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기대하고 있던 민희진 표 걸그룹 '뉴진스'가 드디어 데뷔를 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지금까지 국내 아이돌 중에 이런 컨셉과 스타일링은 본 적이 없다. 단순히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닌 10대 소녀들의 강력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컨셉, 동시에 얼마전 데뷔했던 하이브 산하의 '르세라핌'과도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했다.
최근, K-pop 걸그룹의 컨셉은 걸크러쉬 세상이었다.
걸크러쉬 안에서도 다양한 갈레로 컨셉을 구체화/차별화하고는 있었지만 수 많은 그룹이 그 결을 같이하고 있다보니,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결국 다 거기서 거기였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제 2의 블랙핑크가 되고 싶어하는 아류 같았다.
일본이나 국내 남자 덕후 팬을 타겟으로 하는 청순한 컨셉의 걸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앨범을 구입하고 강력한 팬덤 활동을 하는 것은 결국 여성 팬이다. 이로 인해 걸그룹의 핵심 공략 타겟은 이제 남성이 아닌 여성 팬덤이다.
글로벌 공략과 여성 팬덤,
이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다보니 그 대안이 걸크러쉬 밖에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성공했던 사례는 트와이스와 레드벨벳 정도??
하지만 트와이스는 그 수명이 다해가는 듯 보이고, 레드벨벳은 한 멤버의 이슈와 함께 민희진 이사가 자리를 떠나자 갈피를 잃어버렸다.
과거 SM에서 민희진 이사가 다이랙팅을 했던 F(x)나 레드벨벳의 사례처럼 이번 뉴진스 역시 전혀 새로운 컨셉과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70,80년대 유행했을 법한 미국 하이틴 감성, 즉 키치한 컨셉을 걸그룹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최근 몇 년간 뉴트로가 지속적으로 트렌드였음에도,각종 패션, SNS, 소품 등에서는 이미 미국 감성의 키치 컨셉이 유행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뉴진스를 본 순간, 이건 10대 소녀들이 모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심지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컨셉이다.
그리고 이런 컨셉과 완벽히 Align된 음악과 뮤비, 퍼포먼스, 화장과 패션 등. 본인들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들의 데뷔곡 Attention은 마치 과거 SES 데뷔 앨범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비트와 사운드를 보여준다. 노래 멜로디 역시 단순하다.
대신 올드하고 단조롭게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Intro부터 시작되는 보이스chop 스타일의 비트와 스타카토 방식의 키보드 코드 반주로 현대의 노래에 맞는 그루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렇게 Intro부터 선보였던 비트와 반주는 chorus(후렴구)에서의 가성으로 풀어주는 노래 멜로디를 통해 리듬분할과 레인지 다이나믹을 주며 이 노래의 매력에 정점을 찍는다.
불과 몇달 전 하이브 산하의 쏘스뮤지 레이블에서 '르세라핌'이라는 걸그룹을 공개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하이브 산하의 어도어에서 '뉴진스'가 출격한 것이다.
하이브에서 대표 걸그룹을 하나 이상은 만들겠다는 그 의지가 얼마나 큰 지를 추측할 수 있고 또한 이를 준비하며 내부적으로 카네발리제이션을 피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르세라핌은 좀 더 연령대가 있는 여성들이 선망하는 에슬레저 컨셉을 지향한다. 기존 걸크러쉬 계열에서 최근 트렌드를 가미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뉴진스는 걸크러쉬가 아니다. 1020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키치 컨셉을 반영한 영타겟의 취향저격이었다.
그리고 이 두 그룹의 데뷔곡 모두 힘을 뺐다는 것을 가장 칭찬하고 싶다. 찌르는 고음이나 화려한 사운드, 현란한 안무와 같은 소위 "오버"를 하지 않았다. 또는 뭔가 거대하지만 복잡하고 공감가지 않는 허황된 컨셉이나 세계관을 선보이지도 않는다.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데뷔곡에서 가장 집중한 것은 단지 확실한 컨셉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그 다음 앨범에서도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그 방향이 명확해졌다.
이미 모두가 알아봤다.
대중은 벌써 빠져들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다시 하이브를 찾기 시작했다. 하이브에서 보여준 두 걸그룹 모두 칭찬하고 싶으나 그 중에서도 완전히 차별된 신선함과 10대 여성들의 취향을 완벽히 파고들어간 '뉴진스'에게서 진정한 4세대 아이돌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데뷔 전부터, 민희진 이사의 본인 이름을 걸고 홍보를 해왔는데 그 큰 부담감을 이겨내고 결국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