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맛 교향곡 Feb 26. 2021

"학.토.릿"의 오묘한 삼각관계

로스쿨 입학전형을 마주하며

"학.토.릿" 이름마저 생소한 이 단어는 로스쿨 입학전형의 성스러운 삼위일체를 말한다.

학점, 토익(공인 영어성적), 리트(법학적성시험)가 그것이다.  본 글에서는 로스쿨 입시 지원 당시 느꼈던 학토릿 준비에서의 애로사항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살피며, 나아가 그것이 과연 본질적으로 '법학적성'을 평가하기에 유의미한 지표인지에 관하여 짧게나마 생각을 서술한다.





학토릿은 다음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학점, 영어, 그리고 리트 성적. 셋 다 모두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1. 학점

학점은 로스쿨에 지원하고자 하는 이상 다들 백분율 환산치로 따져 90점대 후반은 될 것이라 생각된다. 학점이 높지 아니한 지원자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령 다른 전문 자격정을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등. 본인은 미국 대학 성적이 3.8/4.0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걸 학교 환산치로 변형했을 때 나름 나쁘지 않은 취급을 받지 않았나 싶다. 


2. 공인 영어성적

영어성적은 높은 것이 있으면 좋다. 다만 최근의 입시경향으로 미루어 볼 때에 합/불 정도로만 보는 학교들이 많고, 아주 높은 경우에는 가점이 있다고 하는 학교도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능력껏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어딘가 뒷심이 든든하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토익을 볼 것인데, 토익은 900점대 후반을 받아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뭐 높아서 손해 보는 일은 없지 않을까. 


3. 리트 (LEET)

대다수의 입시생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리트 시험이다.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영역이 그것이다. 논술영역도 있지만 전형에 들어가는 학교가 있고 들어가지 않는 학교가 있으니 자신이 목표하는 학교를 알아보고 능력껏 준비하면 된다. 






리트는 참 성적 올리기 어려운 시험이다. 본인은 외국에서 학부를 졸업한지라 수능을 공부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빡빡한 시험 스타일 자체에 익숙해지기가 매우 어려웠다. 글을 쓰고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할 뿐, 논지를 정치하게 분석한다거나 이항대립적 구도를 머릿속에서 도식화시키며 빠른 시간에 읽고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어려웠다. 초시의 성적은 110점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학원 강의를 들었고, 시험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130점 정도였다. 


종종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리트점수를 어떻게 올렸냐는 질문을 온라인상으로 받았다. 정답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언어이해에 내가 배경지식으로써 익숙한 지문이 나와서 한 지문은 거저먹는 식으로 풀었고, 그 반대급부적으로 다른 지문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점수를 확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이해를 공부할 때 천부적으로 잘 푸는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위인들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문제점을 광범위한 범위의 지식을 키워드 위주로 훑고 넘어가며 공부하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각 학문의 기본서를 한두 권씩 골라가며 읽었다. 가령 물리학은 '우주의 구조'와 '코스모스'를 읽었다. 철학자 플라톤에 관한 지문이 나온다 치면, 철인정치와 이데아를 키워드로 삼고 그를 바탕으로 하여 능동적으로 글을 해석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이다. 물리학도 마찬가지이다. 빅뱅에 관한 지문이 나온다면 우주 배경 복사가 "우주 탄생 시 발생하여 전 우주에 퍼져있는 잔열"이다 라는 점 정도만 인지하고 있으면 지문을 읽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쉽게 읽히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리트형 인간이다.



그를 위해 나는 문제를 풀지 않을 때에는 항상 비문학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아가 예전에 네이버에서 제공되었던 짧은 전문지식을 제공했던 '네이버캐스트'도 주구장창 읽었다.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된다. 그냥 어떤 개념이 어떤 의미구나, 그리고 어떤 유명한 학자의 주장 요지는 어떠한 것이구나 정도로만 알아두면 된다. 이러한 공부법의 장점은 첫째로 체계화하며 읽는 것의 연습과 단기 기억을 사용하는 독해의 연습이 동시에 된다는 것이고, 그리고 비슷한 주제의 지문이 나왔을 때에 대비한 '백신'을 선제적으로 맞는 셈이 된다는 것이었다. 세상 모든 질병에 대한 백신을 맞아버린다는 개념이다. 그렇게 습득한 지식을 확인하기 위해서 역대 수능 언어 모의고사와 유사시험(PSAT 등)을 최대한 많이 풀어봤다. 계속해서 몇 개월이고 읽다 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하드 하게 읽다 보니 처음 보는 글도 "쫄지않고" 읽게 되더라. 


추리논증은 솔직하게 말해 잘 모르겠다. 리트 수험기간 중에 법학을 짤막짤막하게 공부했는데 그것으로 말미암아 법학 논증 문제들을 풀어서 점수를 올렸다. 형식논리도 조금은 공부해 논리학 관련 문제가 나오면 얼타지는 않을 정도는 됐다. 나는 원래가 순도 120%의 문과형 인간이라 수리 논증 문제는 아무리 풀어도 점수가 오르지를 않았다. 추리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그래도 시중에 나와있는 기출과 모의고사 문제를 빡세게 돌리고 기초적인 법학지식을 쌓으니 오르긴 오르더라.  



추리논중 문제. 열심히, 그리고 많이 풀다보면 늘긴 한다. 다만 그렇게 많이 늘지는 않더라.





생각해 보면 내가 로스쿨 입시 초시 때와 재시 때 달라진 것은 리트 성적 하나뿐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예비번호 초차 받지 못했었나? 그러나 재시 때는 우선선발로 입학했다. 


리트가 많이 오르긴 했다면 그렇게까지 판도를 가를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완전히 갈아엎은 자기소개서와 자신의 스토리를 만든 것에 큰 점수가 부여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여기서 문제. 과연 학,토,릿은 수험생의 '법학적성'을 잘 측정하는 도구인가? 로스쿨에 입학하고 들은 이야기로는 상관관계가 상당하다고 한다. 특히 리트 성적과 로스쿨 성적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 결국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묻는 시험이고, 그 시험 성적이 높으면 로스쿨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나처럼 엉성한 방법으로 리트시험을 '배경지식으로 비비가며' 점수를 딴 경우는 논외로 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그래서 로스쿨에서 힘들게 공부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로스쿨 입시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학교 입학과 비교해 따져보면 학점은 내신, 리트는 수능성적쯤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하니 내 경우는 운이 좋게도 상당히 많이 오르더라. 오히려 떨어진 사람들도 왕왕 있다고 풍문으로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글을 보는 수험생들에게 (로스쿨에 입학하던 하지 않던) 밝은 미래라는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하며 일단 이 글은 마친다. 부대 사이버 지식정보방에서 두서없게 쓴 글이라 사람들에게 잘 읽히는지는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냥요'라는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