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행동의 판도라 상자 『스키너 박스』
개 훈련법. 자극에 대한 보상과 처벌로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 이것은 사람에게도 통할까? 여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상자 안에서 키운 심리학자 *스키너가 있다. 그는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인간이든지 그대로 만들어 주겠다”라고.
*B. F.Skinner(1904.3.~1990.8. 美. 행동심리학자) 일명『스키너 상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조작적 조건화(operantconditioning: 체계적이고 선택적으로 반응을 강화시킴으로써 그 반응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를 밝혀내며, 보상과 강화가 행동에 미치는 연구로 평생을 바침
수천 년간 인도인의 삶을 구분 지어 온 카스트 caste제도. 법적으로 폐지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 결과 인도는 최대 노예국으로 해마다 선정(워크 프리 재단 Walk Free Foundation 발표)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세습 노예뿐만 아니라, 강제노동, 부채 노동, 아동착취 등 각종 노예제가 성행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같이 ‘갑질’에 휘둘려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삶을 사는 사람을 ‘현대판 노예’라고 한다.
땅콩 회황, 백화점 모녀 사건 등 지금 대한민국은 ‘갑질’ 논란이 거세다. 기업 오너가家의 도를 넘어선 안하무인,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그리고 청년들의 열정을 빌미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 페이熱情Pay’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갑질도 만만치 않은데, ‘허세’와 ‘밥그릇 지키기’라고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과하고, 또 너무나 억울하다. 갑질은 왜 일어날까?
갑질은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괴롭히면서 자기 처지가 더 낫다고 착각하는 비뚤어진 우월감의 표현이며,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우월감을 통해 자신감이나 자존감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대적 비교를 통한 보상이 자신의 존엄성을 강화시켜주지 못할지언정, 그들의 갑질은 계속된다. 이렇듯 보상에 반응하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스키너의 연구는 시작되었다.
소설가가 꿈이었던 스키너는 그 위대한 심리학자 *파블로프의 글에 매료되어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다. 그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자극(종소리) 에 반응하는 행동(침 흘림)을 보며, 환경에 작용하는 어떤 행동에 지속적인 보상을 주면 아무 의미 없는 행동도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궁금했다. 스키너는 파블로프의 이론을 좋아했지만, 그가 원한 것은 작은 점막이 아닌 유기체 전체였는데 즉, 침을 흘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 것이다. 그리고, ‘스키너 상자’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Pavlov, Ivan Petrovich(1849.9.~1936.2. 露. 생리학자) 개가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침을 분비한다는 조건 반사를 발견.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음
스키너는 상자 안의 배고픈 쥐가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면서 여러 반응을 나타내다 우연히 지렛대를 누름으로써 먹이라는 보상을 얻게 되면, 지렛대를 누르는 방법을 금세 배운다는 것과 음식이라는 보상을 더 이상 주지 않으면 지렛대를 누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 놀라운 것은 부정기적으로 음식을 줄 때(가령, 30번을 누르거나 50번을 눌러야 음식이 나옴)에도 지렛대를 계속 누른다는 위대한 발견을 통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예측할 수 없는 보상을 받기 때문-를 알아낸 것이다.
쥐로 시작한 스키너의 실험은 고양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돼지에게 진공청소기를 미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제2차 세계 대전 때에는 비둘기에게 미사일 유도 훈련을 시키는 학습 장치를 고안하는 데까지 이른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딸을 2년 동안이나 자신이 고안한 상자 안에서 직접 키우며, ‘신생아들에게 보상과 처벌의 방식으로 교육을 하면 범죄가 없는 이상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하여 심리학자 중 가장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기에 이른다.
이러한 비난에도 스키너는 생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선정《타임, 1971》된다. 그의 이론은 학계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광범위하게 적용되었으며, 특히 생산성이 중시되는 대량생산 시대에 적합한 교육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즉, 전통적으로 교육이란, 지식이나 기술 그리고 신념체계를 주입시키고 전달하여 습득시키는 과정인데, 교육을 “인간 행동의 계획적인 변화과정”이라고 생각한 스키너의 관점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의 사회화는 어른들에 의해 사회에 잘 적응하는 ‘착한 아이’로 키워지는 것인데, 어른의 기대에 부응하면 보상을,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방식으로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가령, 벽에 칭찬스티커를 붙여 놓기만 해도, 아이는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데, 사실 보상이 없다는 것은 아이에겐 두려움이 고 그 자체가 벌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회사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처벌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우리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배우는 사람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가능성이 자연스럽고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포악한 범고래를 조련하는 비밀이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라는 사실은, 처벌보다는 긍정적 보상이 행동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스키너의 이론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만약 자동차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벨트를 매게 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벌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속을 강화하거나 벌금을 높이기보다는 캠페인으로 의식을 개혁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키너의 이론을 생각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주위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안전벨트를 매면 시끄러운 경고음이 사라지도록 만들어지도록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임무는 경고음을 더 크게 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다.
