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뒤에 오는 말들

내가 쓰는 감정엔 주인이 있다

by Vainox




내 정신은 쉽게 금이 간다.

사소한 문제로 바람 앞 등불처럼 흔들린다.


한 마디로, 멘탈이 약하다.


그래서 나는 연습해 왔다. 내 감정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그 감정을 품고 나아가는 방법을.

그렇게 내 안의 균열을 채워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겹겹이 덧댄 단단함 위에도 때로는 낯선 파열음이 스며든다.

나와 함께 균열을 메워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틈을 파고들어 내 영혼을 훔쳐가는 그림자가 있다.


이번에는 그 작업이 너무 교묘해서, 나는 화가 났다.

남의 말에 손대고, 그걸 마치 자기 고백처럼 꾸미는 그 얕은 수작이 간악하고, 교활했기 때문에.


처음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 문장들은 너무 얄팍했고, 감정이라 부르기엔 조잡했으며, 딱히 분노를 쏟을 만큼의 가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도둑맞은 내 영혼의 조각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내가 눌러두었던 분노는 침묵을 뚫고 폭발했다.

문장을 흉내 내고, 글의 핵심을 표방할 때까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마치 자신이 처음 겪은 듯 포장하고, 그 감정의 무게마저 ‘자신의 울림’처럼 팔아넘기는 걸 보았을 때.


나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감정의 주인을 되찾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기어코 찾아 나섰다. 쓰던 문장도 멈췄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난 부정이 타인의 마음까지 물들일까 봐.


그렇게 벼랑 끝에 서 있던 내 이성을 붙잡아준 건, 다름 아닌 처음 만난 변호사였다.

나는 법적으로 따질 수 있을지 물었다. 그리고 변호사는 말했다.


“이걸 표절이라 하면, 오히려 작가님이 화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선, 원문보다 나아야 하거나, 적어도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절없이 웃어버렸다.

고작 그런 글에 이토록 화가 나고, 며칠을 끓고 끙끙 앓아야 했던 내가―


그 순간 너무 우스웠다.


훔친 감정조차 그 손 안에선, 끝내 말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창작자의 윤리도, 태도도 없는 글에 내 시간을 태워버린 게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빼앗긴 말들을 되찾고, 누구의 감정도 아닌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기 위해.


그리고 이제,

나의 영혼은 더욱 단단해졌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멈췄던 이야기는 7월 26일부터 다시 써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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