둘씩 나기 시작했다. 뽑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그때는 흰머리를 뽑았다. 지금은 염색 말고는 손 써볼 수 없을 정도로 흰머리가 많다. 내 머리를 보는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라고. 그렇게까지 삶이 힘든지 않은데 말이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색을 하지 않았다. 신경은 쓰였지만 흰머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지내다가 작년 6월에 중학생 이후로 처음 염색을 했다. 염색을 해도 금방 흰머리가 쏙쏙 올라왔다. 염색한 지 8개월이 지난 최근에는 더 신경 쓰였다. 출근할 때는 흰머리가 보여도 화장도 하고 옷도 출근복장으로 입으니 흰머리가 가려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매일 편한 옷에 민얼굴로 있다 보니 거울을 보면 흰머리가 더 돋보였다.


임산부인데 뭐,

곧 출산인데 뭐,

어디 갈 곳도 없는데 뭐…

하면서 그냥 지냈었다.


며칠 전, 어린이집 등하원 외에 잘 나가지 않다 보니 세수도 안 하고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후줄근한 거울 속 나와 마주쳤다. 나에게 미안했다. 그 이후로 아침저녁 꼬박꼬박 세수를 했다. 로션도 잘 바르고 중간중간 미스트도 뿌려가며. 이참에 염색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임산부다 보니 집 근처 천연염색하는 미용실에 갔다.


처음 해보는 와칸염색. 오랜만에 관리받는 기분이 참 좋았다. 천연염색이라 확실히 머릿결 손상도 없었다. 그만큼 가격은 무서웠다. 단발임이고 첫 방문 할인을 받고도 19만 원을 결제하고 나오면서 ‘너무 사치를 부렸나?’ 싶기도 했지만 임신했을 때 이렇게 해보지 ~ 하며 기분 좋게 나왔다.


흰머리가 아닌 검은 머리만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해서 집에 와서 거울도 요리조리 보고, 셀카도 오랜만에 찍었다. 머리도 좀 잘라서 완전 단발이 되었는데 예전 20대만큼 상큼함은 없었지만 나중에 40대가 되어서 보면 상큼하게 보이겠지?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걸 잊지 말고 외면도 내면도 꾸준히 가꿔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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