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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창우 Nov 21. 2023

리뷰 서비스가 만드는 정직한 사회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휴대폰 판매원, 택시 기사, 보험 판매원, 공인중개사 등의 직종에 대한 분노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들 직종에는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종사한다는 식의 비난이 많다.

 특정 직종에만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이 모여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애초에 도덕성이 관측할 수 있는 실재인지 의문이다.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음식점/카페 등의 직원들은 왜 이들만큼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일까?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이들 직종의 노동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의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휴대폰 판매, 택시 운행, 보험 판매, 부동산 중개 등은 특정 소비자와 특정 공급자가 일회성으로 만난다. 다음 거래가 존재한다면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이익이 될 것이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부정직하게 행동할 유인이 많은 것이다. 반면 고정된 곳에서 장사하는 음식점/카페의 경우 구매 행위가 빈번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정직한 평판을 쌓는 것이 이익이다. 이해관계의 구조가 다른 것이지 특정 직종 종사자의 도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본질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반복 시행 게임을 벌이냐 여부이다. 과거에 단독 시행 게임을 반복 시행 게임으로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의 브랜드였다. 대기업이 브랜드를 내걸고 재화와 서비스를 팔면, 그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직원들을 관리하고 잘못된 판매행위를 제재하며 소비자에게 보상할 것이다. 이것이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형마트가 대체한 원리다. 대신에 대기업이 대규모의 관료적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큼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에 붙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웹앱의 발전으로 인한 리뷰 서비스의 활성화의 효과는 흥미로울 것이다. 소비자들이 단독 시행 게임을 하는 직종들의 공급자에게 리뷰를 남기고 다른 소비자가 그것을 볼 수 있다면, 개별 소비자와의 접촉은 겉으로는 단독 시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체 소비자의 대표자와의 접촉이므로 반복 시행이 된다. 그렇다면 공급자들은 정직하게 행동할 유인을 갖게 된다. 카카오택시의 활성화 이후로 택시 기사들이 예전보다는 친절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김박사넷의 등장 이후로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행하는 갑질이 줄어들었다. 블라인드의 활성화 이후로 정보 비대칭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는 저연차 직원들이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관료적 조직 유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기술로써(웹앱을 활용해서) 반복 시행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웹앱 서비스가 만드는 정직함이 여러 분야로 뻗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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