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15)- 막걸리(11)

2017년 7월 3일

by 초록 라디오

드디어 술을 걸었습니다.

다 익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 듯합니다.

독을 여니 지게미가 가라앉고 술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난번보다 덜 시었고, 술기가 강해졌습니다.

풍기는 냄새도 거의 없습니다.


술 거를 준비를 합니다.

큰 양은 대야를 꺼내 마루 한가운데 놓았습니다.

깔때기, 이남박, 거름망 큰 거, 거름망 작은 거, 베보자기, 수돗물, 국자, 물통 5개를 옆에 두었습니다.

술독을 가져왔습니다.

따르기 전 국자로 휘저었습니다.

이남박에 베보자기를 깔고 술을 부었습니다.

베보자기를 들어 술 원액과 지게미를 분리했습니다.

꼭 짜면 쌀뜨물 같이 뽀얀 물이 나옵니다.

지게미를 만지면 뽀송뽀송한 게 느낌이 좋습니다.


술 냄새가 납니다.

이남박에 모인 원액을 양은 대야에 담습니다.

네다섯 번 거르니 술독이 비었습니다.

양은 대야 ⅓이 찼습니다.

국자로 떠서 먹어보았습니다.

시큼하고 묵직한 맛입니다.

한 번 더 먹었습니다.

시큼하고 묵직한 맛이었습니다.

한 번 더 먹어보겠습니다.

시큼하고 묵직한 맛이었던 것 같습니다.

핑 취기가 올라옵니다.


큰 거름망을 휘저어 다시 지게미를 걸렀습니다.

올라온 지게미를 꼭 짜서 한데 모았습니다.

걸러낸 원액의 술 도수를 맞춰야 합니다.

물을 부으며 원하는 도수를 잡습니다.

몇 번 물을 붓고 맛을 보았습니다.

도수가 제대로 나온 듯합니다.

냄새도 좋습니다.

보기에도 딱 막걸리 모양입니다.


준비한 물통에 막걸리를 붓습니다.

깔때기와 작은 거름망으로 지게미를 한 번 더 걸러냈습니다.

2ℓ 짜리 물통 ⅔까지 채웠습니다.

모두 4통이 나왔습니다.

세워놓은 막걸리를 보니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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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당분간 막걸리 살 일 없을 듯합니다.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보관할 참입니다.

병에 막걸리를 ⅔만 채운 이유는 뚜껑을 닫아 보관하면 다시 발효가 일어나고 탄산이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가득 채웠을 경우 열다가 봉변을 당할 우려가 있고, 탄산이 만들어질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여유를 둔 것입니다.

취향에 따라 따라 설탕을 넣기도 합니다.

싱크대로 가져가 병을 닦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이렇게 해서 막걸리 만들기가 끝났습니다.

누룩과 밥, 물로 술이 만들어졌습니다.

냉장고에 가지런히 앉아있습니다.


두둑하다네

곳간 하나 부럽지 않아


뿌연 그놈에 자꾸 눈이 가

기회만 엿보네


뒷집 희철이가 냄새 맡고 넘어왔어

제 집같이 마루에 들어 누워버렸어


그놈 징하네

어이 여기 술 한 상 봐


코가 개 코인가 벼

자네 덕분에 내가 호강하네


술 익는 냄새에 킁킁 소리 진동하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 구슬프네


자, 한 잔 술 하시고.

즐겁게 마십니다.

좋으라고 마시는 술입니다.

마셔 기쁘라고 먹는 술입니다.

그렇게 마시고 즐기는 겁니다.

마시는 동안 나는 왕입니다.

왕이 명령하겠다.

이제부터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이다.

즐기거라.

막걸리가 보듬을 것이다.

네게 한 잔 따를 자 누구인가.

하, 하, 하.


블루스 밴드 까마귀의 2015년 1집 [Caw Caw]에서 ‘막걸리아저씨’를 골랐습니다.

(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