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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Apr 04. 2023

호의호식 아니고 꽁의꽁식

고양이 옷장에 2시간 감금 사태

#옷장에들어간꽁이

옷장에 2시간감금=호의호식 아니고 #꽁의꽁식

외출하고 집에 돌아와서 옷장 안에 옷을 집어넣는다. 문득, 또 넣어야 할 다른 옷을 거실에 두고 온 것이 떠올라서 잠시 자리를 비운다.


그 사이에 열린 옷장 사이로 꽁이가 낮게 점프하며 들어가버린다. 마치 자기 방 들어가듯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돌아와서 살펴보니 옷장 안 옷 무덤 사이로 막 자리를 정돈하는 꽁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옷장 안에 옷을 다 집어넣어서 문을 닫아야 하는데 꽁이가 그 안에 들어가 있으니 여간 거슬릴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꽁이의 하얀 털이 옷에 사정없이 묻기 때문이다.


고양이 털은 다른 동물의 털과 달리 바늘처럼 뾰족한 털끝이 섬유 내부에 쏙 박히는 형태라서 더 골치 아프다. 집사가 타박하듯 외치니 꽁이도 #야웅 볼멘 소리로 운다. 해석하면 여기에 있게 그대로 두라는 뜻이다.


그러고보니 본가에 살 때부터 꽁이는 헹거 안쪽 틈틈마다 메워진 옷 무덤 사이를 헤집고 자신만의 동굴을 만들곤 했다.


어느 날은 저 왼쪽, 다음날은 그 오른쪽. 이렇게 날마다자신만의 또아리와 안식처 삼아서, 제 몸 하나 잘 뉘어지게끔 옷감을 잘 비벼서 나름대로 건축을 하기도 했다.


꽁이는 마치 그 때의 추억을 상기하고 회상하듯, 엄청난 골골송을 부르며 막 앞다리를 모아 식빵 굽는 자세를 취한다.


고단했던 외출이라 빨리 정리하고 쉬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꽁이가 때마침 포착한 #추억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든 애착 이불이나 애착 인형이 있었듯이, 꽁이도 포근한 옷무덤이 본인의 소중한 어린시절이자 애착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금방 이해됐다.

그래서 과감히 옷장 문을 닫아버렸다.


과감한 문닫기의 이유=

고양이가 밀어내는 머리의 힘은 그 누구보다도 강도가셀 것이며, 또 충분히 울음 소리로 어필하면 단연 문을 열어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꽁이는 그 각오가 무색하리만큼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다.


꽁이는 결국 캄캄한 옷장에서 내리 두시간을 있었다. 살짝 열어보니 이미 잠에 취해 늘어져라 자고 있었다.


가끔 넘 빡빡하게 굴지말고, 다정한 #육묘 하자고 새삼 다짐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자의적으로 옷장문 개장하여 꽁이에게 애착 추억 회상시켜주고, 꽁의꽁식하며 그렇게 같이 사는 거지. 대신 나는 옷감에 돌돌이 더 돌려보고 그렇게 호의호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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