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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Aug 15. 2023

베니스 여행은 하루면 충분할까?

미션임파서블의 배경, 베니스! 이틀 여행한 사람의 소감은 이러합니다.



올해 7월에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는 이탈리아의 모습이 곳곳에 나온다. 6월에 이탈리아 여행을 했던 내게 영화 감상은 '여행 반추'와도 같았다. 특히 톰 크루즈가 레베카 퍼커슨과 나눈 대화 중 '베니스는 나도 처음이야.' 하는 대목과 베니스 전체를 조망하는 시퀀스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로마에서 FIAT 차를 타고 계단을 통통 내려가며 보여주는 액션도 재미있었지만 두칼레 궁전을 배경으로 요란한 판티가 열리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두칼레 궁전은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지 않았던 곳이었다. MBTI로 따지면 J가 아닌 P였던 나는 여행을 그리 철두철미하게는 짜지 않았던 터라 늘 전날 디테일하게 그다음 날 여행지와 맛집 동선을 짜곤 했다. 로마의 경우 투어가 이틀 연속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피렌체의 경우 피사, 친퀘테레 구경과 우피치 투어가 정해져 있던 터라 상대적으로 세부적으로 짜야할 것들이 적었다. 반면, 베니스의 경우 숙소만 베니스 본섬이 아닌 곳에 잡아두었고 바포레토가 얼마고 며칠권을 끊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터였다. 바포레토는 베니스본섬에서 탈 수 있는 수상버스를 일컫는 말인데 1회권(75분 유효)의 경우 9.5유로, 1일권은 25유로, 2일권은 35유로였다. 학생들(만 6세~29세 미만)의 경우 33유로에 롤링베니스를 끊을 수 있다고 하니 어린 여행자들 중 오래 머무른다면 롤링베니스가 좋을 듯하다. 우리의 고민은 1일권을 끊을지 2일권을 끊을지 여부였다. 다음날 베니스공항에 4시까지 가서 렌터카를 빌려야 했던 터라 1일 힘들게 여행하고 그다음 날 쉴지 이틀 연속으로 베니스 본섬에 들어가서 구경할 것인지를 정해야 했다. 생각보다 베니스 메스트레 쪽은 놀 거리들이 없었기에 2일권을 끊기로 했다. 2일권 안에는 베니스 내 대중교통 이용도 포함되어 있던 터라 이틀째에 베니스 공항에 갈 때 2일권을 이용해서 공항으로 쉽게 갈 수 있었다.


전날 피렌체에서 2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베니스에 오후 7시 42분쯤 도착한 우리는 베니스 에어비앤비에 도착해서 여러 설명을 들은 후, 8시 40분쯤 다급하게 9시에 문 닫는 마트에 들어가서 부랴부랴 장을 봤다. 베니스 에어비앤비의 경우 평점이 4.9에 달하는 호스트였던 터라 기대했는데 에어컨도 빵빵 틀 수 있고 숙소도 완전 깨끗 해고 짐도 맡아주는 등 기대를 충족시켜 준 호스트였다. Rosa는 피렌체의 Valeria만큼이나 친절했는데 두 호스트 다 사진을 못 찍는지 에어비앤비의 실물이 사진보다 백배는 나았다. 베니스 본섬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는 정류장도 가깝고 근처에 큰 마트가 두 개(리들, 메가마트)나 있어서 편리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던 터라 돌로미티를 갔다가 돌아오는 날에 머물 베니스 숙소를 이곳으로 다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서 매진되어서 다시 머물지는 못했다. 엄마, 아빠는 베니스의 에어비앤비가 여태까지 묵었던 에어비앤비 중 제일 좋았다고 극찬하셨다. 혹시나 베니스 메스트레에 숙소를 구하는 여행자들이라면 Rosa의 집을 추천한다. 아, 그리고 베니스는 피렌체나 로마와 달리 도시세를 부과하는 곳이다. 에어비앤비에 따라 도시세 가격은 천차만별이니 확인하고 가시길 바란다.



