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이 호랑이를 키우다
최근 IPO를 실시한 우버(Uber)는 해외 사업을 매각하는 대가로 현지 경쟁사들의 지분을 인수해 왔습니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 모종의 동맹관계를 구축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통해 몸집을 불린 '동맹' 업체들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의 라이드쉐어 업체 리프트(Lyft). 그러나 기업공개 직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경쟁업체 우버(Uber)의 IPO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 왔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버 역시 최근 이익률 개선 조치를 시행하였으며, IPO에 앞서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등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특히 우버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적자 만회를 위해 중국, 동남아시아, 러시아 시장을 완전 철수하고 이를 대가로 해당 지역에 특화된 경쟁사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를 단행했는데요. 그 결과로 중국에서는 디디추싱(Didi Chuxing),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Grab), 러시아에서는 얀덱스택시(Yandex.Taxi)와 동맹관계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동맹' 체제가 예상과는 달리 우버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각 동맹사들이 우버의 안방시장을 향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고래'가 되어 버린 동맹사들이 서로의 영토에 침범하려고 하면서, 과열경쟁을 재점화하고 흑자전환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버는 중국 1위인 디디추싱에게 현지 사업권을 매각했으나, 정작 디디추싱은 우버가 오랫동안 안방시장으로 지켜온 멕시코에서 우버와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11월과 12월 기준 디디추싱은 앱스토어에서 우버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1월부터는 우버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미국의 리프트처럼 멕시코에서는 디디추싱이 우버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얀덱스택시 역시 우버의 러시아 사업을 인수한 후 성공적으로 이스라엘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해당 시장에서 우버가 세력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우버는 이스라엘 앱스토어 여행 카테고리에서 4-8위의 비교적 낮은 순위를 기록 중), 얀덱스택시의 얀고(Yango)는 2018년 말 서비스 시작 이후로 현지 시장 1위의 겟(Gett)보다도 더 높은 순위를 기록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버는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권의 대부분을 그랩에 넘겼지만, 시장지위가 비교적 확고한 일부 국가에서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앱스토어 교통(Transportation) 카테고리에서 라이드쉐어 앱 중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입니다. 하지만 올 4월을 기점으로 5월인 현재까지도 그랩은 홍콩에서 우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랩을 이용해 홍콩에서 차량을 호출할 수 없지만, 최근 우버가 겪고 있는 각종 고초를 생각하면 무려 한 달 동안 다운로드 랭킹을 내준 것은 이례적으로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그랩이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대만과 같은 신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적어도 앱 다운로드 성적을 통해 그랩이 홍콩 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어느 정도의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더 골치아픈 것은, 이제는 모든 '동맹사'들의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입니다. 디디추싱과 그랩은 상상을 초월하는 밸류에이션에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디다추싱(Dida Chuxing), 고젝(Go Jek)과 같은 현지 사업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하늘을 찌르는 밸류에이션과 엄청난 양의 자금유입, 그리고 안방시장에서의 경쟁 양상이 이들로 하여금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시장 확대를 통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야 그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버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및 러시아 시장으로부터 철수한 것은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러한 '관계사'들의 성장으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맞지만, 거래의 조건에 우버의 시장영역 불가침 조항은 없었음이 이로써 분명해졌습니다. 동맹사들이 성공적으로 우버의 안방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버 뿐만 아니라 라이드쉐어 전 업계에 있어 심각한 우려 사항입니다. 우버가 단행한 일련의 M&A 거래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각 회사마다 특화된 지역을 할당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업가치 수십억 달러의 동맹사들이 우버의 안방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역학관계로 인해 우버 투자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기존에는 우버의 현지 사업권을 올라(인도 최대의 현지 경쟁업체)에게 매각한 뒤 해당 시장을 철수하는 간단한 시나리오만 예상하면 됐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좀 더 복잡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합니다. 바로 인도 시장을 통째로 내줌으로써 또 다른 600억 달러짜리 거인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거인이 결국에는 디디추싱이나 그랩처럼 세계 곳곳에 있는 우버의 안방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올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 3개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상태이며, 앱스토어 다운로드 랭킹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인도 시장에서 우버가 갖는 경쟁 동기와 전략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또 우버는 투자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라도 인도와 같은 거대 시장에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할 의지가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들은 우버의 투자 전망을 평가하기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흥미롭게도 2019년 2월부터 인도 앱스토어에서 우버의 다운로드 랭킹이 올라를 소폭 앞지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작년 11월부터 순위 추적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최근 우버가 카림(Careem)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역학관계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카림은 중동 지역에서 우버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습니다. 이 거래의 재미있는 점은 디디추싱이 카림의 기존 투자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우버의 안방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디디와 그랩이 현지시장 리더를 인수하고자 하는 동기는 충분합니다. 우버로써는 리프트와 같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거대 경챙업체가 세계 각지에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동맹사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동시에 현지 사업자들을 인수하는 것은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업체들이 남미 지역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신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쉬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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