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이카로스

대상

by 초록 라디오

1.

“이카루스야, 경고하노니, 중도를 취하여 날아가거라:
너무 낮게 날아가면 물에 날개가 닿을 것이고,
너무 높이 날아가면 태양의 불길이 너를 태워버릴 것이다.
항상 중도를 취하거라. 한 가지 더욱 조심할 것은,
별자리를 믿지 말고, 나만 따라오너라!” (중략)
마침내 날개를 접촉시킨 초는 뜨거운 열에 녹아버리고,
드러난 틀만이 공기를 위아래로 치며 공기를 갈라,
노를 잃은 격이 되었다.
아버지! 아버지! 하고 그는 외치다가,
그 푸르른 바다가 그를 삼겨버리고 말았다. (중략)
“이카루스야, 어디에 있느냐?
이카루스야, 어디에 있느냐?
어디에 있는지 말 좀 해봐라!”
(출처: 오비드 신화집)


과보(侉父)족은 북방의 성도재천(成都載天)이라는 산에 살았는데 모두가 몸집이 엄청나게 큰 거인이었다.
(중략) 그 부족의 한 사람이 참으로 무모해 보이는 일을 벌였으니 바로 태양을 쫓아가 보겠다는 다음으로 태양과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을 따라 천리를 달린 그는 태양이 지는 우곡(愚谷)이라는 곳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목이 말랐던 그는 엎드려서 황하(黃河)와 위수(渭水)의 물을 다 마셨다.
그래도 목마름이 그치지 않아 북쪽 대택(大澤)의 물을 마시기 위해 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과보는 너무나 지쳐 쓰러져 죽었고,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는 등림(鄧林)이라는 복숭아숲으로 변하였다.
(출처: 중국신화의 이해)


과보가 태양과 경주를 하였는데 해질 무렵이 되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어 황하와 위수의 물을 마셨다.
(그러나) 황화와 위수로는 부족하여 북쪽으로 대택의 물을 마시러 갔다가 도착하기도 전에 목이 말라 죽었다.
그 지팡이를 버렸는데 그것이 변하여 등림이 되었다.
(출처: 산해경)


태양은 365일 꺼지는 일이 없으며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신화에서 태양은 세상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태양이 생기고 달이 차면서 세상이 모습을 갖춰나갑니다.

태양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태양이 나면서 세상은 움직입니다.

태양은 불변의 법칙입니다.

떠오르고 지면 하루가 갑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태양은 하늘이 열리 던 그때 그 모습을 지금도 품고 있습니다.


이카로스(Icarus)의 추락은 태양을 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다에달로스(Daedalus)는 이카로스에게 운명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돌아오는 건 한탄이었습니다.

이카로스는 자연의 섭리에 도전했고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 했습니다.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태양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중국의 과보, 즉 거인은 태양과 달리기 시합을 합니다.

태양에 도전한 그는 갈증에 시달립니다.

갈증은 쉬 가라앉지 않고 과보를 괴롭힙니다.

태양은 그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결국 목말라죽게 만듭니다.


태양은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영웅에 관대했지만, 운명을 거스르는 자에게 피도 눈물도 없었습니다.

태양은 하늘이고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낮이며 환한 모양새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중국 신화에서 태양은 비슷한 성격입니다.

도전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카로스는 하늘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형벌을 받았고, 거인 과보는 갈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극심한 고통이 따랐을 겁니다.

지켜보는 사람 역시 그의 고통을 공감하게 됩니다.

이카로스가 태양을 향해 내민 손은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거인 과보가 태양과 뜀박질을 했던 사실은 신이 되자고 하는 인간의 과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양은 50억 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습니다.

그에 견줘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동물입니다.

배신, 배반이 여반장(如反掌)이며 항시 경계의 대상입니다.

이카로스와 거인 과보는 인간의 성품을 대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사람들의 눈으로 본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신화는 후손에게 보내는 경험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충고이자 우리도 이런 일로 속을 썩었으니 자네들은 속앓이 하지 않기 바란다는 우려를 기록으로 후세에 전한 것입니다.

섭리를 버리지 않고 살 방법이 충분한 것 같은 데도 번번이 깨뜨리는 걸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에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두서없이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에달로스 말을 다시 옮기겠습니다.


“이카루스야, 경고하노니, 중도를 취하여 날아가거라:

너무 낮게 날아가면 물에 날개가 닿을 것이고,

너무 높이 날아가면 태양의 불길이 너를 태워버릴 것이다.

항상 중도를 취하거라. 한 가지 더욱 조심할 것은,

별자리를 믿지 말고, 나만 따라오너라!”



2.

먼 옛날 그리스 크레타 섬 감옥에 다에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가 갇혔습니다.

억울하게 갇힌 다에달로스는 탈옥 계획을 짭니다.

발명가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새의 깃털, 실,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었습니다.

계획한 날이 오자 다에달로스와 아들 이카로스는 날개를 매고 감옥 창문에서 날갯짓을 했습니다.


날아올랐습니다.

자신들을 가두었던 크레타 섬의 감옥에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망망대해를 날았습니다.

이카로스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기분보다 새처럼 난다는 사실에 들떴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에달로스는 아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흥분하지 말라고 소리쳤습니다.

자제하라고 손짓했습니다.


이카로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관심은 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새가 된 자신이 놀라웠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금지의 욕망이 꿈틀거렸습니다.

날갯짓을 잠시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태양이 붉게 타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 손을 뻗으면 태양이 닿을 듯 보였습니다.

다에달로스 눈에도 태양이 보였습니다.

급한 날갯짓으로 아들에게 다가가려 했습니다.

아들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가 힘을 쓸수록 이카로스는 멀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득해졌습니다.

이카로스의 심장 고동이 빨라졌습니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의 욕망도 뜨거워졌습니다.

태양이 지척에 있었습니다.

달아오른 날개를 접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태양이 이글이글 타고 있었습니다.

손을 들어 달궈진 얼굴을 가렸습니다.

아버지 다에달로스가 만들어준 날개가 볕을 이기지 못하고 녹기 시작했습니다.

밀랍 한 방울이 한 줄기가 되고 한 줄기가 한 덩이가 되고 한 덩이가 한 뭉치로 커져 날개의 모양을 앗아갔습니다.


다에달로스는 밑에서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어느덧 뼈대만 남게 되었습니다.

허망한 날갯짓을 거듭하던 이카로스는 태양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이카로스의 눈은 태양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에달로스는 위에서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날아 오른 만큼 떨어진 이카로스는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하얀 포말이 일었습니다.

이카로스의 운명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다에달로스는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다에달로스와 이카로스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그 꿈은 날개를 만들어냈습니다.

방향을 잘못 튼 날개는 욕망을 자극했습니다.

금지는 추락으로 죗값을 물었고 목숨을 담보로 잡았습니다.


영국 헤비메탈 그룹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4집 [Piece Of Mind] 수록곡 ‘Flight Of Icarus’에서 이카로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그리스 로마 신화], 토마스 불핀치, 최혁순, 범우사

[오비드 신화집: 변신이야기], 오비드, 김명복, 솔

[중국신화의 이해], 전인초 외, 아케넷

[산해경], 정재서 역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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