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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창우 Nov 21. 2023

학벌 차별 문제와 스타트업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는 뿌리깊다. 실력이 뛰어나도 학벌이 낮으면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다. 기업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서 이윤을 내고 싶어하는 조직인데, 어째서 실력 대신 학벌을 본다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고용시장의 경직성이다. 사람을 쉽게 해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일을 시켜보고 일을 못하면 자를 수가 없다. 그래서 대기업이 정해진 프로세스를 만들어놓고 시킨 대로 일을 잘 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안정적인 전략이 된다. 업무 수행 능력의 하방을 다질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성실성이 최선의 덕목이자 실력이 된다. 성실성의 가장 좋은 대리지표는 학벌이다. 스스로를 억제해가며 열심히 입시 공부한 성실성은 보장되어 있지 않는가. 따라서 기업들은 학벌을 가지고 사람을 선별하게 되며, 20대 초반의 스펙이 인생을 과잉대표하게 된다. 그러니 10대들이 입시 압력에 고통받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해법이 있다.

 첫째로, 대기업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최악의 방법이며 별로 효과가 없다. 대기업들이 규제에 적합한 제도로 적응한 것이지 기업의 잘못이 아니다.

 둘째로, 공공기관이 나선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선발을 시험으로 보게 한다. 이 역시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학벌이 시험의 결과인데, 또다른 시험을 만들어내는 게 뭐가 달라진 것인가? 더구나 공무원/공공기관 선발 시험을 합격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노력은 공무원이 되어서 업무를 할 때 필요한 역량과 노력과 별로 상관이 없다. 경쟁만 과열되어 외견상 공정할 뿐인, 패자를 승복시킬 수 있는 기제로 그치게 되었다.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진 이들은 시험 공부가 시장에서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만 날리게 된다.

 셋째로,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식의 프로세스를 갖추지 않았지만 좋은 보상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 이들이 실력 위주의 채용을 하는 것이다. 작은 기업들은 고용 규제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롭다(어차피 스타트업 업계는 이직이 활발하고 연봉 인상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실력이 기대보다 뛰어나지 않았을 때 계속 보상 수준을 동결시키면 알아서 직원이 나갈 것이다). 특히 개발 직군은 코드를 직접 깃허브 등의 공유 플랫폼에 올려 그 코드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실력주의가 자라나기 좋은 직군이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레퍼런스 체크와 자유로운 방식의 과제/면접 등을 통하여 실력을 확인하면 학벌이 낮지만 실력이 뛰어난 직원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다.


 나는 세번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학벌이 좋지 않아도 실력에 따른 보상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10대들이 입시 경쟁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업계를 발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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