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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스토리텔러 Feb 13. 2016

01 서른, 처음 투성이

난 알아요. 도대체 무엇을?


처음, 처음, 처음

설레는 것 만큼 두려움의 단어.

작년 12월 (고작 2개월 남짓이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았다.

조급한 마음에 면접도 서너 군데 봤지만

이제 아침에 눈을 떠 '회사'라는 곳에 다닐 자신이 없다.

아니 의지가 없다고 해야 하나?


무형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이라 

밤낮없이 일하고 비효율적인 

수정-최종-최종 최종-진짜 최종-제발 진짜 최종까지

모두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와 관련된 일 이 외에도

감정 소모와 본질과 상관없는 업무, 밤 12시의 회의는 견딜 수가 없었다.

물론 모든 업무가 회사이기 때문에 조직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란 것은 십분 알고 있다.

그럼에도 '30대인데 안정적인 게 최고' vs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골백번 한 다음 어느 날, 호기롭게 사표를 냈다.




직장보다 직업이 더 중요하다


퇴사 후에도

에디터로써 본질적인 일은  계속하고 싶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기도 하고 에디팅은 절실한 꿈이다.

지금껏 돈도 못 벌고 효도 한번 한 적이 없다.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설 연휴 동안 부모님이 기다리는 고향 집도 마다하고

태어나 '처음'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당장 미팅 때 내밀 명함을 만들어야 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러스트로 '처음' 명함을 만들었다.


회사명은 1월부터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Valere 라틴어로 '발레레'라고 읽는다.

사전적 의미로

1. 잘하다 2. 가치 있다, 뜻이 있다 3. 힘이  있다 라는 뜻!

사람에게는 '건강하다'와 '생명력'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사물에는 '생명을 지탱하다' 

혹은 '가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직관적인 나로서 일단 '잘한다'라는 뜻이 좋았고 

내가 만든 콘텐츠가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한다.

곧, 생명력=나의 가치=나다움 을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의지를 담았다.


명함을 만들다 보니 여차저차 로고도 완성되었다.

지인에게 먼저 보여줬더니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설 연휴라 킨코스에서 소량만 출력했는데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만들어야지.



눈떠보니 1인 기업이 되었다

결국에는 1인  기업=프리랜서이지만

여러 군데 거래를 하다 보면 세금 문제나

'세금계산서'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처음'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했다.


사업자 등록증 신청서를 보자마자... 하.

까막 눈도 아닌데 막막했다.

직원수를 쓰는 칸에 1이라는 숫자를 쓰고,

업태 칸은 세무서 직원과 함께 채우려고 비워뒀다.

그렇게 살갑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세무서 직원의 도움으로 신청 완료.


며칠 뒤,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실제 사업장 확인과 

업태를 왜 이렇게 많이 고쳤냐는 지적이었다.

(모르니까 이러한 수정이 많았다)

하지만 별 무리 없이 오늘 날짜로 

용산구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업자등록증을 받자마자 주거래 은행에서

'처음' 사업자 우대 통장과 회사 카드를 발급받았다.

'처음' 세금계산서 OTP 카드를 발급받고

혹시 몰라 전에 쓰지 않던 신용카드도 신청했다.

은행에서 이렇게 많은 서류를 써본 것도 처음이다.



끝나기 전에 끝이 아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전자세금계산서, 홈텍스 등록이 남아있다.

생전 '처음' 해본 소개팅을 끝내고

나머지 업무를 조심스럽게 시도해보려고 한다.


근 7년 동안 사회생활하며 직장생활도 한 것 맞지?

2016년 나의 서른 살, 뷰티 스토리텔러 라는 이름으로

'처음' 해보는 도전들은 참 멘붕이다.

하지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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