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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맹한 바닷가재 Jan 09. 2020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 사랑이다

취향 존중에 대하여

 사랑은 위하는 삶이다. 위하는 삶의 구성요소 3가지는 관심, 존중, 책임이다. 오늘은 존중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나는 30대 중반까지 나의 취향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부터 소비 습관까지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도덕적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말이다. 취향 존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몇 가지 사례들을 이야기해보겠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여학생이 많다. 시간이 갈수록 짧은 커트 머리를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처음엔 왜 여학생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머리가 짧아서 시원하고 좋지?라는 말을 해준다. 학교도 학생들의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교복 바지를 허용하고 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과거에 비해 개인의 취향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것 같다.


 후배가 결혼을 하고 전셋집을 구했다. 그런데 부모님께 받은 전세자금의 일부로 차를 산다고 했다. 그것도 외제차를 무려 6,000만 원 가까이 되는 신차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집을 먼저라는 생각이 입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후배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했다. 후배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런 소비 선택을 한다고 해서 이 세상에 피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드림카를 타고 좋은 에너지 팍팍 받아서 성공하라고 응원해주었다.


 아내는 정치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내가 지지하는 이념과 다른 진영을 지지한다. 처음엔 불편했다. 왜?라는 말이 나왔다. 왜? 하필이면... 그래서 많이 싸웠다. 정치 문제로 싸우는 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내가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준다. 그리고 공감도 해준다. 지지할 수는 없지만, 존중은 해주고 있다.


 상대방의 취향 존중은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가치다. 왜? 하필이면이라는 말은 갈등과 미움, 증오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먼 훗날 자녀가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응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할 것이다. 인생은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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