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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Oct 04. 2022

교원평가에 대한 이중적 태도

반대인 듯 반대 아닌, 찬성인 듯 찬성 아닌 모순적 입장

다시 교원평가 교육활동소개자료 등록의 시즌이 돌아왔다. 어느 사이엔가 익숙해져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 이 업무를 맡은 분들도 참 여러모로 자의든 타의든 애매한 상황에 처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평가의 필요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결국 방법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의 환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의 문제이다. (평가 주체에 관해서는 그럼에도 이른바 근평보다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표준화된 질문과 그에 따른 정량화된 수치로 나타난 결과를 산출하는 평가 방식은 효율성은 있을지언정 딱히 효과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평가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관리의 수단이 될지 모른다는 데 있지 않나 한다. 아래는 2016년도 교원평가를 받고 쓴 글이다.



교원평가 결과가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시길래 이번에도 결과를 보았다. 사실 정량화된 평가를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기록된 서술형 평가를 통해 평해준 내용에는 시선을 기울여 잘 듣고 나의 현재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한편 이러한 생각에는 자만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학교 샘들의 평균 정도는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자만.

올해 교원평가 결과는 사실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평가를 받았다. 학생 평가는 예년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동료평가에서는 학교 평균적인 척도보다 0.5점에서 1점 가까이 부족하다는 통계 상의 결과가 나왔다. 돌아보면 학교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내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저 내가 그렇게 비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되려 고마움도 있다.

교육활동 소개 자료를 아래와 같이 올린 것이 샘들이 보시기엔 말뿐이고 행동이 없는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한 더욱 솔직한 평을 주신 것 같기도 하다.

"저는 정량화하는 교원평가에 반대합니다. 서술을 통한 조언과 저의 교육활동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피드백 삼아 학교 행정업무 처리와 학급운영, 수업 활동에 있어서 저의 부족함에 대해 성찰하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불가피하게 제가 하게 될 시스템 상의 동료 선생님에 대한 정량적 평가 역시 이와 같은 생각으로 반대합니다. 그럼에도 이 시스템이 요구하는 평가를 하는 저의 못남이 샘들께 드리는 불편함을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오만함이 비치는 구석이 있다. 나조차도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렇다. 그리고 자평하기에도 교무실에서의 나는 자따라고하나?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내 학교 일상의 결과로써 이 평가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사실 하락기이자 침체기라는 생각은 평소에도 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했으니... 좀 더 침체, 하락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단 올해까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스스로 만드는 고립에서 헤어 나올 수 있도록 마음 쓰고, 생각하며 고쳐가야겠다. 동료 평가 중 내가 받은 점수와 학교 평균은 아래와 같다. 앞부분이 내 점수, 뒷부분이 학교 평균이다.

1. 학습목표 도달을 위해 교재 내용 분석에 노력하는가? - (4.29 - 4.6)
2. 교과내용과 특성에 맞는 수업 목표, 수업방법, 평가계획 등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가? (4.43-4.54)
3,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허용적 수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가? (4.57-4.55)
4. 학생들의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교사와 학생의 의사소통이 원활한가? (4.71-4.56)
5. 배움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교수・학습자료를 활용하는가? (4.29-4.52)
6. 학생 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평가 방법을 적용하는가? (4.29-4.58)
7. 평가 결과에 따라 학생들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4-4.53)
8.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가? (4.57-4.58)
9.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파악하여, 그에 적합한 진로진학지도를 위해 노력하는가? (4.14-4.58)
10. 폭력·자살·집단 따돌림 예방, 교우관계, 생활안전, 학칙 준수 등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가? (4.29-4.59)
11. 학생들에게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사고 예방 지도를 위해 노력하는가? (4.14-4.51)
12. 학생이 기본생활습관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하는가? (4-4.54)
13. 교사로서의 품성과 자긍심을 가지고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가?(4.43-4.63)
14. 동료교원과 협력하여 혁신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가? (3.86-4.42)
15. 공동체 구성원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며 참여하는가?(4.29-4.49)




이때는 동료평가를 이렇게 받아본 적이 없어서 놀랐던 것 같다. 그 속에서 유의미함을 찾아내려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냥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 글의 댓글에 답글을 이렇게 달기도 했었다.


"전 샘들의 평가에 수긍하는 입장이에요.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아서요. 학생지도, 생활지도 담당하시는 샘께 그런 평가를 주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입니다. 그리고 어떤 징후가 보이기도 하구요. 교사 문화가 이 제도로 인해 어떻게 관리 가능해지는가와 우리들 동료로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만남 안에서 풀지 못하고 있다는 위험함까지요. 저도 포함하여 우리가 만든, 아니.. 각자가 일조한 문화인지라 저부터 반성을."