*매슬로는 인간의 행동이 다양한 욕구에 의해 생겨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욕구가 채워지길 바라며,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쇼핑을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와 공감이라는 보상을 얻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SNS를 하는데 소비한다. SNS의 사용을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으로 설명하면, 집단에 소속되고 그 집단에서 애정을 받고 싶은 ‘사회적 욕구’와 자신의 지위, 명예, 자존심, 성공을 보여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은 ‘존경 욕구’가 ‘좋아요’와 ‘댓글’로 보상받는다는 것이다.
*A. H. Maslow(1908.4.~1970.6. 美. 심리학자) 인간의 행동은 욕구에 의하여 동기가 유발되며,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욕구단계 이론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소비는 욕망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이루어진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은, 브랜드가 주는 ‘기대심리를 사는 것이다’. 브랜드는 우리가 원하는 욕망을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그리고 자아표현적 편익으로 구분하여 전략적으로 우리를 유혹해, ‘OO자동차를 타면 마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느껴져’, 혹은 ‘OO청바지를 입으면 섹시해 보이고 자신감이 넘쳐’라고 느끼게 하는데, 이것이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얻게 되는 보상인 것이다.
한편,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40대, 다시 한번 공부에 미쳐라》 등 대한민국은 평생, 공부를 강요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마도 ‘공부’ 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욕구 때문에 공부에 집착할까? 성인은 자아성찰이나 자아존중 혹은 승진이나 봉급과 같은 동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 그래서 성인의 학습은 필요성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학벌’과 ‘학연’으로 규정지어지는 한국사회에서, 공부마저 하지 않으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은 이내 무시무시한 공포감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이 공포감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마치 강박장애와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자기계발 서적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타인의 삶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남의 관점과 남의 경험을 따라 하면 더 좋은 인생을 살 것 같은 기대감과 안정감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데, 정작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아지는 것을 보면 그냥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방식으로 채워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타인의 견해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삼키지 못하게 할 것이며,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스탠퍼드 대학 졸업에서 연설한 스티브 잡스는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라고 강조한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에서 스키너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스키너의 주장은 인간의 모든 행동은 조작을 통하여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의 주장은 인지의 창조적인 면과 인간 행동의 전체적인 복합성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곤 했는데,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삶 자체가 스키너의 이론을 증명하고 다시 반증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으로부터 ‘착한 아이’라는 말을 듣기 위한 훈련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어 내면의 욕구를 억압하여 결국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병을 만들어 내는데, 마치 상자 안에서 자란 스키너의 딸처럼 우리는 보상에 대한 기대감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평생 가둬져 있는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가장 비인간적인 심리학자의 가장 인간적인 발견을 기억하라. “보상이 행동을 강화한다”. 지금부터 바로 당신의 욕구에 스스로 보상을 주어라! 그리고, 내 아이를 나쁜 아이로 키워라!
※ 브런치 매거진, 『프로그래밍화된 심리』는 심리학 '이론' 자체보다는 '개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심리학자가 아닌 까닭에 적정선에서 다루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심리학을 심리학 밖으로 꺼낼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 현상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 일상의 고민과 소비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실 우리네 고민의 대부분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념, 정체성, 관계, 그리고 안정감(불안 해소)까지도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 그리고 혼란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소비사회의 메커니즘과 매스미디어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죠.
즉 '불안'과 '죄책감'과 같은 심리상태는 사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세상을 보는 틀' 뿐만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방식'마저 재단 당하고 암묵적으로 지시당한 결과 느끼게 되는 '프로그래밍화된 심리'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그 어떤 '메커니즘'에 더 강하고 깊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 저의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심리를 더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자신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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