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무곡 5번 F♯단조
독일 작곡자 브람스(Johannes Brahms)는 헝가리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작품집을 내놓습니다.
때는 1869년, 제목은 [헝가리 무곡(Hungarian Dances)], 권수로 두 권이었습니다.
브람스는 헝가리에서 집시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헝가리를 여행한 이유가 집시 음악을 직접 맛보기 위함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음악을 경험한 브람스는 총 10곡이 들어있는 악보 작품집 [헝가리 무곡 1권], [헝가리 무곡 2권]을 발표합니다.
[헝가리 무곡 1권]
1번 G단조
2번 D단조
3번 F장조
4번 F단조
5번 F♯단조
[헝가리 무곡 2권]
6번 D♭장조
7번 A장조
8번 A단조
9번 E단조
10번 E장조
브람스의 새 작품집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성공과 함께 논란이 일었습니다.
브람스가 헝가리 집시 음악을 표절해 작품집에 실었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결론은 우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헝가리 무곡]은 브람스의 작곡집이 아니라 편곡집이라는 이유로 상황은 종결이 마무리됩니다.
정리하면 [헝가리 무곡] 속 브람스는 작곡자가 아닌 편곡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랬던 탓인지 [헝가리 무곡]의 완결은 1880년에야 이루어집니다.
그해 [헝가리 무곡 3권], [헝가리 무곡 4권]이 나옵니다.
[헝가리 무곡 3권]
11번 D단조
12번 D단조
13번 D장조
14번 D단조
15번 B♭장조
16번 F단조
[헝가리 무곡 4권]
17번 F♯단조
18번 D장조
19번 B단조
20번 E단조
21번 E단조
이렇게 해서 악보 작품집 [헝가리 무곡] 21곡이 마무리됩니다.
앞서 표절 논란은 지금도 주목을 끄는 내용입니다.
음악에서 저작권 문제가 그 당시에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거니와 편곡자로 등재해 위기를 탈출했다는 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이 사건을 한 발 뒤로 물러서 바라보면,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외국 사람이 한국의 ‘아리랑’에 관심을 갖고 악보를 채집합니다.
고국으로 돌아가 [아리랑]이라는 악보 작품집을 냈는데 큰 성공을 거둡니다.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간 것입니다.
그는 [아리랑]으로 부와 영광을 얻게 됩니다.
그러자 한국 아리랑 관련 협회에서 항의를 합니다.
한국의 문화유산인 [아리랑]을 표절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러자 그는 작품집 [아리랑]에서 자신은 작곡자가 아닌 편곡자라고 밝힙니다.
아리랑 관련 협회는 유감을 표하며 한걸음 물러섭니다.
당사자 처지에서 꽤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억울한 심정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따르면 [헝가리 무곡]에서 11번, 14번 그리고 16번만 브람스의 곡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헝가리 무곡]에서 창작곡이 3개, 커버곡이 18개로 정리됩니다.
이 작품에서 잘 알려진 곡은 단연 ‘5번 F♯단조’일 것입니다.
무곡(舞曲, 춤곡, Dance)하면 이곡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고, 브람스를 대표하는 곡으로도 ‘5번 F♯단조’가 으뜸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헝가리 무곡’이나 ‘Hungarian Dances’로 검색하면 대부분 ‘5번 F♯단조’가 나옵니다.
들으며 이곡이구나 하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관객이 박수를 치며 박자에 맞추는 친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음악회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해 분위기를 띠우는 역할도 합니다.
제목 [헝가리 무곡], 독일어로 [Ungarische Tänze], 영어로 [Hungarian Dances]에 뭔가 허전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클래식 작품에는 작품번호가 따라붙습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Beethoven)의 [교향곡 제7번 A장조]는 작품번호 92로 분류가 되어 [Symphony No.7 In A Major Op.92]가 됩니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에는 작품번호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작품번호는 사후 음악 역사가나 후배 음악인이 작품을 정리하면서 부여합니다. 대부분 ‘Op 몇 번’으로 통칭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무곡]은 제목에 Op 대신 WoO가 붙습니다.
WoO는 ‘작품번호 없는(Without Opus Number)’을 뜻합니다. 정리하다 빠뜨렸거나 의도적으로 뺀 일부 작곡자 작품에 WoO를 붙여 되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WoO는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등장했으며 브람스가 그 일부 작곡자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헝가리 무곡]은 영어로 끝까지 표현하면 [Hungarian Dances WoO 1]가 됩니다.
추정컨대 표절 대상이었고 편곡 작품이었던 [헝가리 무곡]에 작품번호 붙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번 정해지면 고치기가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듯합니다.
결국 제외했고 작품번호 없는 제목 [헝가리 무곡]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대표작이면서 작품번호가 없다, 겉으로 모순이면서 안으로 이해가 되는 묘한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