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20

‘나비소녀’

by 초록 라디오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덧없는 인생, 왜 그리 집착을 하는지

너, 나비야?

나, 나, 내가 나비야.

내가 나비라고.

왜? 나비 하고 싶어.

왜, 왜, 왜?

내가 나비야.


1970년대 후반 가수 김세화가 부른 ‘나비소녀’ 속 나비는 살랑살랑 간지럽게 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예쁜 가사와 선명한 묘사에 환희 그림이 그려집니다.


어릴 적 청순한 철수와 영희가 떠오릅니다.

잊고 있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옛날에 소녀가 꽃 따러 가서 바구니에 대신 나비를 가득 잡았다는 내용입니다.

노래는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심은 추억에 담겨 있으며, 추억은 기억 일부분이고, 기억은 삶의 바탕이 됩니다.


‘나비소녀’는 오래전 봉인된 삶의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먼지와 거미줄에 쌓인 채 세월을 보내다 어느 날 노랫소리에 세상으로 나옵니다.

하루살이일 뿐이지만 세월을, 추억을, 동심을, 기억을 철수와 영희로 만끽합니다.

여기서 나비는 꿈이자 과거이고, 미련이기도 합니다.

음악은 삶의 자극제가 되곤 합니다.


‘나비소녀’는 듣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부여합니다.

‘나비소녀’는 듣는 사람을 익숙한 공간으로 이끕니다.

‘나비소녀’는 듣는 사람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나비소녀’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보듬습니다.

‘나비소녀’에서 나비는 갓 허물을 벗은 풋내기입니다.


나비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묵묵히 버텼습니다.

기쁨과 슬픔도 아픔도 나비는 참았습니다.

속이 뭉그러져도 참고 또 참았습니다.

오직 나는 날만 바라보고 기다렸습니다.

날개를 얻는 날, 나비는 새롭게 태어납니다.

나비가 되면서 나비는 과거를 잊습니다.

나비의 마음은 빈 도화지가 됩니다.

나비는 세상 사물에 녹아듭니다.

나비의 새 삶이 펼쳐집니다.


우리에게 나비는 청순, 청결한 존재입니다.

날 때 내 마음도 함께 날았으면, 나는 아름답고 행복한 나비소녀라네.

옛날 예쁜 소녀가 나비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나비는 소녀와 함께 세월을 먹고 기억을 남깁니다.

나물 캐러 간다더니 바구니에 나비를 가득 담았습니다.


김세화의 ‘나비소녀’는 그 시대의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1970년 후반 대중은 ‘나비소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외부의 무질서를 잠시 감성으로 잊으려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김세화의 ‘나비소녀’는 그때, 그 당시, 그즈음, 그 느낌, 그 추억을 소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나비소녀’가 세대를 경험하며 축적한 자료는 듣는이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무지렁이에게도 ‘나비소녀’는 손을 내밉니다.

아, 그렇습니다.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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