베니스의 경우 10시쯤 되면 상점이 연다고 하길래 8시쯤 숙소를 나서 근처 Tabacci에서 2일권 바포레토 탑승권을 구매한 후 버스를 타고 본섬으로 갔다. 8시 40분쯤 바포레토를 탔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거장에서 멈추는 게 이상해서 알아봤더니 잘못 탄 것이 아닌가! 중간에 내려서 부라노행을 탄 후 부라노섬에 도착했다. 아이유 뮤비 촬영지로 유명한 알록달록한 섬 부라노와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순으로 여행자가 많이 들르곤 한다고 한다. 부라노와 무라노를 다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굳이 무라노는 안 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부라노만 가기로 했다. 알록달록한 페인트로 칠해진 집들이 예쁘기는 했으나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부라노의 경우, 식당 물가도 생각보다 비싸고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근처 우체국에 들러서 100유로를 인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환전해 갔던 400유로는 다 썼던 터였다. 트레블월렛을 그때그때마다 충전해서 썼던 터라 굳이 환전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트레블월렛의 경우 이탈리아는 우체국이 출금 수수료가 무료라고 해서 때마침 우체국을 찾아서 현금을 출금하려고 했으나 ATM 기기가 카드를 먹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멘붕에 빠진 나는 우체국 직원에게 인출하다가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도와달라고 요청했더니 마냥 기다리라고만 했다.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 직원이 나오더니 ATM기기를 열쇠로 열고 카드를 뽑아냈다. 그런데 그 카드를 가지고 가더니 갑자기 여권을 요구하고 그 여권을 복사하는 것이 아닌가. 혼자 구시렁대더니 종이를 인쇄해서 거기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왜 복사를 하고 사인을 하냐고 물었더니 싸인을 안 하면 카드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다짜고짜 화를 내는 다혈질 이탈리아인이었고 너무 황당한 나머지 벙찌고 말았다. 어쨌든 기분은 나빴지만 카드를 돌려받은 것에 안도하며 다시 인출을 시도했다. 그때 갑자기 화를 냈던 직원이 와서는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게 아닌가.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그럼 처음부터 잘해 주든가! 그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100유로를 인출했다. 우리의 추측으로는 과장으로 되어 보이는 선임이 대리로 보이는 후임에게 가서 도와주라고 한 것 아닐까 싶었다. 우체국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소요했던 터라 점심시간이 벌써 다가와 있었고 물색했던 점심식사 후보지 중 한 군데로 갔다.


성시경이 갔던 배틀트립 맛집 Ristorante Pizzeria Principe에 가서 디아블로 피자, 루꼴라 샐러드, 오징어, 새우튀김을 시켰다. 디아블로 피자에 루꼴라 샐러드를 얹어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언짢았던 우체국 사건을 뒤로하고 다시 본섬으로 돌아가서 리알토 다리를 구경한 후, 산마르코광장에 갔다가 카사노바가 건너갔다는 '탄식의 다리'를 구경했다. 두칼레 궁전의 법정과 운하 건너편의 감옥을 이어주는 다리를 감상한 후, 아쿠아 알타라는 유명한 서점에 갔다. 세계 3대 서점이라는 포르투의 렐루 서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떼네오를 가 봤던 나는 아쿠아 알타 서점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터라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서점에 들어갔다.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느낌이 물씬 났다. 책을 실제로 사 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사람이 많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곳도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이 많아서 금방 들렀다가 나와야만 했다. 그러고 난 후, 바포레토를 다시 타고 구겐하임 미술관에 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피카소, 칸딘스키, 잭슨폴락, 샤갈, 마그리트, 몬드리안, 호안 미로, 에르몬도 바치 등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은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페기 구겐하임이 살았던 집을 미술관으로 개관한 곳으로 정갈한 멋이 있는 곳이었다. 티켓의 경우, 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현장 구매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체국 사건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까지 시간이 꽤 남았던 우리는 DFS 백화점 전망만큼이나 좋다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종탑에 가서 전망을 보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종탑까지 올라가는 데 인당 8유로 입장료를 내라고 했다. 전망에 별 감흥이 없었던 엄마와 나는 성당에 있기로 하고 아빠 혼자 올라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빠 말씀에 의하면 DFS 백화점 전망대가 더 낫다고 했다. DFS 백화점 전망대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야 했다. 이 사실을 로마 여행 당시에 알게 된 나는 아침 10시 15분 시간대에 한 자리 남은 것을 겨우 예약했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께 양보했다. 우리 가족의 경우, 2일권을 끊어서 둘째 날에도 베니스 본섬으로 가서 유명한 SUSO 젤라토를 먹고 사고 싶었던 옷을 사기도 했지만 여유가 없다면 베니스는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피렌체에서 베니스까지 당일치기로 왔다가 돌아갔다는 사람도 여럿 보았는데 체력만 된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선택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덧, 넷플릭스의 '필이 좋은 여행' 베니스 편에는 치케티 맛집과 폭찹 맛집이 나온다. 남산 왕돈가스와 유사한 폭찹의 경우 돈가스 덕후인 내가 혹할 만한 요소가 있었으나 구글의 한국인 평이 너무 별로여서 가지 않았다. 그런데 평을 아랑곳하지 않고 특색 있는 맛집을 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가 보시길 바란다. 젤라토 맛집으로 유명한 SUSO 젤라토는 피렌체나 로마의 젤라토에 비해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곤돌라는 20분당 80-100유로라고 합니다. 보통 동행을 구해서 5명 정도에 100유로에 타기도 하는데 그럼 인당 20유로 정도 되겠죠?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탔습니다. 왠지 바포레토와 유사한 느낌이 들어서 굳이 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유명한 2번 바포레토를 타고 베니스 본섬을 쭉 둘러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San Zaccaria의 B 플랫폼에서 타면 Tronchetto까지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데 물고기 모양으로 생긴 베니스 본섬의 안쪽을 관통한답니다. 일몰시간대에 바포레토를 타고 노을을 보면 정말 좋다고 하니 강력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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