평가 결과의 환류와 교사 문화의 와해 두 측면의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아래는 2021년도 교원평가 결과를 보고 쓴 글이다. 여전히 반성할 지점을 찾긴 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교원평가 결과가 나왔다. 비담임인 관계로 교과만 평가를 받았다. 척도화 된 점수를 보니 학교 평균을 밑도는 결과가 나왔다.

척도화 되어 수치로 나오는 교원 평가에는 반대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를 무시할 만큼 평가의 의미를 폄훼하지는 않는다. 어떤 식이든 평가는 할 말이 있는 학생 또는 학부모들이 나에게 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학생들과 수업을 통해 교류와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면 그것이 수치화된 평가든 아니든 그 결과는 교사로서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평가를 보면서 과거 평가 결과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평균을 웃도는 때도 있었고, 평균 치인 적도 있었고, 평균보다 낮았던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 결과를 통해 어떤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교사로서 나를 성장시켜왔던가?

수치화된 교원 평가에 반대한다고 해서 평가 결과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점만 확인하고 매년 반복하고 있진 않았던가?

한편으론 비슷한 수업 내용과 준비로 만났는데 평가가 좋았던 해와 그렇지 못한 해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 대면 상태에서 나의 수업 외의 여러 가지 말과 행동들이 달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해에 학생들과 관계 맺기를 초반에 잘했던 것이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차저차를 다 떠나서 올해 교원평가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 앞에서 내 수업에서의 문제점과 장점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극 없고, 무의미하고, 목표를 상실한 듯한 일상을 흘려보내 오던 내게 아이러니하게도 반대하는 교원평가가 한 기폭제가 되는 것 같다.

다짐이 생각과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가길!!!

덧) 그럼에도 척도화하여 수치로 나타내는 교원평가는 반대한다. 아래는 올해 교원평가 교육활동 소개자료에 입력한 내용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서술형으로 평가해준 학생은 없었다. 매년 있었는데 올해만 없는 것 자체가 나와 학생들과의 관계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총 2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유의미한 숫자라 보기 힘들지만 참여할 만큼 의도가 있었으리라.

“저는 수치화, 계량화된 교원평가에는 반대합니다. 다만 학생 여러분들이 이러한 수치화된 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통해서 저에게 주는 교육 활동에 대한 피드백들은 그 수치의 의미와 서술된 내용을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한 평가들을 저의 교사로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주는 위한 조언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도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서열화하는 평가를 치르는 학생 여러분의 수고로움과 고민에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학생 여러분을 수치화된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 생활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난 왜 이렇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2016년도 동료평가에 이어 2021년도 학생 평가 모두 나도 인정하는 나의 부족함이 있지 않나하다. 그러면에서 교원평가에 대한 입장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물론 학생들의 정량화된 평가 시스템과 대학의 수업 평가와 연관하여 생각해보면 이러한 생각은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교원평가에 대한 위와 같은 비판적 생각을 가진 내가 학생들의 교과세특과 개인별 세특을 얼마나 잘 활용하여 수업을 설계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되려 이중적이고 가식적이라고도 느낀다. 그래서 절대 반대의 포지션은 이제 더 이상 될 수가 없게 되었다. 교원평가 반대이기보다는 평가의 방법과 평가 결과의 환류에 대해 수정적인 태도로 조건부 찬성이라고 해야 할까?


쉽게 말해서 평가 결과가 내 생계를 위협하지 않으니 평가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생계를 위협하는 방식이 되면 이와는 다른 태도를 보일 거라는 말이다. 아마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곧 안 잘리려고 노력을 할 가능성이 평가 반대하다 위태로워질지도 모를 상황을 만들 가능성보다 더 높을 듯하다. 지금의 난 그럴 거다.


어쩌면 오늘도 적절히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과 생계에 위협을 받고 싶지 않은 간절함 사이에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교육활동 소개자료를 아래와 같이 입력하였다.


"저는 수치화, 계량화된 교원평가에는 반대합니다. 다만 학생 여러분들이 이러한 수치화된 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통해서 저에게 주는 교육 활동에 대한 피드백은 그 수치의 의미와 서술된 내용을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한 평가들을 저의 교사로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주는 위한 조언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도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서열화하는 평가를 치르는 학생 여러분의 수고로움과 고민에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학생 여러분을 수치화된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 생활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수치화, 계량화된 교원평가에는 반대합니다. 다만 학부모님들께서 이러한 수치화된 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통해서 저에게 주시는 교육 활동에 대한 피드백은  수치의 의미와 서술된 내용을  살펴 저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교원평가를 통해 주신 내용들을 저의 교사로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주는 위한 조언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도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서열화하는 평가를 치르는 학생들의 수고로움과 고민에 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시는 부모님들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학생들을 수치화된 평가의 대상이 아닌 학교 생활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덧. 올해는 동료평가는 안 하는가 보다. 몇 해 전 동료평가를 보고 반성과 한탄을 했던 기억을 페북이 알려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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