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창우 Sep 02. 2024

커리어 슈퍼 사이클의 진화: 관료에서 창업가까지

들어가며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다. 이 과정에서 각 시대마다 큰 가치를 창출하며 각광받았던 커리어들이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았던 커리어들의 변화를 살펴본다. 여기에서 언급된 직업들은 한 번쯤 나의 커리어로 고민해 본 것들이며, 실제 해당 직업으로 일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나름대로의 리서치를 수행해 보았다. 커리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남겨 본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 관료, 교수, 법조인의 시대

 1960년대에서 1990년대는 한국이 정부 주도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이룬 시기다. 이 시기에는 관료들이 공무원 조직과 공기업을 통해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며 발전을 이끌었다. 대학 교수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들은 유학을 통해 선진국의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료들과 협력하여 사회 전반의 인프라와 제도를 설계했다. 또한, 법조인들도 필수적이었다. 대다수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면서, 정부와 기업, 개인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분쟁을 조절하기 위한 근대적 법률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이 시기는 관료와 대학 교수, 법조인들이 물리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며 주도적으로 가치를 창출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컨설팅과 금융의 시대

 1998년 IMF 경제 위기를 계기로 한국은 급격히 자유 시장 경제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정부와 관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붕괴되고, 대기업의 전략기획실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대기업들은 전략기획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컨설팅 펌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했고, 이로 인해 2000년대는 컨설팅 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시기였다.

 또한, 금융권도 자유화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에는 정부가 은행을 통해 자금 지원을 조절했지만, 이제는 금융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금융 전문가들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로써 2000년대는 컨설턴트와 금융 전문가들이 주목받은 시대였다.


2010년대에서 2020년대 초: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의 시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3%대로 낮아졌다. 양적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경제는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모바일 혁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유통 채널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했고, 작은 기업들도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은 유연한 고용 환경의 장점을 활용해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며 주목받게 되었다.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면서 벤처 캐피털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큰 수익을 거둔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주목받는 시대였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화가 가속화되면서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은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맞이했다. 2010년대에서 2020년대 초는 스타트업의 개발자와 기획자,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유망한 커리어로 떠오른 시기였다.


2020년대 중반 이후: 1인 창업가와 엔젤 투자자의 시대

 2024년 현재, 우리는 AI 혁명의 초입에 서 있다. 현시점에서 AI는 전문가를 대체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니어 수준의 업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1인 창업가들이 AI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고 있다. 1인 창업가들은 주로 VC보다는 지인들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1인 창업가와 그들에게 투자하는 엔젤 투자자들이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가며

 이러한 흐름을 통해,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단위가 점점 더 작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은 조직으로도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이전 시대에 각광받았던 커리어들이 쇠퇴한 것은 아니며 여전히 좋은 커리어로 남아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업사이드를 크게 보고자 하는 진취적인 사람들이 택하는 진로는 시대별 슈퍼사이클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커리어의 명성은 그 커리어가 창출한 가치에 후행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의 명성에 따라 진로를 결정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면서, 현재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것보다 조금 더 큰 리스크를 가진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머니 볼과 린 스타트업: 고정된 정답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