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가 된 포세이돈

네이머와 아쿠아맨을 통해 본 바다 신화의 현대적 의미

by 정호훈

세계 최대 슈퍼 히어로 2대 소속사, 월트 디즈니의 마블 Marvel 과 워너 브러더스의 DC코믹스. 마블은 어벤저스(Avengers: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아이언맨 등)로, DC는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등)로 세계 문화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바다의 슈퍼 히어로를 이야기한다.



세계 대전과 대공황이 만든 히어로


때는 바야흐로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1920년대의 미국은 지속적인 '번영'의 시대였다. 그러나, 1929년 10월 24일, 뉴욕 월가(街)의 ‘뉴욕주식거래소’에서 발생한 주가 대폭락은 대공황으로 이어진다. 끝없이 떨어지던 경제는 1933년부터 회복을 하지만 결국 1938년 불황으로 좌절된다. 그리고,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발생하였다.


전쟁 이후, 거대한 생산 라인은 군수 물자 대신 생필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경기 부양을 위해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은 생산과 소비를 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미디어는 주부들에게 ‘설거지 해방’을 모토로 일회용품의 소비를 장려한다. 어수선한 시대를 거치며 당연히 사람들은 환경에 무관심하게 되었고, 일회용품의 남용은 바다 오염을 본격화하였다.


이즈음, 격변의 시기를 거친 사람들의 심리는 정상적일 리 없었다. 미국을 파괴하는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으며 또한,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국에 대한 분풀이 대상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 덕에 1939년 마블에서 코믹스 최초의 안티 히어로 anti-hero, 네이머 Namor가 등장한다. 미국을 파괴하는 악역으로서의 역할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국에 맞서 싸우는 역할이 아이러니하게 비벼진 특이한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전설의 아틀란티스 지배자, 미국의 ‘일개 히어로’ 되다


안티히어로 네이머가 나쁜 남자 캐릭터로 나름의 인기를 얻자, 이에 질세라 1941년 DC에서는 아쿠아맨 Aquaman을 선보인다. 소속사와 성격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미국인 아버지와 아틀란티스의 왕족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갈등 속에 정체성을 찾는다는 스토리, 아틀란티스의 지배자로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매개자라는 역할, 삼지창 trident을 통해 그 들의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매우 닮았다.


그 이유는, 그들은 바다의 신이자 대서양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전설 속의 초 문명 국가 아틀란티스 Atlantis의 지배자, 포세이돈 Poseidon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수의 슈퍼 히어로물이 신화를 모티브로 하는데, (분석심리학에 의하면) 히어로란 모든 인간이 각 개인의 삶의 여정에서 힘과 용기, 생명에 관한 의의를 구하는 '집단 무의식의 원형적 이미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화에서 대리만족과 교훈을 얻듯이, 자연스럽게 슈퍼 히어로물에 열광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히어로가 있지만, 특히 바다의 전설 아틀란티스와 포세이돈을 담은 히어로를 이야기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다의 신과 미국인 사이에서 출생한 ‘반신반인(半神半人)’은 미국이 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데올로기 확보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현대인의 공감대를 문화상품 소비로 연결할 수 있으며, 전설 속 나라를 소유하고 바다의 제왕 포세이돈을 일개 미국의 영웅에 속하게 함으로써 국가 패권 싸움에서 인식 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준다.



바다를 지키는 진정한 히어로는 누구인가?


‘난세(亂世) 영웅’이라 하는데 4차 산업 혁명을 맞은 우리에게, 히어로들은 “혼자서는 세계를 구할 수 없다(You can’t save the world alone, 영화 《저스티스 리그》 포스터 문구)”며 팀플레이를 통해 ‘협업’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 세계 대전과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사회적 불만을 해소해 준 바다 슈퍼 히어로 네이머와 아쿠아맨이 80여 년 만에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한 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일까?


지금 바다는 플랑크톤만큼 많은 플라스틱을 담고 있으며, 우리는 해양오염의 심화, 해양 생태계의 파괴, 해수면의 상승 등 해양문제 이상의 ‘인류의 생존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 오염은 한두 나라와 기업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바다의 슈퍼 히어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몇 해 전 태안 앞바다의 오염을 우리 모두의 손으로 지켜낸 것처럼, “바다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는 ‘너’”라는 것 아닐까? 최소한 바다를 공격하면 바다도 인간을 공격한다는 ‘안티히어로’의 모습은 담기길 바라본다.



[추가~ #영화 #아쿠아맨이 2018.12.19에 국내 개봉 예정이다 - 바로가기~클릭!!!]



#슈퍼히어로 #네이머 #Namor #아쿠아맨 #Aquaman #마블 #DC코믹스 #어벤저스 #저스티스리그 #안티히어로 #아틀란티스 #포세이돈 #삼지창 #신화 #인문학 #일상 #사보 #칼럼 #브런치 #매거진 #작가 #칼럼니스트 #정호훈


일상을 함께 지껄이는 VagabondBoy의 페이스북

일상의 감성을 나누는 VagabondBoy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